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무게 못 견딘 남평문씨본리세거지 300살 보호수 폐기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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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18  |  수정 2022-08-18 07:03  |  발행일 2022-08-18 제9면
맞은편 소봉고택 담장에 쓰러져

달성군 수습 나섰지만 회생불가

껍질은 살았어도 속은 썩은 상태

"문경호 나무를 보면 마음이 편안했는데, 너무 안타깝습니다."

대구 달성군 화원읍 남평문씨본리세거지 수호신 역할을 했던 수령 300년 넘은 보호수가 두 동강 난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 강풍 영향도 있었지만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탓이 크다.

17일 달성군과 지역주민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남평문씨본리세거지 내 위치한 높이 12m·둘레 314㎝ 규모의 보호수(고유번호 8-78·2009년 2월 지정) 회화나무가 쓰러졌다. 당시 이곳에는 많은 비와 함께 순간 풍속(시속 기준) 30㎞ 안팎의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던 상태였다.

이 나무는 하마터면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문희갑 전 대구시장 자택을 덮칠 뻔했다. 다행히 인수문고 맞은편 소봉고택의 3m 높이 담장을 무너뜨리면서 쓰러져 인명피해는 없었다.

보호수가 쓰러졌다는 신고를 받은 달성군은 즉시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나무가 회생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벌목 업체를 통해 해당 보호수를 옮겨 폐기했다.

무너진 담장은 달성군이 보호수 관리를 위해 가입해 둔 '영조물 배상공제 보험'에 따라 보상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달성군 관계자는 "이번에 쓰러진 본리세거지 회화나무는 껍질은 살아 있었지만, 속은 완전히 썩은 상태였다"며 "매년 나무 무게 중심을 낮추고자 전지작업을 하는 등 살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지만, 모진 세월의 풍파는 이겨낼 수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남평문씨 문중에 이 같은 사실을 공유했고, 보호수 터 옆에 있는 후계목을 현 보호수 자리로 옮길지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중국 주나라 사대부 무덤에 심었던 까닭에 '학자수(學者樹)'라고도 부르는 이 회화나무는 세거지 한가운데 위치해 그동안 노거수 풍모를 뽐내 왔다. 그 위세가 웅장하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좋은 곳에 터를 잡아 훌륭한 인물을 배출하는 의미로 '문경호 나무'라고 명명했다.

문경호(1812~1874)는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목화씨를 들여온 고려말 충신 삼우당 문익점의 18세손으로, 이곳에서 터를 잡고 정진법에 따라 구획을 정리했다. 이 터는 고려 대찰 인흥사 자리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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