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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중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상대방은 대구 달성군 화원읍 남평문씨 본리세거지 수호신 역할을 했던 수령 300년 넘은 보호수가 두 동강 났다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전화를 끊고 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통화 내용은 사실이었다.
남평문씨 본리세거지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던 높이 12m, 둘레 314㎝ 규모의 보호수(고유번호 8-78·2009년 2월 지정) 회화나무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보호수 뿌리만 처참하게 남아 있었다. 보호수터 옆 3m 높이의 담장 일부도 무너져 있었다. 정황상 보호수가 강풍과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담장으로 쓰러져 부서진 것으로 파악됐다.
보호수 관리자인 달성군과 남평문씨 문중에 알아보니 이 같은 정황은 사실로 확인됐다.
보호수는 산림보호법에 정의된 용어다. 역사·학술적 가치가 있는 노목(老木), 거목(巨木), 희귀목(稀貴木) 등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나무를 뜻한다. 시·도지사 또는 지방산림청장이 지정한다. 전국에 1만3천900그루, 대구엔 270그루 정도 된다.
보호수는 살아있는 생명체로 언젠가는 생명을 다한다. 자연재해로 인한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남평문씨 본리세거지 보호수가 그렇다. 하지만 이를 손 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는 일이다. 사람도 병에 걸리면 병원에 가서 치료하고 태풍이 불면 튼튼한 집에서 몸을 피하듯 나무도 병을 예방하고 자연재해에 대비한 조치를 해주면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다.
보호수 지정·관리 업무는 1980년부터 옛 산림법에 따라 산림청이 수행하다 2005년 이후 지방자치 사무로 이관됐다.
최근 진행된 산림청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호수 관리를 위한 체계적 매뉴얼 부재'(30%)와 '보호수 업무의 일관성 부재'(23%)가 보호수 관리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보호수 업무가 지방에 이관되면서 관리 주체별로 통일성을 갖춘 관리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런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통합관리시스템의 개발'(28.6%)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대구시도 매년 등록된 보호수 중 수세가 약하고 자연재해 등으로 피해가 발생한 노거수(老巨樹)를 선정해 생육환경개선 사업을 벌이지만, 부족해 보인다. 지금부터라도 도시화에 밀려 기능이 많이 약화됐지만 역사·상징성은 날로 커지는 보호수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겠다.
강승규기자〈사회부〉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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