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 홍원화 경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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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23   |  발행일 2022-08-23 제23면   |  수정 2022-08-23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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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화 경북대 총장

한 반에 70명이 넘는 학생이 빽빽이 앉아서 수업을 듣고, 교실이 모자라 이부제 수업을 하고, 수학여행 관광버스가 20대씩 줄지어 다니던 장면을 50대 이후는 모두 기억할 것이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셋도 많으니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가 국민들에게 각인되었던 그 시절의 고민이 이제 먼 옛날의 추억이 되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사회의 활력 저하와 인구감소 위기라는 수년 전부터의 얌전한 사회적 경고를 넘어서 인구 재앙, 한국사회의 소멸이라는 자극적인 경고가 언론에 등장할 때마다 격세지감을 실감한다.

농어촌 지역에서는 아기 울음소리가 끊기고,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가 늘어나고 있다. 군위의 한 마을은 2년간 10명의 사망 신고가 있었지만 출생 신고는 단 1건이었다고 한다. 지금 추세가 지속되면 대한민국은 2050년 이후에는 2년마다 울산시의 인구(현재 112만명) 정도가 줄어드는 상황에 처한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는 전국 228개 지자체 중 약 50%인 113곳을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하였다. 경북은 더욱 심각하다. 봉화, 영양, 영덕, 청송, 의성, 군위, 성주, 고령, 청도군은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었다. 절반의 지자체가 사라질 위험성에서 대도시라고 예외는 아니다. 대구도 소멸주의 지역으로 분류되었으며 서구는 이미 소멸위험 진입단계에 들어갔다. 대구시는 2020년 252만4천명에서 2021년 238만5천명으로 1년 새 14만명이 감소하였으며, 2045년경 소멸 고위험 단계로 진입이 예상된다. 현재의 상황을 보면 한국의 지자체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전혀 실현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소멸 위기지역에서는 교육, 출산, 건강 등 삶의 필수적인 인프라가 붕괴된다. 이에 출산율을 높이고 지역 인구감소를 막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서 인구감소지역에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배분하는 사업을 올해 처음 시행하였다. 인구감소를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사업을 지자체가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다. 대구와 경북의 상당수 기초자치단체가 기금 배분 대상지역이다.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인구감소는 당연히 학령인구의 감소로 이어진다. 저출산 현상으로 2001년 1천128만명이었던 학령인구는 2021년 770만명으로 줄었다. 20년 사이 학령인구의 30%가 줄었고, 앞으로는 더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며칠 전 서울대가 베트남에 해외분교 설립을 추진한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2030년이 되면 국내 대학원생이 거의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해외에 종합대학 수준의 분교를 설립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최고대학이라고 하는 서울대까지 대학원생 모집을 걱정하고 학부 정원 감축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대와 사립대에서는 이미 인구감소 여파가 시작되었다.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속출하고 정원감축을 위한 학과 통폐합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은 타 지역에 비해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청년 인구의 유출이 심각하다. 인구재앙의 경고가 더 이상 남의 나라, 다른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출산율을 높이고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써야 할 때이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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