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쌀 값 안정은 식량 주권 차원에서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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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23   |  발행일 2022-08-23 제23면   |  수정 2022-08-23 06:46

올해 햅쌀 수확기를 앞두고 쌀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경북농협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전국 산지 쌀값은 20㎏들이 정곡 1포대당 4만2천522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4% 급락했다. 80㎏ 한 가마니를 기준으로 할 때 17만원 남짓하다. 이는 20여 년 전 가격 16만5천원에 비해 불과 3% 정도 오른 가격이다. 쌀 소비량이 30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진 데다, 농협이 수매한 쌀의 재고 과다, 쌀 시장 개방 등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최근 특용 작물을 많이 재배하고 있다고는 하나 경북은 여전히 벼농사에 의존하는 농가가 많다. 쌀값 급락으로 농민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형국이지만 뚜렷한 대응책이 없다.

쌀값 하락은 2005년 추곡수매제가 폐지됨에 따라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 논리가 작동한 때문이다. 이중곡가제인 추곡수매제는 물가 상승률만큼은 아니라도 어느 정도 쌀값 안정 및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했다. 정부는 대신 공공비축제와 직불제, 시장 격리제 등을 도입해 가격 하락분을 농가에 보전해 주거나 공급을 조절해 가격 하락을 방어해 왔지만 결국 실패했다. 올해도 세 차례 쌀 시장 격리가 있었으나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쌀값 폭락을 불러왔다.

정부와 지자체는 쌀을 가공식품으로 개발해 내수 및 수출에 나서 쌀 소비 촉진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쌀이 남아돈다고 해서 벼농사를 급격히 줄일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이 20%에 불과하지만, 최근 국제 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을 덜 받는 것은 순전히 주식인 쌀의 자급자족 덕분이다. 쌀값 안정화는 농가 소득 보전에 앞서 식량 주권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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