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부터 바닷길까지, 포항 힐링로드 .4] 포항 크루즈…1.3㎞ 물길따라 낭만따라 유유히 흐르니 드넓은 바닷길과 만남

  • 류혜숙 작가
  • |
  • 입력 2022-07-25   |  발행일 2022-07-25 제11면   |  수정 2022-07-25 07:18
샛강으로 섬이 된 송도·해도·죽도
운하의 어제와 오늘 '포항 운하관'
산책로·먹거리·즐길거리 가득 활기
영일만이 품은 천혜 항구 동빈내항
내항 노점상 모여 생긴 죽도시장
국내 첫 부력식 '캐릭터 테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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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준공된 포항운하의 폭은 13∼25m, 길이는 1.3㎞다. 운하 주변으로 공원이 조성되었고, 물길과 함께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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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함에서 바라본 동빈내항. 동빈내항은 신라시대 때부터 황포돛배와 나룻배가 오가던 포구다.

선착장을 떠난 배는 형산강 강변대로의 해도교 아래를 천천히 통과한다. 낮고 어둑한 해도교가 품고 있는 수문을 곁눈으로 바라본다. 수문은 2013년 10월10일 최초로 열렸다. 그 순간, 열린 수문 속으로 동해로 직진하던 형산강물이 '콸콸' 쏟아져 들어왔다. 포항운하의 시작이었다. 다리를 지나면 운하가 시작된다. 잔잔하던 운하의 수면이 배의 등장에 요동치고 뜨거운 대기에 촉촉한 기운이 퍼진다. 물길과 함께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흐른다. 유쾌하거나 예쁘거나 놀라운 스틸아트 작품들을 스쳐 지나간다. 구릿빛의 건장한 장사가 역기를 번쩍 들고 있다. "저 장사는 평생 역기를 한 번도 내려놓은 적이 없죠. 최고의 장사예요." 해설사의 재담에 와하하하 웃음이 터진다. 물길 따라 크루즈 타고 포항을 달린다.

◆포항운하

승객들은 선실에 앉아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좌로, 우로 움직인다. 몇몇 사람은 뱃고물에 서서 종내 뒤따라오는 물거품과 소실점으로 멀어지는 포스코의 굴뚝을 바라본다. 물의 깊이는 1m50㎝ 정도. 물에 빠지면 그냥 걸어 나가면 된다. 운하의 폭은 13∼25m다. 손을 뻗으면 양옆의 길에 닿을 것만 같다. 물가 양쪽에는 고만고만한 높이의 오래된 집들과 반짝거리는 새로운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환한 벽면에서, 까만 창가에서, 돌아서는 모퉁이에서, 벽화들이 빵긋 고개를 내민다.

운하의 오른쪽은 송도동이다. 왼쪽으로는 해도동을 지나 죽도동이 이어진다. 송도·해도·죽도, 이들은 아주 옛날 섬이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춰나가기 시작했지만, 1960년대 후반까지 여전히 논과 염전과 갈대밭이 펼쳐진 습지의 모습이었다. 그때 포항운하는 형산강의 샛강이었다. 샛강은 송도·해도·죽도를 섬으로 만들었고 동시에 동빈내항과 형산강 그리고 바다를 연결해 주었다. 혈관과 같은 물길을 타고 뭍 생명들과 물자가 흘렀다. 그러다 1968년 포항제철이 건설되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인구가 급속도로 유입되었다. 주택 수요가 늘어나자 샛강은 차츰 매립되어 마을이 되었다. 특히 포스코와 시가지를 연결하는 길목에 자리한 해도동은 포스코 및 철강공단의 배후 주거단지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샛강이 사라지자 동빈내항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악취가 났고 점차 항구로서의 기능도 잃어갔다.

2012년 5월, 샛강을 되살리기 위한 운하개발 및 형산강 하구 복원 공사가 착공되었다. 2013년 부분개통으로 수문이 열렸고 2014년 1월 포항운하 1.3㎞가 마침내 준공되었다. 운하 주변으로 공원이 조성되었고 형산강 변 운하의 입구에 '포항 운하관'이 들어섰다. 운하관의 홍보관에서는 포항과 동빈내항과 운하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준다. 그곳에는 물길 위에 터를 잡고 살았던 1천200여 명의 이름도 하나하나 새겨져 있다. 그들은 물길의 복원과 함께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

물길이 이어지자 무엇보다 항구가 다시 숨쉬기 시작했다. 철새가 날아들고 물고기 떼가 나타났다. 뿔논병아리·논병아리 등 도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철새들의 모습도 간간이 포착됐다. 해도동에는 포항운하와 연계해 '해동로 7080테마거리'가 조성되었다. 해동로는 과거 1970∼80년대 포스코 근로자들이 자전거로 출퇴근하던 길이다. 아침저녁으로 자전거 물결로 성황을 이뤘던 거리는 도심 슬럼화와 함께 침체됐었다. 포항시는 인도와 차도를 정비하고 버스킹 무대를 설치하는 등 옛 명성과 활기를 되찾기 위해 힘썼다. '해도동 7080테마거리'는 이제 곧 '새록새로(路)'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조형물을 설치하고 대표 먹거리를 개발하는 등 테마 거리를 보다 활성화시켜 볼거리·즐길거리·먹거리가 있는 특화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송림교를 지나고 송도교를 지난다. 다리 밑 그늘에 사람들이 앉아 있다. 이제 운하의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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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 수 약 1천200개에 달하는 죽도시장은 포항 최대 규모 전통시장이며 경북 동해안 일대 농수산물의 집산지인 동시에 유통의 요충지다.

◆동빈내항

운하의 끝은 동빈내항으로 이어진다. 형산강 물길이 막히면서 '똥물' 소리를 듣던 내항의 물은 이제 시리도록 파랗게 하늘을 비춘다. 동빈내항은 신라시대 때부터 황포돛배와 나룻배가 오가던 포구다. 영일만 안쪽 깊숙이 들어와 예부터 천혜의 항구였고, 한때 포항의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동해안의 대표적인 항구였다. 포항제철의 건설은 동빈내항이 국제항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물량을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다. 곧 신항이 건설되었고, 동빈내항은 구항으로 물러났다. 지금은 구룡포항이 어항의 핵심기능을 담당하고, 물류기능은 포항신항과 영일만항이 맡고 있다. 이제 동빈내항은 소형 어선들이 드나드는 항구지만 해경함·군함·연구함·화물선·어선 등 아주 다양한 배들이 정박해 있다.

왼쪽으로 죽도시장이 보인다. 죽도는 갈대가 우거져 갈대섬이라 불렸다. 광복 후 배고프던 시절, 갈대 무성한 내항의 습지대에 하나둘 노점상들이 모여들면서 죽도 시장이 생겨났다. 이후 포스코가 들어서면서 시장은 엄청나게 커졌다. 지금 죽도시장은 점포 수 약 1천200개에 달하는 포항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이며 경북 동해안 일대 농수산물의 집산지인 동시에 유통의 요충지다.

생선전이 가장 유명하지만 그 외에 의류와 채소·과일·가구류·일용잡화 등의 도매와 소매도 이루어진다. 큰 거리를 중심으로 비교적 규칙적으로 작은 골목이 뻗어 나가 어시장 구역, 농산물거리와 먹자골목·떡집골목·이불골목·한복골목 등이 조성되어 둘러보기도 쉬운 편이다. 수협 위판장을 중심으로 횟집 골목에는 200여 개의 횟집이 밀집되어 있다. 골목골목에 가득 찬 활기가 동빈내항을 들썩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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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개장한 캐릭터 테마파크에는 터닝메카드 등 어린이가 좋아하는 다양한 캐릭터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오른쪽으로는 국내 최초의 부력식 해상공원인 캐릭터 테마파크가 펼쳐진다. 2017년 여름에 개장한 공원은 캐릭터 테마파크라는 이름에 걸맞게 터닝메카드와 헬로 카봇·소피루비·가스파드 앤 리사 등 어린이가 좋아하는 다양한 캐릭터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또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너른 광장과 파고라·음악분수·공연장·운동기구 등도 마련되어 있다. 밤에는 화려한 조명이 빛난다. 아이들은 음악분수에서 울려 퍼지는 뽀로로나 겨울왕국 노래를 따라 부르며 뛰어다닌다. 포항 캐릭터 테마파크는 아이도 어른도 환상적인 동심의 세계를 누릴 수 있는 가족형 놀이공간이다.

동빈 큰 다리를 지나자 정박된 배들 사이에 포항함이 우뚝하다. 포항함은 2010년 서해에서 피격 침몰한 천안함의 원형모델로 1984년 취역해 250여 회의 출동임무를 수행했고, 1986년에는 북한 무장선박을 침몰시키는 전공을 세우기도 한 군함이다. 25년 만인 2009년 퇴역해 동빈내항에서 영원한 휴식 중이지만 그 위용은 대단하다. 매년 천안함이 피격된 3월26일에는 46인의 용사를 기리는 추념식이 열린다고 한다.

작은 조선소를 지난다. 승객들은 내항의 양안을 살피느라 몸과 눈이 바쁘다. 땅의 가장자리를 따라 늘어서 있는 수많은 건물과 물의 가장자리를 따라 정박되어 있는 수많은 배를 바라본다. 소리 없는 활기와 눈이 휘둥그레지는 소란과 위풍당당한 힘들과 저마다의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질서가 쩌렁쩌렁 울린다.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삶의 긍지를 느끼게 하는, 기막히게 멋진 모습이다. 갈매기들이 기세 좋게 쫓아온다. 해양수산청과 여객선 터미널, 활어 위판장을 지나며 꽃봉오리 같던 내항이 점점 펼쳐진다. 흰 등대 아래에 누군가 하늘을 떠받치듯 누워 낮잠을 잔다. 등대를 기점으로 내항은 끝이다. 배가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큰 바다를 가로지르고 형산강을 거슬러 운하관 선착장으로 간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포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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