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 카페 청송 .6] 사과 농사로 성공한 지수농원 대표 김지수씨, 사과 직거래로 억대 연봉…부농 꿈 이룬 서른두 살 청년농부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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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23   |  발행일 2022-08-23 제12면   |  수정 2022-08-23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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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내룡리에 위치한 지수농원에서 김지수 대표가 사과 생육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사과 농사 8년차인 김 대표는 고객과 직거래를 통해 연간 1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농촌이 늙어간다. 청년은 떠나고, 노인만 남는다.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로 일손 부족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농촌의 위기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 농촌에서 꿈을 키우는 '청년 농부'들이 하나둘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직접 농사일을 배우며 오늘도 조금씩 성장하는 중이다. 선배 농부들의 노하우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 고수익을 내는 사례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위기의 농촌이 오히려 청년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카페 청송' 6편에서는 부농의 꿈을 이룬 서른두 살 청년 농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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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농원 창고에서 김지수 대표가 보관 중인 사과를 정리하고 있다.

◆사과 농사 8년 차 청년 농부

지난 19일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내룡리에 있는 지수농원. 청송읍에서 피나무재(고개)를 넘어 한참을 더 가야 나오는 사과 농장이다. 한여름에도 얼음이 언다는 주왕산 남쪽 청송얼음골 근처에 있다. 해발 300m가 넘는 곳에 자리 잡은 농장에는 나무마다 사과가 주렁주렁하다. 느긋하게 햇볕을 쬐고 있는 사과들은 저마다 탐스러운 자태를 뽐낸다.

농장 한쪽에 자리 잡은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내부에는 앳된 청년 한 명이 '과수화상병 약제 살포방법' 자료를 열심히 읽고 있다. 김지수(32) 지수농원 대표다. 조그만 사무실 안에는 농업과 관련된 서류가 여기저기 놓여있다. 사무실과 연결된 창고 안에는 저온저장고를 비롯해 사과 선별기·지게차 등 각종 농기계가 가득하다.

김 대표는 "1만평(3.3㏊) 정도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데,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힘들 정도로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며 웃었다. 청송은 김 대표 어머니 고향이다. 그는 아버지와 같은 부산에서 태어났다. 여섯 살 때 부모를 따라 청송에 온 뒤 이곳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도시로 나갔다. 대학에 진학해 방사선학을 전공한 것. 대학을 졸업한 이후 병원에서 일할 생각이었던 그는 갑자기 취업을 포기했다. 그리곤 부모가 있는 청송에 돌아와 사과 농사를 시작했다. 2015년 일이다.


부모님 사과농사 승계 위해 청송 귀농
1년간 농사 착실히 배운 뒤에 독립
1㏊ 규모 시작한 농장, 몇년만에 3배
수도권 은행·증권회사 등 주거래처

자체개발 '얼음골 ABC 주스'도 판매
청송군 '청년농부 육성지원' 대상 선정
포장상자 디자인 개발 제작 등 보탬
"농업 사업체 만들어 지역 공헌" 포부



"대도시에 있는 병원에 취업해서 막상 일하려고 보니 생각보다 소득이 너무 적었습니다. 사과 농사를 짓는 부모님의 농업 기반도 사라지는 게 아까워 고민 끝에 진로를 변경했어요."

청송으로 돌아온 첫해 부모의 일을 거들며 농사를 착실히 배웠다. 이듬해에는 독립해 1㏊(3천평) 규모로 사과 농사를 시작했다. 사과를 팔아 수익이 나면 땅을 사 모았다. 불과 몇 년 만에 농장 규모는 세배나 커졌다. 소득도 늘어 지금은 억대 연 수입 농장주가 됐다. 비법은 직거래였다. 공판장 대신 택배를 이용해 사과를 직접 판매한다. 명절 선물 수요가 많은 수도권의 은행, 증권회사 등이 주거래처다. 사과와 비트레드, 당근이 들어간 '청송 얼음골 ABC 주스'도 자체 개발해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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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와 비트레드, 당근이 들어간 '청송 얼음골 ABC 주스'.

그는 "최고 품질의 사과만 골라 택배로 보내고 조금이라도 품질이 떨어지면 아예 팔지를 않는다"며 "대신 남은 사과는 직접 키운 비트레드, 당근과 함께 주스 원료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청송군이 운영하는 청년 지원 제도의 덕도 봤다. 청송군 '청년농부 육성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한 해 1천만원씩 3년 동안 지원을 받았다. 지원금으로 사과 포장 상자 디자인을 개발해 제작하고, 비싼 농기계를 구매하는 데 보탰다.

어엿한 농부로 성장하는 데 고충이 없진 않았다. 청송에 돌아온 직후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외로움 때문이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도시 풍경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참을 수 없을 땐 차로 한 시간 반을 달려 안동의 번화가에 가서 사람을 구경하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외로움은 차츰 치유됐다. 친한 이들이 생겨나고 농사일에도 재미가 더 붙었다. 그는 지역 청년 농업인들과 함께 동네 자율방범대 등 여러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내룡리 이장·주왕산 얼음골 청년회 사무국장·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청송군연합회 사무국장 등 현재 맡고 있는 직책만 3개다.

김 대표는 "직장 생활과 달리 농업은 자신이 모든 것을 일구고, 그만큼의 대가를 갖는 게 재미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농업 관련 사업체를 만들어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이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청송군의 청년 농부 지원 정책

한국 농촌은 여러 숙제를 안고 있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노동력이 부족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청송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기준 청송 인구는 2만4천539명이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38.84%(9천530명)에 이른다. 평균 연령도 56세를 넘어섰다.

청송에서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세대는 60대(5천734명·23.37%)다. 이어 50대(4천471명·18.22%), 70대(3천970명·16.18%), 80대(2천583명·10.53%), 40대(2천239명·9.12%) 순이다. 전체 인구에서 20대와 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6.41%(1천572명)와 6.33%(1천554명)에 불과하다.

청송군은 젊은이들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대표적인 지원 제도가 '청년농부 육성지원사업' '청년농부 창농기반 구축지원사업' '초보청년농부 멘토링(mentoring) 지원사업' 등이다.

'청년농부 육성지원사업'은 청년들이 농업을 시작하는데 필요한 사업 자금과 활동비를 지원해 준다. 만 18~39세 예비농업인과 3년 이내 농업경영체를 등록한 농업인이 지원대상이다. 한해 1천만원씩 3년 동안 혜택이 유지된다. 농민사관학교 교육과정을 수료하거나 선정 뒤 2년 이내 수료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신청 기간은 매년 9~10월이다.

청년 농업인과 선도농가를 '멘티(mentee)'와 '멘토(mentor)'로 이어주는 '초보 청년농부 멘토링 지원사업'도 인기다. 만 18~39세 청년 (예비)농업인은 연수생으로 신지식농업인·우수농업법인·6차산업농가·우수농업경영체 등은 연수시행자로 참여할 수 있다. 연수생에게는 교육훈련비가 지급된다. 하루 8시간 기준 6만원, 월 100만원 한도 안에서 지원한다. 연수시행자도 하루 8시간 기준 3만원(월 50만원 한도)의 기술전수비를 받을 수 있다.

'청년농부 창농기반 구축지원사업'은 지역 농특산물 생산·유통·가공·체험 등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 등의 구매지원이 골자다. 농업경영체를 등록한 만 18~39세 청년농업인에게 30% 자부담을 조건으로 2억원이 지원된다. 신청은 매년 8~9월 받는다.

이외에 '청년농업CEO농어촌진흥기금' 제도도 있다. 만 39세 이하 청년 농업인이 대상이다. 농업 시설, 장비, 자재 구매비로 농가당 2억원 이내 융자를 내준다. 이자율은 연 1% 정도로 매우 낮다.

청송군이 2020년부터 시행 중인 '농민수당 제도'도 청년 농부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청송군은 경북 지역에서 봉화군(2019년) 다음으로 농민수당(연간 50만원)을 도입했다. 올해부터는 경북도가 지역 전체 농·어가에 농어민수당(6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1년 이상 청송에 주소를 둔 농업인이라면 매년 농민수당 110만원씩을 지원받는다.

글·사진=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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