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飮水思源(음수사원)

  • 장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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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30 06:43  |  수정 2023-01-30 06:46  |  발행일 2023-01-30 제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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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택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외국에만 나가면 탈 난다고 한다. 야당은 '외교 참사'라 부른다. 침소봉대(針小棒大)한 측면도 있지만 그리 틀린 지적은 아니다. 대통령 본인 문제일까. 참모들의 실수일까. 정부 여당으로선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벌써 네 번째다. 대통령 말 한마디 한마디가 특히 외국 나들이에선 더욱 엄중해야 한다. 외교에선 흥분은 금물이다. 본의 아닌 실수라면 해명이나 사과를 해야 한다.

국민의힘도 이에 못지않다.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당 대표 선거에 불출마키로 했다. 당의 분열과 혼란을 막기 위해서란다. 양손에 떡을 쥐고 있다가 모두 놓쳤다. '배부른 고양이는 결코 쥐를 잡지 않는다'는 속담이 들어맞았다.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이는 작태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골대를 옮겼다. 권리 당원 100% 투표로 당 대표를 뽑는 것으로 정했다.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내년 4·1 총선에서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하는 게 목표다. 걸림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쳐낸다. 난리 통이다. '연포탕'이니 '철새'니 하며 비꼬니 상대는 '진흙탕'이라고 되받았다.

정책이나 인물대결은 없다. 오직 '윤(尹)심'만 있다. 초선 대부분이 나 전 의원을 비판하는 연판장을 돌렸다. 아사리판이 따로 없다. 총선에선 투표 당시 대통령 지지율과 늘 연동된다. 윤 대통령의 취임 후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중 최하이다. 입심이 센 의원과 당직자들을 내세워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덧셈의 정치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뺄셈의 정치를 하고 있으니.

민주당도 '이(李)심'만 쳐다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그제 대장동 관련 혐의로 검찰에 출두했다. 두 번째다. 그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화나 민주당을 위해서 하다가 생긴 게 아니다. 개인의 일이며, 지난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돌출됐다. 그런데도 25일 당 소속 의원 168명에게 기본사회위원회 참여 독려 편지를 보냈다. 단일대오 때문이다. 자신의 비리 의혹 해소에 왜 당과 지지층을 끌어들이는가.

대한민국엔 '윤심'과 '이심' 그리고 '당(黨)심'만 있다. '민심'은 실종됐다. 민심을 빙자한 광기만 난무한다. 소크라테스는 인생살이에서 친구와 적이 있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친구는 충고를, 적은 경고를 하기 때문이다. 여야 스스로 개혁하기는 힘들다. 방법은 있다. 상대방의 지적을 차용하면 된다. 정치권은 자신의 잘못은 보지 못하지만 상대방에겐 진심 어린 충고를 쏟아낸다.

정치인들은 민심은 뒤로 한 채 막가파식 처신을 한다. 대통령 사면권이 뒷배여서다. 중죄를 지어도 최대 5년간 수감되면 석방이다. 잦은 사면권 행사는 법치주의 근간을 파괴한다. 최서원씨의 딸 정유라씨가 모친의 사면을 공개 요구한 게 그 증좌다. 세상사 부질없다. 체스 시합이 끝나면 왕이나 졸할 것 없이 몽땅 체스 통에 들어간다. 가장 쓸데없는 걱정 가운데 으뜸은 정치인 걱정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인 민초(民草)들은 배부른 정치인 걱정에 날밤을 지새운다. 단군 이래 최초로 G7에 들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오지랖 넓고 어리석은 국민 덕분이다. 음수사원(飮水思源)이 생각난다. '물 마실 때도 그 근원을 생각하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공복(公僕)은 누구를 위해 종을 울려야 하나.장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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