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벨루가

  • 장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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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05   |  발행일 2022-09-05 제27면   |  수정 2022-09-05 06:48

에어버스사에서 생산한 대형수송기의 별명이 '벨루가'다. 이 대형수송기는 우주·군사 등의 분야에서 특대형 화물을 수송하는 데 쓰인다. 동체가 매우 뚱뚱하다. 벨루가는 일각돌고래과에 속하는 흰돌고래로,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다. 이 대형수송기는 벨루가의 외형과 빼닮았다. 주로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 부근의 북극해 등에서 산다. 스발바르에는 인류 멸망에 대비해 만든 '국제 종자 저장고'가 있다.

벨루가 한 마리가 지난 8월 초 프랑스 파리 센강에서 탈진한 상태로 발견됐다. 북극해로 흘러드는 강에서도 서식하는 벨루가가 무려 3천㎞나 떨어진 곳에 나타났다. 보트에 실어 바다로 옮기던 도중에 죽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유럽은 현재 500년 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으로 비상사태다. 비가 연중 고르게 내려 유지수가 풍부했던 유럽의 강이었지만 죄다 바닥이 드러났다. '내가 보이면 울어라'고 적힌 '슬픔의 돌'도 보일 정도다. 유럽 대륙의 대동맥인 운하마저 멈췄다.

지구 오염의 단초를 제공한 산업혁명 발상지가 바로 유럽 대륙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대가뭄이 습격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식수 비상에 곧 대기근이 올 태세다. 국토의 30%가 수몰된 파키스탄에 이재민 3천여만 명이 발생했다. 중국과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구를 살아 있는 거대한 생명체로 파악하는 '가이아 이론' 창시자 제임스 러브록이 지난 7월 말 별세했다. 며칠 뒤 벨루가가 센강을 찾았다. 지구를 망가뜨린 대가, 즉 6차 멸종은 바로 '인류'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하려고 온 것일까. 분명한 것은 지구가 회복이 어려울 만큼 오염됐다는 사실이다.

장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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