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럽 중심으로 시작된 에너지 대란이 여전히 심각하다. 이는 비단 유럽만의 일이 아니라 미국과 아시아 등 전 세계에 닥치고 있는 일이다.
에너지 전환 당위성으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 탄소의 유료화라는 비용 부담에 주목했는데, 러시아 사태 장기화로 전자의 필요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
유럽 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에너지 무기화'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깨달은 만큼, 앞으로 에너지 전환의 절대적 당위성은 '에너지 자립도 향상'에 맞춰질 전망이다.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살인적인 전기료의 부담을 느끼고 있는 유럽의 현 상황이 미국에게도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게 되었다.
유럽행 수출 증가로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과 전력요금 역시 급등하고 있다. 최근엔 잦은 블랙아웃 현상도 또 하나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이나 절대적인 발전원의 증가가 필요한 상황인데, 이 과정에서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것은 필수조건이다.
동시에 탄소감축 아젠다에서 벗어나지 않고, 상대적으로 단기 내 전력생산이 가능한 에너지원 중심으로 확대돼야 현재의 에너지 대란을 조금이나마 완화시킬 수 있다. 태양광은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제는 태양광 시장 수요 증가에 대한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편, 이와 함께 전통 에너지원들의 균등화 발전비용(LCOE) 상승은 태양광 밸류체인의 판매가 인상 여력을 마련해주고 있다. 특히 모듈의 경우, 태양광 발전소 설치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가격 상승이 최종 수요를 훼손시킬 수 있어 폴리실리콘 가격 추이와 무관하게 늘 하방 압력이 작용했다.
그러나 전통 에너지원의 발전비용 상승으로 이제는 비용인상(Cost-Push) 전략을 취할 수 있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실제로 석탄 및 천연가스 강세로 1차 글로벌 에너지 대란이 발생한 2021년 8월을 기점으로 미국 모듈 출하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던 과거 추이가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이제 완연하게 수요 및 판매가 모두 상승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판단이다. 다만 유럽과 미국 시장을 나눠보면 태양광 밸류체인 확보 전략이 달라 세부적인 분위기는 다소 다를 전망이다.
중국과의 갈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유럽은 늘 그랬듯, 글로벌 최대 생산국인 중국에 절대적인 의존도를 계속 유지할 전망이다. 유럽은 에너지 전환이 가장 절실한 지역인 만큼 시장 규모가 확대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진출로 경쟁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어 수요 확대와 판매가 인상 중 양자택일이 요구되겠다.
반면, 미국은 중국과의 갈등이 좀처럼 해소되기 어려운 입장인 만큼 중국산 제품 유입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은 확대되는데 이를 모두 충족시키기에는 공급이 부족해 수급 밸런스는 더욱 타이트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중국 업체들에게는 수요와 판매가 모두 확대할 수 있는 그야말로 '공급자 우위 시장'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으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이 최종 통과됐다. 투자세액공제(ITC) 연장 및 세율 상향 등으로 성장 잠재력은 한층 더 높아지겠다. 특히 프렌드 쇼어링(Friend Shoring)차원에서 이번 법안에 새로 도입된 현지 생산에 대한 크레딧 제공은 미국 내 밸류체인을 확보한 업체들에게 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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