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단순한데 재밌다…'MZ세대 콘텐츠' 열풍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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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11   |  발행일 2022-08-11 제15면   |  수정 2022-08-11 07:23
자신만의 캐릭터 확실한 스타 모여
솔직한 입담과 통통 튀는 퍼포먼스
익숙한듯 이색적 포맷으로 흥행몰이
웹툰·웹소설 등 원작 콘텐츠도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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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를 겨냥한 콘텐츠들이 인기다. TV를 켜지 않고도 일정한 시청 루틴을 만들 수 있는 단순하지만 재밌고 명확한 메시지를 품고 있는 콘텐츠들이 자신의 취향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성향과 맞물리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MZ세대들은 주로 새로운 경험과 재미를 추구하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OTT 등 온라인 플랫폼을 즐겨 이용하는 편인데, 익숙함을 베이스로 삼은 최근 콘텐츠들이 그들과의 소통을 위해 신개념 하이브리드 상상력과 다양성을 장착하기 시작했다.

◆짧은 호흡과 단순한 스토리 선호

'노화한 제작진과 MZ세대 출연진의 맞짱(?).' 예능계 '미다스의 손' 나영석 PD와 요즘 애들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tvN '뿅뿅 지구오락실' 얘기다. 개그우먼 이은지(30), 걸그룹 오마이걸 미미(27), 래퍼 이영지(20), 걸그룹 아이브 안유진(19)으로 구성된 '뿅뿅 지구오락실'은 "난 머리에 피도 안 말랐어요"라고 당당히 외치는 이들 MZ세대로 구성됐다. 이들의 에너지를 마음껏 활용하고, 소통에 주력하기 위해 tvN '신서유기'의 여성판으로 새롭게 판을 짰다. 하지만 웬걸, 텐션 높은 그들의 기세와 비범함에 눌려 천하의 나 PD도 매번 진땀을 흘리는 중이다. 분명 익숙한 게임 포맷인데, 게임 과정에서 의견을 표출하고 타협을 시도하는 이들의 모습은 어딘가 새롭다.

SNS와 친하고, 모바일이나 카메라 사용에 익숙한 이들 네 명은 요즘 젊은 세대의 당당함을 견지한다. 서로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마주했지만, 젊은 피다운 기세로 이내 오디오가 빌 틈 없는 화려한 입담과 퍼포먼스로 서로의 거리를 좁힌다. 맏언니 이은지가 순발력 있게 중심을 잡아주면 이영지가 흥을 북돋우고, 미미와 안유진이 걸그룹다운 발랄함과 통통 튀는 매력으로 힘을 보탠다. 그 과정에서 새롭고 이색적인 것을 추구하는 MZ세대다운 에너지와 기운이 느껴진다. 알고 보니 '괄괄이'라는 별명과 함께 남다른 텐션을 보여주고 있는 이영지는 물론, 이은지와 미미는 이미 각각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확실히 구축하고 있는 스타들이다.

MZ세대를 겨냥한 작품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OTT 시대가 열리고 다양한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옴에 따라 웹툰, 웹소설, 유튜브 등 모바일 플랫폼 작품들을 원작으로 한 콘텐츠들이 MZ세대의 지속적 관심과 접근 덕에 주류로 부상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 '사내맞선' 등은 드라마의 성공이 원작 역주행으로 이어졌고, '유미의 세포들'처럼 처음부터 시즌제로 제작되거나 '술꾼도시여자들' 'D.P.'처럼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시즌2를 기약하는 등 시즌제 도입도 활발하다. 최근 MZ세대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올레tv·seezn 드라마 '신병' 역시 누적 조회 수 2억5천만 뷰를 기록한 웹툰이 원작이다.

◆MZ세대의 영상 시청 습관

영국의 더 타임스가 발표한 세대별 미디어 시청 습관과 선호 콘텐츠에 관한 설문 조사를 보면 MZ세대는 확실히 다른 세대보다 영상을 더 많이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996년 이후 태어난 Z세대는 하루 평균 7.2시간의 영상을 시청했고, 이는 X세대의 6.3시간보다 1시간가량 길다. 사람들이 하루 8시간 잔다고 가정한다면, 13세에서 26세 사이 청소년들은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을 모바일이나 스크린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이다. 콘텐츠 하나에 오래 머물러 있기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바쁘게 오가는 것도 특징이다.

할리우드는 일찌감치 이들 세대를 주목했다. 그들이 즐겨 쓰는 틱톡이 이미 모든 할리우드 신작 마케팅의 중요한 채널이 된 건 그 방증이다. '왕좌의 게임' '석세션' 등 성인 드라마로 채널 색깔을 굳혀온 HBO 역시 청소년들의 삶을 다룬 드라마 '유포리아' 등을 내놓으며 작품의 방향성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흥미로운 소식도 전해진다. 북미 영화관계자들이 전 세계 59개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영화 '미니언즈2'가 화제성을 얻고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동력으로 MZ세대를 지목했다는 사실이다. 아닌 게 아니라 영화 속에서 악당을 꿈꾸는 캐릭터처럼 정장 차림을 한 이들이 단체로 극장을 찾는 숏폼 영상이 틱톡 플랫폼상에서 유행하면서 상승세를 탔다. '#minions'라는 밈은 7월 중순 기준, 틱톡 앱에서 90억 조회 수를 기록했고, '젠틀맨(Gentleman)'과 '미니언즈(Minions)'의 합성어인 '#gentleminions'는 같은 기간 4천50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관계자들은 '미니언즈2'가 다른 영화보다 밈이나 숏폼 콘텐츠를 즐기는 Z세대에게 더 매력적인 지점들이 있다고 분석했다. 청소년들에겐 영화 '버즈 라이트이어'의 버즈 캐릭터를 흉내 내는 것보다 '미니언즈2' 캐릭터의 단순한 정장 차림을 따라 하는 게 더 쉽고, 독특하며, 발랄한 선택이란 것이다. MZ세대에게 '미니언즈2'는 그들과 소통 가능한 또 다른 놀이터였던 셈이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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