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의 영화 심장소리] '페임' (케빈 탄차로엔 감독·2009(2020 재개봉)·미국)…청춘들의 꿈과 열정을 담은 뮤지컬

  • 김은경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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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18   |  발행일 2022-03-18 제39면   |  수정 2022-03-18 09:18

[김은경의 영화 심장소리] 페임 (케빈 탄차로엔 감독·2009(2020 재개봉)·미국)…청춘들의 꿈과 열정을 담은 뮤지컬

뮤지컬의 정의를 말할 때마다 자주 인용되는 것은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의 말이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뮤지컬이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은 오직 하나, 음악뿐이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작사가로 유명한 그가 음악을 강조한 것이 흥미롭다. 유명한 뮤지컬에는 반드시 귀에 익숙한 음악이 있다. 아이린 카라의 노래로 유명한 '페임(Fame)'은 알란 파커 감독의 1980년 작으로, 그해 아카데미 주제가상과 음악상을 받았다. 이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지는가 하면 TV시리즈로도 만들어졌다. 2009년 케빈 탄차로엔 감독이 리메이크한 영화는 2020년 16분이 추가되어 재개봉되었다.

영화의 시작은 뉴욕 PA예술고등학교 입학시험장이다. 예술가 지망생들이 선망해 마지않는 학교의 시험장은 그 어느 오디션장보다 치열하고 뜨겁다. 감미로운 목소리의 보컬 마르코, 소심한 배우 지망생 제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고 싶은 피아니스트 드니스, 춤밖에 모르는 댄서 앨리스, 자기만의 음악을 만들고 싶은 빅터, 랩으로 분노를 쏟아내는 반항아 말릭 등 다양한 인물들이 입학해서 졸업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등장인물이 많아 다소 산만한 점은 있다. 하지만 춤, 음악, 연기 등등 공연 예술의 모든 것이 매력적으로 펼쳐진다. 영화의 백미는 마지막 졸업 공연 장면으로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케빈 탄차로엔의 솜씨가 빛을 발한다.

원작의 벽이 워낙 높아서일까. 개봉 당시의 평가는 좋지 않았다. 하지만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신나는 댄스, 연기까지 공연 예술의 모든 것을 담은 화려한 구성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600대 1의 오디션을 통과한 배우들의 노래와 춤, 연기도 좋지만 교수진을 연기한 배우들이 영화의 균형을 잡는다. 토니상과 에미상, 골든글로브상에 빛나는 베테랑 배우들이다. 알 파치노, 제니퍼 애니스톤 등을 배출한 뉴욕 라구아디아 스쿨이 실제 모델이다.

[김은경의 영화 심장소리] 페임 (케빈 탄차로엔 감독·2009(2020 재개봉)·미국)…청춘들의 꿈과 열정을 담은 뮤지컬
영화 칼럼니스트

가벼운 마음으로 본 뮤지컬이었는데, 생각보다 진지해서 놀랐다. 청춘들의 꿈과 열정, 치열함이 보기 좋았다. 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되었고, 대학 연극반이던 젊은 날이 떠오르기도 했다. 숫기라곤 없던 내가 무대에서만큼은 용감하고 당당했다. 소심한 배우 지망생 제니를 보며 젊은 날의 자신이 떠올라 영화에 더 몰입한 것 같다. 젊은 날의 열정은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요즘은 매사에 시들하기만 한데 말이다.

'페임'이란 제목처럼 이들은 유명해지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몸부림친다. 실수도 하고 좌절도 하지만, 내일을 위한 땀과 열정은 마냥 아름답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제니가 말하는 대사다. "성공은 아침에 일어나 그날 할 일에 설레면서 집을 나서는 거죠."

영화를 보고 한참 이 말을 생각했다. 진짜 성공, 진짜 행복이란 무엇일까. '모험으로 사는 인생'에서 폴 투르니에는 "사람의 가슴이 산발적으로나마 계속해서 뛰려면 다시금 알을 깨고 나오는 체험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것은 '나이와 상관없는 것'이라 했다.

아침에 일어나 설레본 적은 언제였던가. 영화가 내게 묻는다. 바야흐로 새봄, 뭔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 좋은 때가 아닌가.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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