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써야 코로나 없어지는데 안쓰는 어른 때문에 속상해"

  • 이남영,이자인,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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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17 07:24  |  수정 2022-02-17 08:31  |  발행일 2022-02-17 제3면
코로나 대구 발생 2년…팬데믹 시대 아이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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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대구 북구 한림유치원에서 원생들이 직접 만든 코로나19 관련 작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마스크는 답답하고, 놀이동산에 가서 추로스도 먹고 싶지만, 코로나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이 너무 많으니 저희도 코로나 종식을 위해 꾹 참을게요. 아픈 사람들을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서정우(7)군이 해맑게 웃으며 한 말이다.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벌써 2년이 됐다. 친구들과 자유롭게 뛰어놀고 마음껏 세상을 배우며 자라야 할 아이들에게도 지난 2년은 가혹했다.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코로나 이전 친척집서 사촌들과 바닷가 물놀이 가장 기억"
"초등학교 입학하면 쉬는시간 친구들과 얘기 못할까봐 겁나"
"오락실 놀러가 인형 뽑고 놀이동산 롤러코스터 타고 싶어"

'코로나 블루' 우울·불안…디지털시대 맞는 '놀이문화' 필요
막연한 공포심 갖지 않도록 아이 감정 공감하고 지지해줘야


◆갑작스러운 전염병…달라진 일상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박소율(7·대구 북구)양은 코로나가 확산하기 전의 나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얼굴에 쓴 마스크를 여러 차례 단단히 고정하며 코로나 이전의 기억을 이야기하던 박양은 가족·친구들과의 물놀이가 가장 즐거웠다고 했다. 박양은 "다섯 살 때 선생님,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기 위해 수영장에 갔어요. 그 사실만으로도 너무 좋았는데, 한 친구가 물총을 가져와 서로에게 쏘며 깔깔 웃었던 것이 기억나요. 또 부산의 친척 집에 놀러 가 사촌 동생들과 함께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하고 옥상에서 뛰놀기도 했어요"라고 말했다.

백사랑(6)양은 일상을 바꿔 놓은 코로나19가 무서운 '바람' 같다고 했다. 백양은 "가족과 바다를 보러 간 적이 있어요. 바닷가에 바람이 부니까 너무 추웠는데, 코로나가 그런 바람처럼 느껴졌어요"라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김세준(7)군도 "예전에는 친구들과 놀이터 땅을 파면서 매일 놀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친구들과 제대로 놀지 못하고 집에서 종이접기 등의 놀이만 하고 있다"며 "올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데, 쉬는 시간에도 친구들과 이야기를 못 한다면 너무 속상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아이들은 지난 2년 동안 가장 불편했던 점으로 '마스크 착용'을 꼽았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일부 어른들에게는 속상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박소은(7)양은 "집으로 가는 길에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한 아저씨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가 우리를 보자 후다닥 쓰는 모습을 봤다. 마스크를 열심히 써야 빨리 코로나가 없어질 것 같은데, 몇몇 어른들은 왜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는지 궁금하고 속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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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한림유치원 원생들이 코로나19의 빠른 종식을 기원하며 그린 손씻기 약속, 마스크를 쓰지 않은 입과 거리두기, 세균맨, 구급차 등 다양한 그림.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마스크 벗고 놀러 가고 싶어요"

'코로나19가 끝나고 하고 싶은 것'을 묻는 질문에 석가연(10·대구 수성구)양은 "음악 시간에 친구들과 합주를 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속상했어요. 친구들과 마스크를 벗고 리코더를 불어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김가원(8·대구 남구)양은 코로나 종식 후 바라는 것이 세 가지 있다고 했다. 김양은 "코로나가 끝나면 먼저 마스크를 벗고 친구와 동성로를 가고 싶어요. 오락실에 가서 신나게 인형뽑기 등 게임을 한다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라며 "놀이동산도 가고 싶어요. 친구들과 롤러코스터와 바이킹을 타고 엄마와도 거리를 거닐면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라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시작과 함께 초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는 김지한(9)군은 "코로나 때문에 작년에는 학교 가는 날과 안 가는 날이 반반 정도였던 것 같다. 친구들과도 제대로 어울리지 못해 너무 속상했는데, 원격수업을 들을 땐 태블릿으로 수업을 해야 해서 너무 불편했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은 부모들도 간절했다. 남매를 키우는 직장인 이모(39·대구 달서구)씨는 "코로나 사태 초기 때 매일 가던 놀이터에도 못 가고 집안에 갇혀 있던 아이들이 불쌍해 남몰래 운 적도 있다"며 "하루빨리 아이들이 예전처럼 뛰어놀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보호자의 관심과 공감 필요"

아이들은 저마다 코로나 종식 후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확산세는 숙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발달 권리 침해를 우려했다.

박영준 대구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아이들이 당장 나가 놀지 못하더라도 디지털시대에 맞는 아동들의 놀 권리, 놀이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상담센터 현장에 나가면 '코로나 블루'에 따른 우울증과 불안을 겪는 아이들을 종종 본다. 네트워크 통합관리 체계로 지역사회의 아동돌봄체계를 안정화시킬 방법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일상의 변화를 맞게 된 아이들의 감정을 공감하고 지지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임지영 경북대 교수(아동학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변화는 성인에게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시기일수록 보호자의 역할과 태도가 중요하다"며 "부모나 교사가 보이는 불안함과 부정적 정서는 아이들에게 바로 전해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임 교수는 "어린 아이일수록 언어적 표현의 한계와 함께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아이의 감정을 공감하고 지지해 주는 태도가 중요하다"며 "아이가 막연한 공포심을 갖지 않도록 보호자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자주 이야기를 나눠주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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