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한미FTA 10년을 평가한다

  • 이영세 전 대구사이버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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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08   |  발행일 2022-04-08 제22면   |  수정 2022-04-08 07:12
MB임기내 정치적 부담돼

반대컸지만 결과는 성공적

우려 쟁점사항 기우로 판명

무역·투자측면 긍정적평가

경제동맹국 가능성 보여줘

[경제와 세상] 한미FTA 10년을 평가한다
이영세 전 대구사이버대 총장

지난 3월15일은 한미FTA를 체결한 지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한미FTA는 노무현 대통령 때 시작하여 이명박 대통령 때 마무리된 양 정권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미FTA는 양 정권에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준 뜨거운 감자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협정을 추진하자 좌파들로부터 고립되어 임기 말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요인이 되었고 이명박 대통령은 광우병사태로 임기 내내 큰 정치적 부담이 되었다.

그러나 한미FTA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재협상을 요구할 정도로 우리 측에서 볼 때 성공적인 협상이었고 결과도 당초 우려했던 쟁점사항들이 기우였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한미FTA가 발효된 2012년 이후 한국의 세계무역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말미암아 마이너스 성장을 면하지 못하였지만 대미 무역은 꾸준히 성장하였다. 대외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2011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의 대 세계수출은 연평균 0.3% 감소한 데 비하여 대미수출은 3.4% 증가하였다. 또한 동기간 한국의 대 세계수입도 0.5% 감소한 데 비해 대미수입은 4.2% 증가하였다.

한편 서비스부문에서 대미수출은 15.2%, 수입은 34.4%로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투자부문도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는 동기간 중 188.3%의 빠른 증가를 하여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우리의 제1 해외투자국이 되었고, 미국의 한국 직접투자도 동기간 중 56.1% 증가하여 일본을 제치고 미국이 제1 직접투자국이 되었다. 이처럼 한미FTA는 무역과 투자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고 한미 상호 간에 윈윈게임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당초 한미FTA의 쟁점 사안은 소고기, 영화, 의약품, 자동차 시장 개방과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였다. 그러나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한우 소비에 미친 부정적 영향은 거의 없었고 단지 호주산 소고기로 대체되는 효과만 있었다. 그리고 스크린쿼터 축소로 말미암은 영화시장개방도 '기생충'과 '미나리' 같은 한국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는 등 오히려 한국영화의 질적 개선에 기여하였다. 한편 의약품에 대한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에 따른 국내 약품비 상승 우려도 제약산업의 연구개발투자를 통한 적극적 대응으로 오히려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자동차시장 개방도 미국자동차의 수입이 증가하기는 하였으나 주로 일본수입차를 대체하여 한국자동차산업에 끼친 부정적 영향은 별로 없었고 오히려 미국시장에서 한국브랜드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이 동기간 중 상승하였다. ISDS에 관하여서는 론스타와 같은 악성분쟁도 있지만 현재까지 총 4건의 제소만 있어 예상보다 심각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한미FTA 10년의 성과는 주로 개방에 따른 국내산업체의 적극적인 대응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이 우리의 경제동맹국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현실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 그 의의를 찾을 수 있겠다. 통상적으로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등식에서 우리나라가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외교를 해온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경제도 한미FTA 체결 결과 미국이 우리의 제1 교역국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점차 격화되는 미·중 신냉전에서 우리의 갈 길이 무엇인가를 시사해준다.
이영세 전 대구사이버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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