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찰의 물리력 사용과 시민의 변화된 인식

  • 신성훈 대구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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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24   |  발행일 2022-08-24 제25면   |  수정 2022-08-24 08:03

[기고] 경찰의 물리력 사용과 시민의 변화된 인식

경찰 출동 현장에서 권총이나 테이저건이 사용된 경우 언론의 비난 보도 유무와 시민들의 여론을 우선 살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정당하게 물리력을 사용한 경우에도 현장 조치에 작은 실수가 있었다면 경찰은 사건이 보도되지 않도록 보안 유지에 급급했고, 출동 경찰관들은 현장에서 고생하고도 칭찬 한번 받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경찰 경력 20년 이상의 경찰관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까운 동료의 마음고생을 옆에서 지켜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경찰의 과도한 물리력 사용을 비난하기보다는 무력한 대응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져 출동 현장에서 경찰 조치가 엄정하게 되었는지를 우선 살펴보고 있다. 우리 사회에 흉악한 범죄가 늘면서 경찰관이 보다 확실하게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달라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

흉기를 든 범인이 흉기를 내려놓지 않는 경우 경찰관들은 언제라도 테이저건을 쏘거나 삼단봉을 쓸 준비를 하고 있다. 대구경찰청에서도 흉기를 들고 시민들과 경찰관을 위협하다 테이저건을 맞고 검거된 사례가 올해에만 5건이 넘는다. 흉기 범죄에는 엄정 대응한다는 기조에 따라 물리력 사용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최근에는 경제적인 문제나 정신적인 문제로 흉기를 든 자살 기도자가 많아 대처가 조심스럽다. 자살기도자 및 주변인의 보호, 출동 경찰관과 119구급대원의 안전을 위해 부득이 테이저건을 이용해 제압한 후 안전하게 구호 조치를 하는 예가 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도 흉기 범죄만큼은 경찰관의 물리력 사용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하지만 물리력 사용은 언제나 과도한 행사로 비난받을 소지가 있어 현장 경찰관들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관은 무전을 통해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어느 정도 대비를 하지만 그야말로 현장은 시시각각 변하고 늘 변수가 있기 마련이다. 경찰 물리력은 순간적인 판단과 즉각적인 행동을 통해 행사되므로 단순하고도 적정한 기준이 적용돼야 하는데, 그 기준은 시민과 경찰관의 안전에 대한 위협이다.

경찰관이 출동했을 때 그 대상을 불문하고 폭력, 위협행위, 흉기 난동이 있는 경우 즉시 물리력이 행사돼야 하고, 이는 제압하는 경찰관이 현장 상황을 종합판단해 선택할 문제다. 경찰관 개개인의 능력과 피의자 개개인의 힘과 난폭함, 주취 정도, 흉기 유무, 위험성 등이 모두 다르므로 사전에 익힌 매뉴얼에 따른 대응이 100% 지켜지기 어려운 곳이 바로 범죄 현장이기 때문이다. 경찰관의 물리력 사용은 합리적인 판단에 따르고 비례성을 지켜야 하겠지만 급박한 상황에서의 행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찰관의 현장 판단에 대해서는 보다 넓은 이해와 용인이 있어야 한다.

범죄 현장에서의 과감한 물리력 행사는 부단한 훈련과 교육 외에도 시민들의 이해와 응원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을 가질 때 당당하게 행사될 수 있다. 흉기 범죄에 대응하는 현장 경찰관이 과감한 물리력을 주저 없이 행사할 수 있도록 응원과 격려의 분위기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만 경찰관도 물리력 사용에는 늘 신중해야 하고 이와 관련한 교육은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물리력 사용은 상대방의 상해를 수반할 우려가 있고, 자칫 큰 실수가 있으면 그동안 쌓은 경찰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성훈(대구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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