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에 자리잡은 문경 야영장으로 여름사냥 떠나요"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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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19  |  수정 2022-07-19 06:55  |  발행일 2022-07-19 제5면
자동차야영 4곳 등 총 23곳 야영장 등록

성수기 주말엔 자리 없어 예약하기 힘들어

'장박'도 증가 추세...젊은층이 문화 주도
백두대간에 자리잡은 문경 야영장으로 여름사냥 떠나요
운무에 쌓인 경북 문경 단산 숲속 캠핑장.
백두대간에 자리잡은 문경 야영장으로 여름사냥 떠나요
문경 영순면 백포리 낙동강변에 조성된 문경야구장 옆 주차장은 차박 동호인에게 인기가 높다.
백두대간에 자리잡은 문경 야영장으로 여름사냥 떠나요
문경시 가은읍 녹색캠핑장 박가은 대표(왼쪽)가 이용객에게 안전한 캠핑장 이용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캠핑 1번지' 꿈꾸는 문경


해발 856m 경북 문경 단산(亶山) 정상 바로 아래에 조성된 숲속캠핑장은 아무리 뜨거운 햇빛이 쏟아져도 더위를 모르는 곳이다. 비교적 더위가 덜하다는 경북 문경도 최근 낮 최고기온이 30℃를 웃돌고 있지만 숲속 캠핑장은 이보다 5~7℃ 정도 낮다. 2020년 문경시가 조성해 현재 문경관광진흥공단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는 숲속캠핑장은 단산 기슭에서 승용차로 10분 정도 오르면 도달한다. 16개 사이트가 있으며 레일 썰매장 등 즐길거리가 있다. 무엇보다 단산모노레일을 이용해 야영장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단산 정상에는 1.9㎞의 산책길도 잘 닦여져 계절별로 꽃이나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대구에서 왔다는 60대 부부는 "벌써 몇 번째 단산 캠핑장을 찾았다"며 "새벽 운무의 정취가 압권"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보면 백두대간의 능선과 주흘산·운달산 등 문경의 명산이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느껴진다.


문경 영순면 낙동강변 문경야구장 주차장에서 5일째 차박을 하고 있다는 A(68·경북 경주시)씨 일행은 각자 차를 끌고 와 여름을 즐기고 있다. 자전거를 싣고 다니며 야영하는 이들은 충북 단양에서 5일간 머문 뒤 문경으로 넘어왔다고 했다. 이곳에서 야영하면서 문경 구석구석과 인근 예천까지 자전거로 답사 중이다. 주차장이 아니라 야영장으로 잘못 알고 있던 그는 "무엇보다 이용료가 없어 좋다"며 "수돗물 등의 시설이 다소 부족하지만 환경이 깨끗하고 조용해 마음에 든다"고 했다. 또 이곳이 캠핑 마니아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귀띔했다.


연일 폭염주의보가 이어지고 무더위에 밤잠까지 설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문경의 야영장이 주목받고 있다. 18일 문경시에 따르면 일반 19곳, 자동차 4곳 등 총 23군데의 야영장이 시에 등록돼 있다. 모두 백두대간 지역인 농암면·가은읍·마성면·문경읍·동로면에 들어서 있고 폐교를 활용한 성보촌 캠핑장만이 유일하게 영강(穎江) 변인 호계면에 있다.


대야산 자락인 가은읍 선유동천 나들길 바로 옆에서 '녹색캠핑장'을 운영하는 박가은 씨는 "몇 년 전부터 캠핑을 즐기는 가족이 많아지고 있다"며 "성수기 주말 예약은 자리가 거의 없어 힘들다"고 말했다. 캠핑장에 개울이 있어 어린이 물놀이에 제격인 이곳은 대부분 가족 단위 피서객이 찾는다. 농암면 계곡에서 '숲이조아 캠핑장'을 운영하는 나건희씨는 "1년 혹은 2년씩 '장박'하는 캠핑족도 많다. 이들에게는 특별히 이용료 혜택을 주고 있다"고 했다. '장박'은 특정한 캠핑장에 텐트나 글램핑을 설치해 놓고 주말이나 휴일에 싼값에 별장처럼 이용하는 것으로, 젊은층은 물론 중장년층 이용객도 많다.

백두대간에 자리잡은 문경 야영장으로 여름사냥 떠나요
문경 가은읍 대야산 가는 길에 위치한 녹색캠프장. 선유동천나들길 바로 옆이어서 풍광이 좋다.
◆급속하게 성장하는 캠핑산업
코로나 19로 대부분 산업이 크게 위축됐지만 캠핑산업은 예외적으로 성장세에 있다. 국내 캠핑시장 규모는 2018년 2조6천억원에서 매년 30%씩 성장해 2020년에는 4조원대로 커졌다. 캠핑 이용자도 연평균 8.8%씩 늘어 2019년 399만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여행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면서 캠핑 이용자가 급속히 늘고 있는 추세다. 2020년 기준 전국에서 운영되는 캠핑장의 추정 매출액은 3천325억원으로 전년보다 257억원(8.4%)이 증가했다.


한국관광공사의 캠핑관광 이용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캠핑 이용 연령대가 기존 장년층에서 젊은 층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20대와 40대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돼 캠핑산업 성장세를 주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캠핑산업의 성장세를 반영하듯 대도시에서 열리는 캠핑·레저 관련 박람회는 인파가 넘친다. 이달 초 서울에서 열린 캠핑·아웃도어·레포츠 박람회에는 국내 유명 캠핑장비 브랜드가 대거 참가해 신제품과 신기술을 공개했다. 특히 '캠핑가전 특별전'에서는 시원하고 안전한 캠핑을 위한 특별 가전제품이 대거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차박 트렌드 특별전'도 많은 동호인의 발길을 붙잡았다.


다음 달 26일부터 대구 엑스코에서는 영남권 최대 캠핑페스티벌인 '2022 스포레 캠핑페어'가 열린다. 250개사가 참여해 500개의 부스를 운영한다. 대구낚시엑스포와 함께 열리지만 큰 호황을 맞고 있는 캠핑산업에 주력해 밀리터리·감성차박·레저차량(RV) 등 매년 진화하는 캠핑문화 트렌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백두대간에 자리잡은 문경 야영장으로 여름사냥 떠나요
문경 농암면 계곡의 숲이조아캠핑장.
◆캠핑문화 급속 확산과 트렌드 변화
캠핑문화의 급속한 확산은 그동안 해외 여행길이 막히면서 국내 여행이 증가한 것과 무관치 않다. 특히 2030 세대가 차박 열풍을 주도하면서 캠핑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자신의 텐트 장비를 직접 싣고 가 설치하던 지금까지의 캠핑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에는 최소한의 물품으로 자연에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글램핑이나 야영용 트레일러(카라반 등)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해외여행 대신 호화로운 캠핑을 선호하면서 여기에 투자하는 데 망설이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또 2020년 자동차관리법 개정으로 일반 차량도 캠핑카로 개조할 수 있게 된 것이 차박 캠핑 열풍에 불을 지핀 요인으로 분석된다. 화물차의 차종을 변경하지 않아도 차량 적재함에 캠핑용 장비인 '캠퍼'를 장착할 수 있게 되면서 차박 캠핑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한국관광공사의 '캠핑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캠핑을 하러 가는 이유로 '가족이나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34.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31.6%), '스트레스 감소를 위해'(18.3%), '정서적 안정을 위해'(14.1%) 등의 순으로 나타나 캠핑이 휴식과 힐링의 상징이 됐음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은 앞다퉈 캠핑족을 유치하기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특히 피서객이 많이 몰리는 여름철에는 유명 야영장이나 하천 변에 구명시설과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등 안전사고에도 대비하고 있다.


글·사진=남정현기자 nam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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