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대한민국 교육, 어떻게 해야 변할까?(1)

  •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전교조 대구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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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22 07:15  |  수정 2022-08-22 07:17  |  발행일 2022-08-22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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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전교조 대구지부장〉

교육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우리 교육의 모순이 어디에서 비롯되며, 어디를 먼저 해결하면 될까 하고 고민이 많다. 17년 전 그 모순이 대학입시와 대학 서열화에 있다고 판단하고 2004년 경상대 정진상 교수의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입시 지옥과 학벌 사회를 넘어'에서 처음 제안했다. 2007년 '입시폐지대학평준화국민운동본부'를 구성해 대통령 선거 등을 전후로 사회 이슈화에 공을 들였다. 2012년에는 상설 교육연대체인 '교육혁명공동행동'을 결성했다.

진보교육감들이 들어서면서 무상교육확대, 혁신학교 등의 유초중등 교육혁신의 움직임을 만들어 냈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끌어내진 못했다. 2020년에는 다시 '대학 무상화-평준화 추진본부'를 결성하면서 꾸준하게 PPM노력했지만,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교육부 장관조차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면서, 뜨거운 무더위 속에 '만 5세 조기입학'을 '갑툭튀'로 들고나와 국민저항에 부딪혀 결국 철회됐다. 그런데 다시 '오후 8시까지 초등돌봄 전일제' '고교체제개편' 등 숙성되지 않은 정책을 마구 던져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반면 정치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고 사회적 합의로 국가 미래교육의 방향을 만들기 위해 7월21일 출범했어야 할 국가교육위원회는 한 달이 지나도록 구성조차 하지 않고 있다. 더 깜깜하다.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는 최근 '시험 능력주의'라는 책을 펴냈다. 시험 능력주의는 시험은 공정하고, 시험에서 얻은 결과는 능력의 증거이니 그 능력에 따라 부와 권력을 얻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는 것이다. 시험은 기껏 지식의 부분에 대한 이해 정도나 기억 정도를 묻는 정도이다. 물론 이런 시험을 지필, 논술, 수행, 과정 중심 등의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객관화하려 들지만 완벽한 평가는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시험을 거친 능력의 결과에 따른 특권이 부여되고 차별이나 불평등을 만들지만 이를 부당하다고 여기지 않고 차이 정도로 받아들이고, 서열화와 불평등을 맹신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만들어 낸 굴레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어떻게든 이 시험을 통해 능력을 인정받도록 어린이, 청소년을 몰아넣고 있다. 이 시험만 통과하면 부와 권력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의 고등학생 80%가 학교를 전쟁터로 인식하고 있으며, OECD국 중 한국이 유일하게 '교육지옥'으로 불리고 있다. 우리는 기껏 수시나 정시의 비율을 두고 논쟁을 할 뿐이다.

하지만 문제는 대학체제에 있다. 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책을 낸 김종영 교수는 '대학병목'이라는 교육독점체제를 바꾸지 않고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학체제는 크게 유럽식 평준화 모델, 미국식 다원화 모델인 데 비해 한국은 독점화 모델이라는 것이다. 명문대 중심의 지위권력 독점을 만드는 '대학병목', 공간권력을 독점한 서울로 몰리게 만드는 '공간병목', 평가권력을 독점하여 시험으로 줄 세우는 '시험병목', 결국 시험을 잘 쳐서 명문대를 가려면 사교육비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계급(돈)병목', 출신대학이 어디냐로 직업권력 독점이 일어나고 노동시장의 양극화로 나타나게 만드는 '직업병목'으로 만들어진 대학체제를 해체하거나 완화하지 않고는 시험은 공정하지도 않고 인재를 키울 만큼 경쟁력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 교육의 모순이 대학체제를 바꾸지 않고는 해결되지 않는다.

김종영 교수는 그 해결방안으로 대입자격고사나 유럽식 평준화 대학체제를 만들어 병목을 없앨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적어도 'in 서울'로 독점화된 단 하나의 좁은 고속도로를 10개의 고속도로를 만들어 다원화 체제를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구체적인 모델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대학체제를 벤치마킹해 국립대 10개를 연구중심대학체제로, 이름은 한국1~10대학으로 대학통합네트워크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학생 수가 10개 국립대와 비슷한 규모이지만 UC 체제에 속한 10개 대학의 예산은 우리의 10배이고, 교원 수는 2.4배가 넘는 만큼 우리도 대학예산을 늘리자는 것이다. 이런 선택과 집중으로 UC에서 노벨상 수상자는 64명이 나왔지만, 우리 국립대에서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으니 우리 대학은 인재 육성에서도 한계가 분명한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대학입시제도 개선을 통한 유초중고 교육 정상화도 절실하지만 국가인재 육성을 위해서도 대학체제를 개편해야 한다. 이 길 말고 다른 길이 있는가? 그렇다고 고등교육의 예산을 늘린다고 하면서 유초중고 예산을 떼어내는 짓은 말아야 한다.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전교조 대구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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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전교조 대구지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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