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홍준표의 적반하장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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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24   |  발행일 2022-01-24 제26면   |  수정 2022-01-24 07:24
보선 공천거래 시도하다가
외면당하고 내용 공개되자
탈당 위협에 내부총질까지
성공했거나 감췄을 경우엔
윤석열의 이미지에 치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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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당을 떠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SNS를 통해 "내 발로는 못 나가겠고, 권영세 말대로 윤핵관들이 준동해 차라리 출당이나 시켜주면 마음이 더 편할 것"이라고 했다. 권영세 사무총장은 "구태를 보인다면 당원으로서의 자격도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직격 한 바 있다. 홍준표는 또 "대선이 잘못되면 이놈들 내 탓만 할 테니"라고 했다. 윤석열 후보를 겨냥해선 "면후심흑(面厚心黑) 중국제왕학"이라고 했다. 얼마 전 "3·9 대선 때까지 침묵하겠다"라고 했던 홍준표가 표변한 건 윤석열과의 '공천거래'가 불발된 데다, 본인이 그런 제안을 했다는 사실이 들통난 까닭이다. 홍준표는 윤석열과 비공개 만찬을 하면서 선대본부 상임고문 수락 조건으로 두 사람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전략공천을 요구했다. 후보경선에 컷오프된 뒤 윤석열 대신 홍준표 지지를 선언했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서울 종로구), 자신의 측근인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대구 중구-남구)이다. 이진훈은 애초 6월 대구시장선거를 준비했으나 시장에 뜻을 둔 홍준표가 중구-남구로 밀어내며 교통정리를 한 흔적이 있다. 홍준표의 밀실 야합 시도가 알려지자 당은 부글부글 끓었다. 홍준표와 보조를 맞추던 이준석 대표조차 "저는 얼마나 사심 없는 사람인가. 세상에 어떤 사람이 '지하철 앞 인사'하는 걸 선대위 복귀 요구 조건으로 내걸겠나"라며 홍준표의 과욕을 꼬집었다.

홍준표가 다시 내부 총질을 시작한 건 밀실거래 불발과 공개 때문이다. 그렇다면 윤석열이 홍준표의 공천거래 요구를 외면하고, 공천작업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사무총장에게 그런 제안이 있었다고 통보해서 국민이 알도록 한 조치가 잘못됐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윤석열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이었고, 권영세가 즉각 내부 회의에 부쳐서 외부로 알려지게 한 것 역시 적절한 대응이었다. 이유가 있다. 만일 윤석열이 홍준표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했으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3·9 대선일에 국회의원 재보선이 치러지는 곳은 5개인데, 서울 종로구는 당이 유일하게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했다. 윤석열과 러닝메이트 성격이 있어서 원희룡·나경원 등 야당 중진 정치인들 출마설이 나돈다. 그런데 홍준표의 요구로 윤석열이 최재형을 내리꽂으면 수많은 내부의 적을 만들 뿐 아니라 윤석열도 벌써 구태정치를 한다는 안팎의 비난을 받는다. 여기다 경선지역으로 선정된 대구 중구-남구에 전직 수성구청장을 전략공천 하면 당 지도부 소속(김재원 최고위원)을 포함해 10명이 훨씬 넘는 예비후보자들이 가만히 있을까.

윤석열이 홍준표의 요구를 거부하는 대신 제안 자체를 쉬쉬했어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였다.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대선 선거운동과 공천작업을 하는 도중에 누군가가 "윤석열과 홍준표가 밀실 야합을 시도하다 불발됐다"라는 폭로가 나오면 대선에 임박해서 대선후보 윤석열의 이미지는 큰 상처를 입었을 거다. 실제 둘의 비공개 만찬 회동이 있던 시점에 서울 여의도 정가에선 홍준표가 선거를 돕는 조건으로 뭔가 과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었다. 상황을 정리하면, 홍준표가 개인 욕심 때문에 자칫 윤석열을 수렁에 빠뜨릴 뻔했는데, 윤석열이 사전에 차단한 게 된다. 그럼에도 당 대표를 두 번이나 지냈고, 대선까지 나갔던 인물이 대사를 앞두고 자기 뜻이 관철되지 않았다고 몽니를 부린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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