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하 우경정보기술 대표 |
새해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국민의 삶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새로 들어서게 될 정부는 삶의 변화들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시켜줄 과제들을 수행해야 할 것이며, 이러한 변화들은 앞으로 한동안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부로부터 기대하는 과제가 무엇인가는 각 개인이 속한 단체와 산업 분야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누구든 'AI 융합 생태계'라는 과제를 듣는다면 그 중요성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 코로나를 겪으면서 빠르게 디지털화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AI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모두가 직접 보았기 때문이며, 앞으로 AI가 더 많은 분야에서 우리에게 도움을 줄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AI는 이제 더 이상 SW 분야에서만 쓰이는 용어가 아니다. 전통 제조업 종사자들도 각 산업에 AI를 적용해 생산성을 높이기 시작했으며, 서비스업 종사자들도 AI를 활용하여 서비스를 고도화시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즉 AI 융합생태계를 강화하는 것은 더 이상 SW 분야만을 향한 투자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ICT 분야를 넘어 모든 산업 분야의 지능화·디지털화라는 큰 전환을 이끌 과제임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대구지역은 이런 전환을 받아들일 준비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는가? 대구시는 ICT 분야에서 작지 않은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도시다.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ICT 분야 종사자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매출액 규모로는 수도권을 제외하고 부산에 이어 2위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역의 ICT 산업은 자체 R&D나 제품 개발에 맞춰져 있기보다는 용역구축 사업 의존도가 높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수도권의 경우, ICT 매출 중 44%만이 용역구축 사업의 매출에 해당하지만, 비수도권의 경우는 52%나 되는 규모가 용역구축 기업의 매출에 해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이러한 현상이 이어진 결과 ICT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도 수도권 대비 비수도권의 기술 경쟁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AI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R&D에 집중 투자해 당장 발생하는 매출보다 기술발전에 집중하는 수도권의 스타트업 기업에 비해 비수도권 AI 기업들은 R&D보다는 당장의 매출을 일으키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수도권 ICT 기업의 경우 기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7~8% 정도는 다시 R&D 비용으로 투자하고 있다. 반면에 비수도권 기업의 경우 평균적으로 매출의 3% 이하만 R&D에 투자하고 있으며, 어떤 기업은 1%도 안 되는 R&D 투자 비율을 가지는 기업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근래 많은 유니콘 기업은 수도권에서 나오고 있다.
경영에 대한 생각만 바꾼다면 SW 산업 만큼 지방기업에 유리한 산업이 없다. 제조업과 다르게 자재 수급 이슈가 적고, 서비스업처럼 고객과의 접근성이 중요한 사업도 아니다. 만나서 해야 하는 일도 있지만, 온라인으로도 함께 일할 수 있으며 비수도권에서 누릴 수 있는 정책 혜택도 많이 있다. 즉 비수도권 기업들이 R&D에 집중 투자하여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다면 수도권 AI 기업보다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은 더 빠르게 변할 것이고, 그만큼 기업들의 등락 폭도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기업 구성원 모두가 합심하여 AI 기술에 투자하고, 자체 제품 개발에 힘쓴다면 대구의 AI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가는 일도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질 수 있다.
박윤하 우경정보기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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