[월요칼럼] '죗값 더치페이'

  • 장용택
  • |
  • 입력 2022-12-19 06:41  |  수정 2022-12-19 06:45  |  발행일 2022-12-19 제27면

2022010101000908900020651
장용택 논설위원

지난 11일 교수신문이 전국 대학교수 9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의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가 뽑혔다. 절반이 넘는 교수들이 추천한 이 사자성어의 뜻은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에도 나온다. 연산군이 소인배를 기용하는 것에 신료(臣僚)들이 반대했지만 고치지 않고 있음을 비판하는 대목이 실록에 있다. 세종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후회하면서 이를 고치려는 흔적이 전해진다. 성군(聖君)과 혼군(昏君)을 구별하는 것은 나뭇잎 두께 한 장 차이다.

임인년(壬寅年) 호랑이해가 이제 10여 일 남았다. 참으로 다사다난했다. 지난 3월9일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0.73%포인트 차로 신승했다. 국민의힘이 진보를 눌렀다. 그 기세를 몰아서 6·1 지방선거에서도 압승했다. 하지만 '정부와 집권 여당이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고 있는가'란 질문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취임 200일이 넘었지만 아직도 위태위태하다는 평가가 많다. 취임 초 내각 인사 등에서 자신의 측근은 물론 법률가와 올드보이를 앉혔다. 신선함·능력 모두 기대 이하였다. 이태원 압사 참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태원 참사 49재를 넘긴 지금 관련자 수사는 하세월이다. 핑계 대기에 바쁜 정부에 국민은 지쳤다.

집권 여당은 어떤가. '내로남불'만 외쳐댄다. 거대 야당이 뒷다리를 잡는다고 호들갑이다. 당 내부 사정도 마찬가지다. 개혁은커녕 MZ세대를 대표하는 이준석 전 대표 내쫓기에 집중했다. 윤심(尹心)을 파는 윤핵관들 간 이전투구는 볼 만했다. 이젠 당 대표 선출 방법을 놓고 다툰다. 윤핵관은 공공연하게 유승민 당내 진입 금지가 목표라고 한다. 이러면 22대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가. 용산출장소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싸다. 또 거친 입도 매를 부르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상 교통 사고'니 '시체팔이'니 해서 곤욕을 치렀는데도 그대로다. 권성동·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의 이태원 참사 비하 발언에 이어, 김미나 창원시의원 등이 가세했다. 최근 이태원 참사 생존자인 10대가 참사 트라우마로 세상을 등졌다. 이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발언을 해서 유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민주당은 이재명 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단군 이래 최대의 치적이라 자랑했던 대장동 사건으로 속앓이 중이다. 대장동 관련자들은 일제히 '내가 지은 죄만큼 벌 받겠다'고 입을 열고 있다. '음식값 더치페이'는 들어봤어도 '죗값 더치페이'는 처음이다. 그간 핵심 관련자 여러 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핵심 키맨 김만배도 최근 자해를 했다. 이 대표는 취임 100일이 지났지만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단 한마디의 해명과 거취표명이 없다. 생뚱맞게 민생 행보 중이다.

'웅덩이 속의 물고기 두 마리'란 우화가 있다. 욕심 많은 물고기는 '이웃이 없으면 더 많이 누릴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결국 친구를 죽였고, 며칠 동안 호의호식했지만 곧 죽고 말았다. 웅덩이가 이웃 물고기 사체에 오염됐기 때문이다. 생태계를 공유하는 사이일수록 서로 도와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내년은 계묘년(癸卯年) 토끼띠 해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이 불현듯 떠오른다.
장용택 논설위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