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 카페 청송 .3] 최고의 맛과 향 자랑하는 송이버섯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 |
  • 입력 2022-08-02   |  발행일 2022-08-02 제12면   |  수정 2022-08-02 07:11
향긋한 솔내음에 쫄깃한 식감까지…청송 솔숲 품은 귀한 맛

2022080201000034400001721
산림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청송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송이 주산지다. 2020년 기준 전체 송이 생산량의 10% 이상이 청송에서 나온 것으로 추산된다. 〈영남일보 DB〉

버섯은 산야(山野)에 홀연히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색깔과 모양도 제각각이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버섯을 신비롭게 여겼다. 요정의 화신·신의 식품·불로장생의 영약 등으로 불리며 귀한 대접을 받았다. 버섯의 영양가와 약용가치에 대한 정보가 늘어남에 따라 그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독특한 맛과 향미를 가진 버섯은 다양한 식재료 중에서도 독보적인 몸값을 자랑한다. 대표적인 예가 송로버섯과 곰보버섯·송이버섯 등이다. 국내에선 유독 송이버섯이 인기가 많다. '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카페 청송' 3편에서는 전국 최고의 맛과 향을 자부하는 청송 송이버섯을 소개한다.

산악지형에 마사토 토양 '생장 최적'
생육환경 까다로워 인공재배 불가
생산량 편차 크고 개인거래 많은 편
제철 맞더라도 독보적인 몸값 자랑

郡, 올 6억 투입 송이환경 개선사업
매년 3~9월 버섯류재배과정 교육도


KakaoTalk_20220801_145435695_01
지난해 9월24일 경북 청송군산림조합에서 직원들이 송이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청송군산림조합 제공〉

◆소나무와 공생하는 송이버섯

버섯은 식물계가 아닌 균계(菌界)에 속하는 곰팡이(균류)의 일종이다. 균류는 원래 눈에 보이지 않다가 때가 되면 포자(胞子)를 만들어 번식을 시작한다. 이어 균사(菌絲)의 영양 생장을 거쳐 자실체(子實體)가 형성된다. 눈에 보이는 버섯의 갓·줄기 등이 바로 자실체다. 버섯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부터 식용으로 쓰였다.

'삼국사기'를 보면 신라 제33대 성덕왕(702~737년) 때 이미 목균(木菌)과 지상균(地上菌) 등 버섯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온다. '세종실록'에도 송이·표고·진이 등 식용버섯과 복령·복신 등 약용버섯의 주산지가 상세히 기록돼 있다.

전 세계적으로 버섯은 1만5천여 종이며 2천여 종만 먹을 수 있다. 한국에서 자생하는 버섯은 1천500여 종 정도로 알려져 있고, 이 가운데 식용은 400여 종이다. 국내에서 자라는 수많은 버섯 가운데 으뜸을 꼽자면 송이다. 주름버섯목 송이과에 속하는 송이는 다른 버섯처럼 대부분 물로 구성돼 있어 충분한 물이 공급돼야 생겨난다. 적당한 온도와 습한 날씨도 필수다. 이 때문에 매년 장마와 태풍이 지나간 가을철에 많이 생긴다. 송이는 발생 시기에 따라 여름송이와 가을송이로 나뉜다. 하지만 95% 이상은 9~10월 가을철에 나온다.

버섯은 죽은 식물체를 이용해 자라는 사물기생버섯과 살아있는 식물과 공생하는 활물공생버섯으로 나뉜다. 사물기생버섯에는 팽이버섯·목이버섯·표고버섯·느타리버섯 등이 있는데 상당수 버섯이 여기에 속한다. 반면 송이와 능이 등은 살아있는 수목에서 양분을 받아 자라는 대표적인 활물공생버섯이다.

해외에서 송이는 소나무뿐만 아니라 다른 침엽수 수종에서도 발생한다. 하지만 한국 송이는 소나무 뿌리와 함께 땅속에서 사는 독특한 버섯이다. 그래서 소나무가 죽거나 벌채되면 송이도 함께 자취를 감춘다.

송이의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인공재배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표고·느타리·목이 등 인공재배가 이뤄지고 있는 버섯류와 달리 송이는 소나무와 공생하는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또 생장에 워낙 많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점도 송이 인공재배가 힘든 이유다.

송이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수천t이 생산되고 시장 규모는 수천억 원에 이른다. 반면 자연적인 채취만 가능하다는 희소성 때문에 가격이 매우 비싸게 거래된다. 산림청의 '임산물 생산조사'에 따르면, 2020년 전국에서 생산된 버섯은 1만9천372t이다. 이 가운데 표고(1만8천468t)가 대부분이고, 송이는 117t으로 전체 생산량의 1%에도 못 미쳤다.

청송군임산물대학3
지난 5월16일 청송군임산물대학 수강생들이 현장 실습을 하고 있다. 〈청송군 제공〉

◆산림 비율 81.3% '송이 주산지'

청송은 전국에서 영덕군·안동시·울진군과 함께 송이가 많이 나는 주산지로 꼽힌다. 네 지역은 각각 전국 송이 생산량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송이는 기후와 산불 등에 의해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매년 생산량이 들쑥날쑥하고, 개인 간 거래가 많아 공식 집계가 어렵다. 2020년의 경우 전국 송이 생산량은 117t, 이 중 15t이 청송에서 나온 것으로 추산된다.

청송에서 송이가 많이 나는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지역보다 산이 많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한국 국토 1천4만㏊ 가운데 산림(임야)은 633만5천㏊로 63.1%를 차지한다. 청송은 전체 면적 8만4천612㏊ 가운데 산림 비율이 81.3%(6만8천789㏊)로 매우 높은 편이다. 송이는 산의 해발고도보다 지형 등에 따라 생산량이 결정되고, 대개 산의 중턱 이상에서 많이 나온다. 높은 산은 없지만 전반적인 산악지형인 청송에서 송이가 많이 나는 이유다.

청송의 자연환경도 송이가 자라기에 알맞다. 송이 발생 적당 지중온도는 19.5℃ 이하며, 31℃가 넘으면 균사체가 죽는다. 강수량이 적당해야 하고 습도도 어느 정도 높아야 한다. 또 송이는 척박하지만 배수가 잘되는 마사토 같은 토양에서 잘 자란다. 청송이 갖고 있는 자연환경과 거의 일치한다.

송이는 다른 버섯에 비해 향과 맛이 뛰어나다. 또 비타민D가 풍부하고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으로 성인병 예방 효과도 있다. 송이에 포함된 식이섬유는 콜레스테롤과 담즙산에 달라붙어 함께 배설되기 때문에 고지혈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고혈압·비만·심장병 등에 좋고 항암물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이는 쫄깃쫄깃 씹히는 맛과 특유의 향을 갖춰 식용뿐만 아니라 말린 뒤 약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특히 청송 송이는 다른 지역 송이보다도 향이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강원도와 경북의 다른 지역은 송이 채취량이 많이 줄었으나 청송은 생산량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청송군은 송이 주산지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에만 6억2천만원을 들여 송이환경개선사업 및 산림작물생산단지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 매년 3~9월 청송군임산물대학을 운영하며 버섯류 재배 과정 등을 교육하고 있다.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전 영남일보 기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