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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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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동언론 발표를 통해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방한 일정 중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전화 통화를 하고 양국 간 포괄적 전략동맹을 발전을 위해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다만 펠로시 의장을 비롯한 미국 의장단과 휴가 중인 윤 대통령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측은 "우리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은 오후 2시30분부터 40분간 펠로시 하원의장과 배석한 하원의원 5명, 그리고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까지 원 플러스 식스(1+6) 전화 회담을 가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배석한 다섯 명의 미국 하원 측 관계자는 그레고리 믹스 하원 외무위원장, 마크 타카노 하원 보훈위원장, 수잔 델베네 하원의원,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하원의원, 앤디 킴 하원의원이다. 전화 회담에서는 외교와 국방, 기술협력, 청년, 여성, 기후변화 등 이슈를 두고 윤 대통령과 배석자간 일대일 논의가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 등 배석자 전원과 일대일로 통화하면서 예상보다 통화 시간이 길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은 지난 5월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약속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앞으로 발전시키는데 미국 의회와도 긴밀히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며 "펠로시 의장 일행의 공동경비구역 방문이 예정돼 있어서 대통령은 이 방문이 한미간 강력한 대북억지력 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 일행의 아시아 순방이 끝까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되길 기원하며 배석한 하원 의원들에게 지역구에서 우리 한인들에 대한 각별한 배려를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통화에서는 외교·국방, 기술 협력, 청년, 여성, 기후변화 등 여러 현안에 대해 한미 양측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 사이 대만 문제 논의가 있었는지에 대해 "그 이야기는 상대방이 꺼내지 않았다. 우리도 꺼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이날 전날 펠로시 의장의 입국 시 우리 정부나 국회 관계자들이 자리하지 않으면서 '외교적 결례' 논란이 제기됐으나 대통령실 측은 "미국 측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영범 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측이 영접을 사양해 우리 국회 의전팀이 공항 영접까진 하진 않는 것으로 양측 간 양해와 조율이 된 상황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최 홍보수석은 "펠로시 의장 방한에 따른 공항 영접을 비롯한 제반 의전은 우리 국회가 담당하는 것이 외교상·의전상 관례"라며 펠로시 하원의장에 대한 의전 주체는 국회임을 분명히 했다. 이어 "확인해보니 국회 의전팀이 (공항에 나가) 영접하려고 했지만 미국 측이 늦은 시간, 더군다나 공군기지를 통해 도착하는 점을 감안해 영접을 사양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과 직접 만나지 않은 것은 물론 이같이 외교적 결례 논란까지 불거지자 중국과 관계를 고려한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즉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국·중국 간 갈등이 재차 고조된 상황 등을 감안해 만남 및 의전 협의 등을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펠로시 의장의 방한 시 윤 대통령의 만남 여부에 "2주 전 양해가 구해졌다"면서 "펠로시 하원의장 대만방문은 (우리 만남 타진 이후) 약 1주일 뒤에 결정됐다. 따라서 우리가 만나지 않은 것은 중국을 의식해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 수석도 "대통령이 안 만나는 것이 중국 의식한 것 아니냐는 전화도 받았지만, 우리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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