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시간·일교차 등 재배환경 최적…향 좋고 당도 높아 명성 자자

  • 김일우 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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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24   |  발행일 2022-08-24 제22면   |  수정 2022-08-24 08:14
[상주, 삼백의 고장에서 스마트팜 도시로 .6] 상주 대표 과일로 떠오른 샤인머스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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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경북 상주시 모동면 상판리에 있는 아인포도농장에서 김완진씨가 샤인머스캣을 살펴보고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연평균 일조량이 많으면서도 강수량이 적은 상주에서 생산된 샤인머스캣은 상품성이 뛰어나다.

한국에서 재배하는 포도의 품종 변화가 뚜렷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캠벨얼리(Campbell early)와 거봉이 주력이었으나 최근 샤인머스캣(Shine Muscat)이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 포도 주산지인 경북 상주도 마찬가지다. 샤인머스캣을 키우는 농가가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샤인머스캣 재배면적이 캠벨얼리 재배면적을 뛰어넘었다. 생산량과 생산농가수도 조만간 순위가 뒤바뀔 전망이다. '상주, 삼백의 고장에서 스마트팜 도시로' 6편에서는 상주의 대표 과일로 떠오른 샤인머스캣을 소개한다.

작년 1602가구서 1만2934t 생산
재배 면적 캠벨얼리 품종 따돌려

1988년 일본 과수연구소서 개발
국내선 2014년쯤부터 재배 시작

씨 없어 먹기 편하고 식감도 아삭
비타민C·마그네슘·칼륨 등 풍부


◆상주 샤인머스캣의 '맛'

22일 경북 상주시 모동면 상판리에 위치한 아인포도농장. 익숙한 소음이 하우스 안을 가득 메운다. 내부 곳곳에 설치된 순환 환풍기가 돌아가는 소리다. 찬찬히 내부를 들여다 본다. 하우스 철제 파이프를 따라 나무가 만든 아치형 터널이 먼저 시선을 끈다. 나무에는 가지마다 하얀 종이 봉지에 쌓인 밝은 연두색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다. 보기만 해도 청량한 기분이 든다. 최근 들어 주가를 올리고 있는 포도 품종인 샤인머스캣이다.

김완진(45) 아인포도농장 대표는 "9년 전부터 샤인머스캣을 재배했는데 지금까지 가격이 크게 떨어진 적이 없다"며 "소비자에게 이렇게 인기 좋은 포도 품종은 앞으로 100년 안에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이어 "기존에 많이 키우던 캠벨얼리는 Brix(당도 측정 단위)가 14~16 정도지만 샤인머스캣은 17~18로 매우 높다"며 "씨가 없는 데다 달면서 아삭아삭한 식감을 가져 소비자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의 말처럼 샤인머스캣은 최근 들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향이 좋은 데다 먹기 편하고 당도까지 높아 찾는 이가 많다. 경제성도 뛰어나 재배 농가도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상주지역 샤인머스캣 재배 농가는 1천602가구로 캠벨얼리 재배 농가(1천687가구)에 근접했다. 생산량도 1만2천934t으로 캠벨얼리 생산량(1만4천672t)과 비슷한 수준이다. 오히려 재배면적은 샤인머스캣이 955㏊로 캠벨얼리(866㏊를 따돌렸다.

특히 상주지역 샤인머스캣은 상품성이 높기로 유명하다. 포도는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며 내습성과 내건성이 강해 재배 범위가 넓다. 반면 성숙기에 비가 많이 오면 당함량이 떨어지고 탄저병을 비롯한 각종 병해와 열과가 심하다. 재배 기온은 성숙기(8월) 20~25℃ 가 적당하다. 토양 적응성 범위가 넓은 편으로 pH(수소이온농도)는 6.0~6.5 정도가 적당하다.

주산지인 만큼 상주는 포도 재배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해발 250m 이상인 산지로 일조시간이 2천570시간으로 많은 편이고, 밤과 낮의 일교차도 크다. 7~9월 평균 온도는 21℃로 포도가 자라기에 적당하다. 특히 연평균 강우량이 1천200㎜로 많지 않은 편이다. 2020년 기준 한국 연평균 강수량은 1천626㎜, 일조시간은 2천236.8시간 정도다. 그만큼 상주에서 자라는 포도가 다른 지역 포도에 비해 향이 깊고 당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샤인머스캣은 무엇보다 당도와 식감, 향이 좋아야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면서 "전국적으로 재배면적이 많이 늘긴 했지만 상주에서 나는 샤인머스캣은 그만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예부터 상주 포도가 맛있다고 소문난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라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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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과 포장 작업을 거쳐 출하를 기다리는 상주 샤인머스캣.

◆'포도의 미래' 샤인머스캣

포도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과일 중 하나다. 감귤과 사과에 이어 과일 연간 소비량이 세 번째, 생산량도 감귤·사과·복숭아 다음으로 많다. 포도는 경북지역에서 많이 나며, 그중에서도 영천·김천·상주·경산 등이 주산지다. 특히 포도는 다른 과일에 비해 적은 농약을 사용해 '친환경 먹거리'로 꼽힌다.

포도가 국내로 들어온 건 중국 산둥지역과 교역이 활발했던 삼국시대로 추정된다. 다만 최초의 기록이 박흥생(朴興生·1375~1458년)의 '촬요신서(撮要新書)'에 나오는 것으로 미뤄 볼 때 널리 재배된 시기는 15세기부터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포도가 과수원의 형태로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초부터다. 1906년 고종황제 칙령 제37호로 뚝섬에 독도원예 모범장(纛島園藝 摸範場)이 설치되면서다. 이때부터 외국의 포도 품종을 들여와 시험 재배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 또는 일본 유학자에 의해 신기술이 도입됐다. 광복 후 정부는 지역별 특화 사업으로 포도재배를 권장하기도 했다. 1960년대에는 원예시험장의 확장·발전과 더불어 외국 품종과 대목을 대대적으로 가져와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졌다.

한국의 포도 재배면적은 꾸준히 증가돼 1986년 1만7천37㏊에 이르렀다. 하지만 1990년 포도주 수입 개방에 따른 양조용 포도품종의 폐원 정책으로 1991년 1만4천802㏊까지 줄었다. 이후 포도 가격이 오르면서 재배면적이 늘어나 1998년 2만9천871㏊로 정점을 찍은 뒤 다시 감소했다.

포도의 과피색은 녹황색, 적색, 자흑색 등 세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녹황색계 포도를 일명 '청포도'라고 한다. 청포도 가운데 중생종 품종인 샤인머스캣은 일본 아키즈과수연구소에서 1988년에 '아키즈 21호' 품종에 '하쿠난' 품종을 교배해 개발했다. 품종 등록은 2006년 이뤄졌다. 한국에서는 2014년쯤부터 재배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9월 중순경 수확하며 당도는 물론 보존성이 높아 고급 품종으로 분류된다. 과육이 단단하고 식감이 아삭아삭한 데다 과즙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또 유럽 포도에서 맡을 수 있는 가벼우면서 상쾌한 머스캣향이 난다. 식감이 좋으면서 껍질째 섭취가 가능한 장점을 지녀 최근 과일 소비 트렌드에도 부합하는 품종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는 중이다.

또한 샤인머스캣은 비타민C, 마그네슘, 칼륨 등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때문에 면역력 개선, 피부 미용, 감기 예방, 혈액 응고, 뼈 강화 등에 도움을 준다. 특히 철분이 풍부해 빈혈 증상을 억제해 준다. 폴리페놀이 들어있어 심장 질환이나 혈관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맛과 영양을 모두 갖춰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생산면적도 덩달아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2016년 국내 포도 품종별 재배 면적은 캠벨얼리가 61.4%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거봉이 23.8%를 차지했고, 샤인머스캣은 1.9%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품종별 재배면적은 샤이머스캣이 31.6%로 캠벨얼리(36.6%)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올해 샤인머스캣 재배면적이 캠벨얼리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글·사진=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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