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전시&아티스트] 이태량 '명제형식'展…참·거짓 너머의 수수께끼를 보라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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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28   |  발행일 2022-06-28 제15면   |  수정 2022-06-28 07:13
갤러리 오모크서 내달8일까지…명제형식 시리즈 37점 전시
"내 그림은 헛소리…내가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사유 녹아있어"
암호 같은 숫자·글자 가득…또 다른 실재에 대한 호기심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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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량 '명제형식'

"내 그림은 중요하지 않다. 정작 중요한 것은 내 그림 밖의 모든 것들에 있다."

작가 노트의 첫 줄에 눈길이 꽂혔다. 대체 이 작가의 정체는 뭘까. 이 작가가 그리는 작품의 함의는 뭘까.

전시장에서 만난 그의 그림은 철학과 사유를 품은 낙서장 같고, 암호가 담긴 큰 엽서 같았다.

명제형식(命題形式, propositional form)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기도 하고, 'X'자가 크게 그려져 있기도 했다. 숫자들도 여기저기 끄적여져 있고 사진을 붙여놓기도 했다.

이태량의 개인전 '명제형식(命題形式, propositional form)'展이 갤러리 오모크에서 7월8일까지 열린다. 그가 10년 정도 전부터 집중해 온 주제인 '명제형식 시리즈' 37점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이태량은 "초기에는 '존재와 사고'에 대한 작품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마치 올무처럼 스스로에게 짐이 되는 것 같았다. 모든 걸 가급적이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자는 생각이 들었고 '명제형식'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명제는 참 또는 거짓이 분명하다. 철학이나 문학·과학 등의 학문은 명제를 정리할 수 있지만, 명제 너머의 것들은 예술을 통해서만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는 "단지 내 작품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실재에 대한 호기심과 더불어 내 표현의 한계를 인정하는 산물"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내 그림은 헛소리"라며 "내 작품은 무엇을 주장하거나 피력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분명한 태도를 보였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그의 그림을 통해 그가 말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작가는 "내 그림에는 내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한 호기심, 사유가 녹아 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모르는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것"이라면서 "내 그림은 관람객들의 사유와 사색의 매개 역할로 충분하다. 그림을 통한 사유와 사색으로 관람자 각자의 삶이 풍요로워지고 명료해지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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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량 '명제형식'

그는 비트렌슈타인의 '논리 철학'을 작품의 모토로 삼았다고 했다.

또한 그의 그림에서 눈에 띄는 것은 '25920'이라는 숫자다.

이 숫자는 유기적인 관계에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조형 기호로, 작품마다 작가의 사인처럼 빠짐없이 등장한다.

작가는 "인간의 하루 평균 호흡수가 25920번(1분에 18번)이고, 바둑판 안에 우주가 있다고 하는데, 바둑판 화점 내부칸수(144개)와 외부칸수(180개)를 곱하면 25920이 된다. 지구 세차운동의 주기도 25920년"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그림으로 말한다.

"명제형식은 중요한 게 아니다. 예술은 학문이 아니기 때문에 명제 너머의 것들을 봐야 한다"고….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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