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 카페 청송 .5] 차세대 과수 복숭아, 아삭한 과육 한입 베어물면 달콤한 과즙이 입안 가득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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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16   |  발행일 2022-08-16 제13면   |  수정 2022-08-16 07:26
대봉왕 품종 청송 복숭아
최근 청송에는 온난한 기후에도 잘 자라는 복숭아를 키우는 농가가 늘고 있다. 일조량이 풍부하고 일교차가 큰 청송에서 자란 복숭아는 과육이 단단하면서도 당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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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섭·신미란씨 부부가 자신들의 과수원에서 재배하는 복숭아를 살펴보고 있다.

경북 청송군은 사과 주산지로 유명하지만 최근 다른 과수(果樹) 재배가 조금씩 늘고 있다. 대표적인 작물이 복숭아다. 맑은 물과 공기, 햇볕을 머금은 청송 복숭아는 과육이 단단하면서도 높은 당도를 자랑한다. 특히 복숭아는 미래 기후 변화에 대응할 과수로 성장 가능성이 더욱 크다. 서늘한 기후에서 재배되는 사과와 달리 복숭아는 온난한 기후에서 잘 자라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카페 청송' 5편에서는 차세대 주요 과수작물로 각광받고 있는 복숭아를 소개한다.

주왕산면 중심 복숭아 농가 늘어
일조량 풍부 자연재해 거의 없어
다른 곳 비해 과육 단단 과즙 풍부


◆온난화에 '뜨는' 청송 복숭아

"기후 변화 시대를 맞아 앞으로 복숭아가 사과를 대체하는 청송의 대표 과수가 될 겁니다."

지난 5일 청송 안덕면 문거리에서 만난 정연섭(62)씨가 강조한 말이다. 정씨는 아내 신미란(61)씨와 함께 30여 년째 과수 농사를 짓고 있다. 3만3천㎡(1만평) 규모의 과수원에서 복숭아와 사과를 절반씩 키운다. 특히 그는 '사과의 고장' 청송에서 복숭아 농사에 먼저 뛰어들었다. 그가 복숭아 나무를 처음 심은 것은 1990년대 초반. 당시만 해도 청송에는 사과 재배 농가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과수 재배 지형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터였다. 미리 변화의 흐름을 감지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는 "영천 등지에서 사과 농사를 짓던 농가들이 온난화 영향으로 청송에 많이 건너왔다"며 "이걸 보면서 앞으로 온난화가 지속된다면 사과보다 복숭아가 유망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의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실제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지난 4월13일 '온난화로 미래 과일 재배 지도 바뀐다'는 제목의 분석 자료를 내놨다. 자료에 따르면 사과는 온난화 영향으로 재배 가능지가 급격히 준다. 2070년대에는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할 수 있다. 반면 복숭아는 사과보다 더 높은 기온에서 잘 자란다. 재배에 적당한 연평균 기온이 사과(8~11℃)에 비해 4℃가량 높다.

복숭아 재배를 결심한 정씨는 다른 지역에 가서 여러 품종의 묘목을 구해왔다. 재배 기술이 앞선 농가를 찾아 노하우도 익혔다. 그는 아직도 청송 기후·토양 환경에 맞는 복숭아 품종을 찾고, 보다 효율적인 재배 방법을 익히려 애쓰는 중이다. 그가 키우는 복숭아 품종만 '단금도' 등 10여 개에 달한다. 30년 이상 복숭아 재배에 매달린 그는 현재 청송복숭아GAP사업단 회장을 맡고 있다. GAP란 'Good Agricultural Practices'의 약자로 '농산물우수관리제도'를 뜻한다. 청송복숭아GAP사업단에는 50여 복숭아 재배 농가가 가입해 있다.

그는 "청송에서 평생 농사를 지으며 어려움도 많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복숭아는 우리 가정을 지켜준 고마운 과일"이라며 "복숭아 재배 연구를 이렇게 열심히 해놓으면 나중에 다른 복숭아 재배 농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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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에서 수확한 복숭아는 크기별로 선별 과정을 거친다. <청송복숭아GAP사업단 제공>

◆늘어나는 복숭아 재배 농가

청송에서도 사과 외에 다른 과수 재배 면적이 조금씩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복숭아와 자두다. 복숭아 재배 면적은 2017년 58㏊에서 지난해 66㏊로 1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두 재배 면적도 62㏊에서 130㏊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복숭아의 경우 재배 농가 수도 크게 늘었다. 2017년 106가구였던 재배 농가 수는 지난해 157가구로 48.1% 신장했다. 복숭아 재배 농가는 재배 환경이 뛰어난 주왕산면에 몰려있다.

복숭아는 따뜻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과수다. 햇빛에 민감해 일조량이 풍부한 지역에서 생육이 좋다. 일조량이 부족하면 과실 내 당분 축적률이 떨어져 품질이 나빠진다. 특히 수확기에 비가 많이 내리면 병해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복숭아는 내습성(耐濕性)이 매우 약한 과수다. 때문에 물이 잘 빠지고 지하수위가 높지 않은 양토나 사양토에서 재배하는 것이 유리하다. 물빠짐이 나쁘면 복숭아 나무가 말라죽거나 복숭아 발육이 나빠진다. 또 복숭아는 바람이 강하면 낙과 피해가 발생해 자연 재해가 적은 곳에서 키워야 한다.

청송은 일조량이 풍부하고, 일교차가 크며 태풍 등 자연재해가 거의 없다. 더욱이 다른 지역에 비해 비도 적게 오는 편이다. 이런 이유로 청송 복숭아는 당도는 물론 경도가 높고 과즙이 많다. 청송은 '맛있는 복숭아'가 자라기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복숭아는 경제성도 높은 작물로 알려져 있다. 복숭아는 사과에 비해 일손이 조금 덜 든다. 사과와 수확시기가 달라 인력 공급도 수월하다. 또 복숭아 나무는 관리만 잘해주면 30년이 넘어도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는다.

청송에서는 조생종(6월 중순~7월 하순 수확) 복숭아는 키우지 않는다. 대신 중생종(8월 상순~중순)과 만생종(8월 중순~9월 하순)을 주로 재배한다. 주요 품종은 천홍, 천중도, 단금도 등이다.

비타민·미네랄 함유 종합영양제
장내 유해균 억제해 대장암 예방
노화까지 막는 대표적 장수 식품

◆'종합영양제' 복숭아

복숭아 원산지는 중국 화북의 산시(陜西省)성과 간쑤(甘肅省)성의 해발 600∼2천m 고원지대다. 중국에서는 옛날부터 식용과 약용 등으로 복숭아를 일찍부터 재배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지리서인 '산해경(山海經)'에 복숭아 재배기술이 실려 있을 정도다.

한국 복숭아의 재배 기원은 확실치 않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삼국사기 백제본기'에는 백제 제1대 온조왕 3년(기원전 16년) 겨울 우레가 일어나고 복숭아꽃과 자두꽃이 피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때문에 한국에서 복숭아 재배 역사는 적어도 2천년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남 밀양 금천리에서는 3천년이 지난 복숭아 핵(核)이 나오기도 했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시기인 한말(韓末)까지만 해도 국내 복숭아 과실의 크기나 품질은 다른 나라에 비해 뒤떨어져 있었다. 이후 서구문화가 유입되며 지금의 복숭아 품종과 재배 기술이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복숭아 재배는 1991년 우루과이 농업협상(UR)과 2004년 한국·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크게 감소했다가 최근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복숭아는 비타민A와 C가 많이 들어있는 알칼리성 식품이다. 펙틴질도 풍부하다. 복숭아는 단맛이 많이 나지만 실제 당분은 10% 정도로 적은 편이다. 또 섬유소, 무기질, 당분, 유기산 등 사람의 몸에 필요한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으며 단백질과 아미노산, 식이섬유 함유량도 높다. 때문에 복숭아는 대장암 예방에 좋으며, 배변을 촉진해 변비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이외에도 생체 리듬을 유지하고, 신체가 산성화되는 것을 방지해주며 노화를 억제하는 장점도 갖고 있다. 특히 복숭아는 혈중 콜레스테롤과 혈압을 낮춰주고 장내 유해균을 억제하는 등 '몸에 좋은 과일' 중 하나로 꼽힌다.

글·사진=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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