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부터 바닷길까지, 포항 힐링로드 .3] 핫 플레이스…우주·바다 위 걸으며 '인생샷' 물회지구서 시원한 '오감만족'

  • 류혜숙 작가
  • |
  • 입력 2022-07-18   |  발행일 2022-07-18 제11면   |  수정 2022-07-18 07:20
거대 철판위 아찔한 경험 '스페이스워크'
여섯개 소공원과 어우러진 시립미술관
전국 가장 긴 해상보도교 '스카이워크'
해안 산책로 이어지는 화려한 야경 만끽
식도락가도 엄지척 '설머리 물회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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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설치작품이자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체험형 조형물인 스페이스워크에 오르면 마치 우주를 걷는다는 느낌이 든다. 동해에서 불어 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멀리 포항제철소를 감상할 수 있다.

영일대해수욕장의 왼쪽 끝, 나지막한 동산의 푸른 우듬지 위로 스페이스워크가 번쩍번쩍 빛난다. 동산 아래는 횟집들이 조르르 붙어 선 설머리 물회 지구다. 해안로를 따라가면 영일만의 북동쪽 끝자락인 용덕갑 아래에 스카이워크가 바다 위를 꿈처럼 선회한다. 3㎞ 남짓한 영일만의 북동 해안선은 몇 해 전만 해도 참 한적했다. 작은 포구 마을과 넓은 덕장과 햇살에 흔들리는 해녀들의 검은 물옷이 눈길 가닿는 풍광의 전부였던, 그런 아름답고 조용한 해안이었다. 지금 이곳은 수많은 사람들로 시끌벅적 뜨겁다. 사람들은 하늘을 헤치며 걸어 올라가고 바다 위를 유유히 산책한다. 그리고 뜨거워진 몸과 마음을 차가운 물회 한 사발로 호로록 식힌다. 식도락과 관광·문화와 역사가 함께하는 이곳은 포항의 핫 플레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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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해맞이공원에 자리한 포항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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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워크에서 바라본 설머리 물회지구.

◆환호해맞이공원 스페이스워크

옛날 정월대보름이면 마을 주민들이 모두 올라가 달을 보며 불놀이하던 나지막한 동산은 지금 환호해맞이공원이다. 포항시와 포스코가 손을 잡고 1996년부터 개발을 시작하여 2001년에 완공한 포항 최초의 대규모 공원이다. 전체 51만4천800㎡(15만6천여 평)에 녹지가 7할쯤 된다. 이 넓고 푸르른 공간에 시립미술관이 들어서 있고 중앙공원·물의공원·해변공원·전통놀이공원·체육공원·어린이공원 등 여섯 가지 주제의 소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영일만을 바라보는 해안절벽은 새벽 영일만에 스며드는 일출을 조망하는 데 최적인 전망대다. 산책로를 따라 오른다. 길은 두 가지다. 물의 공원 방향으로 가면 숲의 향기 가득한 오솔길이다. 미술관 방향으로 가면 포장도로를 따라 멋진 설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미술관 주변은 커다란 야외 미술관으로 세계적인 거장 이우환의 작품 '관계항(Relatum)'도 접할 수 있다. 포스코에서 생산된 대형 철판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포항의 이미지를 예술적으로 승화시켰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렇게 10여 분 정도 오르면 먼저 비명에 가까운 감탄사가 들려온다. 그리고 거리낌 없이 하늘을 휘젓고 있는 스페이스워크와 마주한다.

스페이스워크는 거대한 설치작품이자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체험형 조형물이다. 독일 뒤스부르크 앵거공원에 있는 롤러코스터 스타일의 '타이거 앤드 터틀-매직 마운틴'을 본떠 만든 이 조형물은 독일 출신의 건축가이자 설치미술가인 하이케 무터·울리히 겐츠 부부가 설계했다. 스페이스워크라는 이름은 마치 우주를 걷는 느낌을 준다는 의미에서 명명되었다.

모습부터가 압도적이다. 포스코 철강재 317t을 사용해 조형된 거대한 곡선이 가로 60m·세로 57m·높이 25m 규모로 요동친다. 거대하고 스릴 넘치게 만들어져 있다 보니 안전에 대한 규제도 엄격하다. 진도 6.5의 지진에 견딜 수 있게 설계됐으며 강우나 강풍이 8m/s 이상이면 출입할 수 없다. 인원도 150명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110㎝ 이하의 어린이는 이용할 수 없고 만 12세 이하는 보호자와 함께 오를 수 있다. 전체 길이는 333m다. 계단 개수 717개, 지지 기둥 25개 이른다. 333m라는 길이는 포항의 상징인 3S, 즉 철(Steel)·빛(Science)·바다(sea)를 의미하며 포항시와 포스코 그리고 포항시민의 협력·상생·미래를 상징한다.

영일대해수욕장은 물론 환호공원과 포스코까지 훤히 보이는 뷰는 상당히 감동적이다. 해가 지면 조명이 켜지면서 영일만 너머 포스코의 불빛과 함께 화려한 불빛축제를 연출한다. 포항시와 포스코는 기획단계부터 함께 참여했으며 2019년 6월 국제공모를 통해 하이케 무터 부부를 선정했다. 부부는 설계에 앞서 직접 포항을 3차례나 방문해 조형물이 들어설 장소와 주변과의 경관을 고려하는 등 포항의 문화와 시민들의 특성을 반영한 8개의 디자인을 제안했다고 한다. 지금의 스페이스워크는 국내 조형·건축·미술전문가와 포항시·포스코·시민위원회 등이 이들 디자인 가운데 최종적으로 선정한 작품이다.

바람에 스페이스워크가 흔들리면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실제로 되돌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루프구간 꼭대기에 까치집이 보인다. 새끼가 있는지 어미새가 먹이를 물고 날아든다. 스페이스워크는 코로나19 속에서도 개장과 동시에 단숨에 포항시의 랜드마크가 되었으며 일명 '인생 샷 성지' 또는 '인증 샷 핫플'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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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를 걷는 스카이워크는 전국에서 가장 긴 해상 보도교다.

◆여남 끝 마을 스카이워크

환호공원에서 해안로를 따라가면 환호동 포구 지나 여남동이 시작되고 여남 방파제를 만나면서 도로가 끝이 난다. 작고 아담한 이 포구마을은 길 끝에 자리해 여남 끝 마을이라 불린다. 다소 삭막하던 마을은 2017년쯤 눈에 띄게 달라졌다. 도시경관사업의 일환으로 마을이 단장되고 알록달록한 벽화가 마을을 수놓으면서 사진 맛집으로 소문이 났다. 포항시 해양산업과와 여남동 주민단체·한동대 디자인연구소 등이 힘을 모은 결과다. 용덕갑에 기대어 조금씩 높아지는 고샅에는 '꿈꾸길'과 '생각하길'과 '상상하길'이 선잠처럼 흩어져 있고 방파제 끝 빨간 등대 아래에는 색색의 테트라포드가 꿈에 젖어 있다.

방파제 너머에는 바다 위를 걷는 스카이워크가 있다. 지난 4월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스카이워크는 개장과 동시에 포항의 새로운 핫 플레이스로 순식간에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스카이워크는 평균 높이 7m, 총길이는 463m에 이르는 전국에서 가장 긴 해상 보도교다. 바닥이 투명한 특수유리로 제작돼 마치 바다를 걷는 듯하고 총 세 군데 출입구가 해안 산책로와 연결돼 있어 바다와 육지를 넘나든다.

특히 이곳 해안은 전국에서 유일한 돌피리 산지이며 국제적으로도 손꼽히는 천연 돌피리 산지로 알려져 있다. 돌피리는 조개에 의하여 구멍이 난 천연 구멍돌로 고대 사람들은 고래를 부르는 피리로 이용했다. 처음에는 여남마을에서 죽천마을까지 1.5㎞의 해안도로를 건설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돌피리 해안을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현재의 스카이워크를 놓고 죽천해수욕장까지 1.4㎞의 해안산책로를 조성하게 된 것이다. 지난 6월부터는 야간운영을 시작해 포스코까지 이어지는 화려한 야경을 만끽할 수 있게 됐다. 해가 지면 스카이워크의 경관조명과 해안산책로를 따라 해안옹벽에 설치된 조명들이 일제히 불을 밝힌다.

◆설머리 물회지구

환호해맞이공원 아래에는 두무치·이내리·설머리라는 오래된 이름의 촌락들이 하나 되어 해안선을 따라 차례로 이어진다. 하천이나 골을 사이에 두고 나눠졌던 마을의 경계는 사라진 지 오래되었고 이제 이곳은 포항을 찾은 관광객들이 물회를 맛보기 위해 가장 많이 찾아오는 '설머리 물회지구'다. 이곳은 약 5년 전만 하더라도 포항 시민들만 아는 횟집거리였지만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우수 외식업지구대상에 선정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거리 초입에 '설머리 물회지구'를 알리는 조형물이 서 있다. 횟집이 밀집한 특성에 맞게 물고기 머리 모양을 '회'자 글자로 형상화한 로고가 독창적이다. 바닷바람과 돛을 형상화한 조형물 '바람결'도 있다. 횟집의 이름과 위치를 알려주는 안내지도 사인물은 투명한 재질에 위치만 간단히 점과 선으로 표시해 영일만의 경치를 가리지 않도록 했다. 설머리 물회지구의 안내 조형물들은 한동대 디자인 연구소의 작품으로 2019년 독일 IF디자인 어워드에서 본상을 수상했다.

물회 거리 곳곳에서 두무치라는 이름을 볼 수 있다. 두무치마을 화장실·두무치 공영주차장·두무치 옛마을이라 새겨진 표지석까지. 영일대해수욕장을 포함하고 있는 두호동 이름이 두무치에서 비롯되었다. 옛날 두무치는 만호영이 있는 포항의 관문이었다. 고려 우왕 13년인 1386년에 수군만호진을 설치해 조선 시대 초 흥해의 칠포로 옮길 때까지 약 130년간 동해안의 왜군 방어 진지로 기능했다.

또한 두무치 서쪽인 창포동 마장골에는 마장지가 있다. 조선 시대 말을 방목했던 곳으로 창포지라고도 불린다. 지역민들에게 봄날의 벚꽃 명소였던 창포지는 풍부한 수변식생과 목재 데크로드가 어우러진 힐링 장소로 최근 포항의 신진 핫 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다. 창포지 남쪽에 도시 숲이 있다. 도시 숲은 철길 숲으로 이어진다. 오늘날 포항의 핫 플레이스들은 지나간 역사 위에 눈부신 윤슬로 앉아 선형으로 흐른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포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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