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 질환보다 증상으로 봐야…혈액 감소 근본 원인 치료 필요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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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19  |  수정 2022-07-19 07:30  |  발행일 2022-07-19 제16면
운동 후 또래보다 숨 찬다면 의심해야…어지럼증 등 증상 발현은 심각 수준

혈액 내 헤모글로빈 수치 감소로 인체에 충분한 혈액 공급되지 못해 발병

철결핍·위궤양·혈액암·위장관출혈 등 실혈 야기하는 문제 찾는 것이 우선

빈혈, 질환보다 증상으로 봐야…혈액 감소 근본 원인 치료 필요

40대 후반의 직장인 A씨는 요즘 상가 건물 2층 정도만 계단으로 올라도 숨이 차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한다. 예전보다 가슴이 답답하다고 느끼거나, 두근거림 등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증상도 자주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이내 증상이 완화되는 탓에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빈혈을 쉽게 보지 말라"고 경고한다. 빈혈은 각종 원인으로 인해 혈액 내 헤모글로빈 수치가 감소해 인체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해 나타난다. 계단을 한꺼번에 여러 개 오르거나 조깅, 등산 등의 운동을 할 때 평소보다 또는 주위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보다 숨이 더 가쁘다는 것을 느낄 경우 빈혈을 의심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했다. 또 어지럼증, 손발저림, 몸이 붓는 등의 전형적인 증상은 빈혈이 많이 진행되거나 심각할 정도로 급속하게 진행될 때에 생기는 만큼 곧바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빈혈은 피검사로 확인이 가능하다.

◆빈혈이란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혈액질환인 빈혈은 적혈구의 혈색소 농도가 남성은 13g/㎗, 여성은 12g/㎗ 미만일 때로 정의하고 있다. 2020년도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표된 논문을 보면, 6만~7만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빈혈의 환자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여성이 12.2%로, 남성(2.5%)보다 5배 정도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 또 만 10세 이상 인구의 빈혈 유병률은 7.3%,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유병률은 14% 정도로 고령자에게서 2배가량 더 많이 확인됐다.

빈혈의 주요 증상으로 어지럼증, 가슴 답답함, 두근거림, 두통, 소화불량 등 여러 증상이 있을 수 있다. 적혈구가 몸 안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서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적혈구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몸 안에 산소를 공급하는 기능인데 빈혈이 있으면 이런 기능에 문제가 발생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또 빈혈이 심하지 않으면 평소에는 큰 문제 없이 지낼 수 있다. 하지만 계단을 오르거나 운동을 하는 경우 산소요구량이 몸 안에서 늘어나면서 산소가 부족한 결과가 생겨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느낄 수 있다. 빈혈이 심하면 일상생활에서도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빈혈은 왜 생기나

빈혈이 생기는 원인은 위장관출혈과 같이 우리 몸 안에 피가 많이 빠져나가거나 사고에 의해 출혈이 발생해 피가 부족해져서 발생할 수 있다. 또 우리 몸 안의 피를 만드는 주요 기관인 골수에서 혈액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서 생길 수도 있다. 몸 안의 골수 부분에서 피를 만들려면 피를 만들기 위한 각종 구성 성분인 철분이나 여러 미량 원소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영양 섭취에 문제가 있으면 기본적인 구성 성분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고, 결국 빈혈을 일으키게 된다.

철분은 비타민과 같이 인체에서 중요한 생리작용을 담당하는 성분이다. 주로 근육세포 형성, 신진대사 보조, 신경전달물질을 활성화하고 간 해독 과정에도 도움을 주며, 적혈구를 생성할 때 주요 구성 성분으로 차지하고 있다. 우리 몸 안에 철분은 4% 정도이고, 그 철분의 60%가 혈액 속에 있다.

철결핍도 빈혈의 원인 중 하나다.

이런 빈혈의 경우 철분을 보충하면 빈혈이 해결될 수는 있지만, 철결핍이 발생한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다시 말해 철분을 보충하더라도 급한 불만 끄는 것일 뿐 근본적인 빈혈 치료는 되지 않는 것이다. 특히 다양한 빈혈의 원인 중 철결핍으로 인한 빈혈이 전체 빈혈의 약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외에 나머지는 만성질환이나 적혈구를 만들 때 필요한 구성 성분들이 부족한 경우, 백혈병·다발골수종 그리고 골수이형성증과 같은 혈액암 등의 다른 혈액질환으로 인해 피를 만드는 데 문제가 있어 빈혈이 생긴다. 또 위장관출혈, 여성의 경우 생리의 양이 아주 많을 때에도 빈혈이 발생할 수 있다.

비타민 B12나 엽산이 부족해도 빈혈이 생길 수 있다. 비타민 B12나 엽산을 섭취하더라도 몸 안에서 흡수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경우 빈혈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위궤양이나 위암 등으로 인해 위절제 수술을 한 경우에는 비타민 B12를 흡수하는 부위가 수술로 인해 완전히 제거되면 몸에서 제대로 흡수할 수 없다. 이럴 때는 음식이나 비타민을 경구로 섭취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백혈병은 몸 안에서 혈액을 생성하는 골수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므로 이로 인한 증상 중 하나로 빈혈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혈액암인 다발골수종의 주요 증상 중 하나가 빈혈이다. 고령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혈액암의 유병률이 증가하는 추세인데 고령 인구의 경우 빈혈과 관련된 증상은 있지만 일반적인 빈혈검사에서 특별한 게 없다면 다발골수종, 골수이형성증과 같은 혈액암과 관련된 검사를 통해 종종 혈액암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있다.

◆어떻게 치료하나

빈혈 진단을 받게 될 경우 빈혈을 일으키는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빈혈 자체가 하나의 질환이라기보다는 빈혈은 어떤 문제로 인해서 발생하는 증상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빈혈을 야기한 원인을 찾아 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위궤양으로 인해 실혈(失血)이 있다면 위궤양을 치료하고, 암이 있어서 실혈이 있다면 그 암을 먼저 치료하면 자연스럽게 빈혈이 치료될 수 있다.

또 치료를 위해 수혈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위궤양이나 암 등으로 위장관출혈이 심해 혈색소 농도가 7~8 이하인 것이 확인될 경우 수혈이 필요하다. 수혈을 하면 인위적으로 적혈구를 넣어주는 것인 만큼 빈혈로 인해 발생하는 증상이 많이 좋아질 수 있다. 또 빈혈이 있는 환자가 출혈 위험이 높은 수술을 할 경우 수술 이전에 미리 수혈을 하고 수술을 진행하기도 한다.

대구파티마병원 이상환 과장(혈액종양내과)은 "빈혈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쉽게 관찰되고, 심한 경우 의식소실 및 뇌손상, 기타 장기손상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그런 만큼 빈혈증상이 있을 경우 가볍게 넘기지 말고, 검사를 통해 빈혈 원인을 찾아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이상환 대구파티마병원 혈액종양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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