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쌀 판매 활성화 간담회? "기업체에 부담만 떠넘겨"…'땜질 처방' 비판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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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09 15:51  |  수정 2022-08-09 19:03  |  발행일 2022-08-10 제9면

구미 쌀 판매 활성화를 위해 개최한 기업인 간담회가 오히려 '기업에 부담 떠넘기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이 아닌 '땜질 처방'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지난 8일 구미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구미시·구미상의 주최로 '구미 쌀 판매 활성화 간담회'가 열렸다. 구미 쌀 판매 촉진 방안을 모색해 쌀 재고 증가 및 쌀값 하락으로 어려움에 처한 농가를 돕자는 취지다. 현재 구미에는 지난해 수확한 쌀(조곡) 7천t이 재고로 있다. 구미시와 농협이 16억4천만원을 지원해 쌀을 특별 할인가로 판매할 계획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국회의원·시장·시의원 등 정치인과 농협 관계자가 참석했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LG계열사·코오롱인더스트리·SK실트론·도레이첨단소재·LIG넥스원·한화·원익큐앤씨 등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소재한 대·중견기업 관계자 다수가 참석했다.

하지만 간담회에선 쌀 소비를 사실상 기업에 떠넘기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주최 측은 기업체 관계자들에게 제공된 유인물에 업체별로 쌀 구매 수량을 기록한 후 제출하라며 압박했다. 쌀을 구매하면 기업체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발언도 나왔다. 때문에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체 관계자들이 난처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 기업체 관계자는 "농민의 어려움을 알고 간담회의 취지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본사와 상의해야 하는 등 회사마다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있는 만큼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회사의 적정 쌀 소비량보다 훨씬 많은 양을 구매하라고 하니 난감하다. 기부용으로 구매하더라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 사이에선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모 대기업 관계자는 "쌀 소비량이 갈수록 줄어드는 만큼 이 문제는 향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농협이 쌀 수매를 조절하거나 지자체가 쌀 가공 공장을 건립하는 등 근본적인 쌀 소비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간담회 참석자는 "기업을 적극 지원해서 일자리를 늘려 경제를 활성화 시켜야 하는데 오히려 기업에 부담만 주고 있다. 구미가 정말 기업 하기 좋은 도시가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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