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 사촌' 비결핵항산균 폐질환, 샤워기에 균 증식해 감염되기도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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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21 07:25  |  수정 2022-06-21 07:28  |  발행일 2022-06-21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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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이 발간한 2021년 결핵 역학조사 통계집을 보면, 지난해 국내 전체 결핵 환자는 2만2천904명에 이른다. 2020년 2만5천350명과 2019년 3만34명보다 결핵 환자는 줄어들었지만, 우리나라 결핵 발생률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는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탓에 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도 잘 알고 있는 질환이 바로 결핵이다. 이렇게 흔하게 알고 있는 결핵과 달리 결핵과 비슷하지만 일반인은 잘 모르는 질환이 있다. 대구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1차 의료기관 등에서 흉부 엑스레이나 흉부 CT를 시행 후 '비결핵항산균 폐 질환'이 의심된다며 대학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비결핵항산균 폐 질환은 조금 생소한 질환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60명가량의 발생률을 보이며 증가 추세를 보여 머지않아 결핵의 발생률을 추월할 수도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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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선 10만명당 60명가량 발병
수돗물·하천·토양 등에 해당균 존재
사람간 전파 안되는 점이 결핵과 차이

중년女·저체중·결핵병력자 감염 취약
객담서 반복적으로 균 자라는지 확인을
예방하려면 면역력 증진·샤워기 청결

◆결핵사촌이라 불리는 '비결핵항산균 폐 질환'

전문의들에 따르면, 마이코박테리아라는 균은 인간이나 동물에서 호흡기 질환을 비롯한 여러 질환을 일으키게 된다. 잘 알려진 결핵균종과 나병균을 제외한 모든 마이코박테리아를 지칭하는 균이다.

국내에서는 비결핵항산균 중 마이코박테리움 아비움 복합체균(mycobacterium avium complex)에 의한 폐 질환이 가장 흔하게 발견이 되고 있다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또 이 균은 하천과 수돗물, 토양 등 자연환경에 널리 분포해 누구나 매일 노출되어 있는 균이다. 다행히 결핵균과 달리 사람 간의 전파는 이뤄지지 않는다.

비결핵항산균 혹은 마이코박테리움 아비움 복합체균과 관련된 폐 질환이라고 설명할 경우 환자들이 잘 기억하기도 힘든 것은 물론 이해하기도 어려운 탓에 정식으로 사용하는 용어는 아니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결핵 유사균' '결핵 사촌' 등이란 표현으로 환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비결핵항산균에 감염돼도 처음에는 자각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감염 진행에 따라 기침, 가래, 객혈, 발열, 체중 감소, 호흡 곤란, 흉통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흉부 CT 등 영상 검사에서 비결핵항산균 폐 질환이 의심된다고 해서 비결핵항산균 폐 질환에서만 보이는 소견은 아니고, 이전 결핵의 흔적이나 기관지확장증 등 다른 호흡기질환에 의한 것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비결핵항산균이 환자의 객담에서 반복적으로 자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증상이 없고 객담에서 별다른 균이 자라지 않는다면 우선 경과를 지켜볼 수 있다. 또 비결핵항산균이 자라는 것이 반복적으로 확인된다고 해도 증상이 없고 폐의 침범 범위가 넓지 않고 공동이라고 하는 빈 동굴처럼 보이는 소견이 없다면 경과관찰을 해 볼 수 있다. 경과관찰이 가능한 이유는 전체 중 3분의 1 환자의 경우 객담에서 균이 자라다가 치료하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균이 없어지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또 폐의 침범의 속도가 3~4년에 걸쳐 천천히 일어나는 것도 경과관찰을 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마냥 가볍게 여길 수만은 없다. 증상이 없는 경우에도 폐의 침범은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고, 공동이 생긴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치료 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병원을 매일 혹은 주 3회 정도 방문해 주사제를 투여 받아야 한다. 여기에 주사제 투여에 의한 신기능 저하 또는 청력 저하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전문의들은 "객담에서 별다른 균이 자라지 않을 경우 경과를 지켜보는 과정에서 별다른 치료 없이도 균이 사라질 수 있지만, 증상이 없을 경우에도 폐의 침범이 생길 수 있다. 그런 경우 치료성적이 나빠질 우려도 있다"면서 "양쪽의 가능성이 다 있는 만큼 비결핵항산균 폐 질환으로 진단받으면 의사의 지시대로 정기적인 추적 검사를 꼭 받아야 한다. 간혹 치료 없이도 균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설명에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중년여성, 저체중 등은 관심 가져야

비결핵항산균 폐 질환은 중년의 여성, 체중이 적은 사람, 그리고 이전 결핵을 앓은 환자에게서 잘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 있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로 이런 환자들에서 비결핵항산균 폐 질환이 잘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고, 감염원을 파악하는 연구와 유전자 분석을 통해 미리 취약한 사람을 가려내는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비결핵항산균의 경우 균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항생제를 투여받는 치료 기간이 1년 반에서 2년 정도로 결핵의 6개월보다 훨씬 길고 이로 인한 부작용도 많이 보고되고 있다. 결핵보다 긴 치료기간과 부작용 등으로 치료를 받다가 중단하는 경우가 30%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또 치료 성공률도 마이코박테리움 아비움 복합체균과 관련된 폐 질환의 경우 70~80% 정도로 결핵에 비해 저조하다.

그런 만큼 증상이 있어 병원을 방문하거나 다른 검사나 건강 검진 시행 후 비결핵항산균이 의심되거나 진단받은 경우, 비결핵항산균에 의한 지속적인 노출을 막기 위해 생활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았다.

비결핵항산균은 토양과 함께 하천, 그리고 수도시설에서도 널리 분포하는데 정수처리 과정 중 염소로 소독해도 살균되지 않는다. 또 샤워기를 통해 발생하는 증기 속에 균이 지속적으로 폐를 침범할 수 있기 때문에 6개월마다 샤워헤드와 줄을 교체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증기 발생을 줄이기 위해 샤워기 헤드 구멍이 큰 것을 사용하거나 욕조 목욕을 선택하는 것도 균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다. 스트레스와 과로를 피하고 충분한 휴식과 수면 등으로 면역력을 키우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계명대 동산병원 권용식 교수(호흡기내과)는 "어떤 환자가 비결핵항산균에 의한 폐 질환이 잘 걸리는지는 명확지 않고, 어떤 환자가 미리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도 알려져 있지 않다"면서 "현재 비결핵항산균 폐 질환은 우리나라에서 활발히 연구가 되고 있는 분야로 이러한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호흡기내과를 찾아 정기적인 추적 검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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