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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권성동(왼쪽) 원내대표와 김석기 사무총장, 이철규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 전 대표는 이 같은 내용의 A4 4장 분량 자필 탄원서를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수석부장 황정수)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원서에서 이 전 대표는 "매사에 오히려 과도하게 신중한 모습을 보이며 복지부동하는 것을 신조로 삼아온 김기현, 주호영 전 원내대표 등의 인물이 이번 가처분 신청을 두고 법원의 권위에 도전하는 수준의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그들이 주도한 이 무리한 당내 권력 쟁탈 시도가 법원의 판단으로 바로 잡힌다고 하더라도 면을 상하지 않도록 어떤 절대자가 그들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썼다.
이 전 대표는 "절대자는 지금의 상황이 사법부에 의해 바로잡아지지 않는다면, 비상계엄 확대에 나섰던 신군부처럼 이번에 시도했던 비상상황에 대한 선포권을 더욱 적극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 윤리위원회 징계를 과정도 상세히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올해 6월 지방선거가 끝나고 저는 절대자와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당 대표직에서 12월까지 물러나면 윤리위원회의 징계 절차와 저에 대한 경찰 조사절차를 잘 정리하고 대통령 특사도 몇 군데 다녀올 수 있도록 중재하겠다는 제안을 받은 바 있다"고 폭로했다.
친윤 그룹으로부터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면 경찰 수사 등을 하지 않겠다는 제안을 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을 1980년대 '신군부', '절대자'에 비유하며 비판을 넘어, 저격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여권 핵심 관계자가 엄격하게 중립이 요구되는 경찰 수사는 물론 당 윤리위에 관여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돼, 논란이 예상된다.
그러면서 "저는 저에게 징계절차나 수사권자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것에 대한 타협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매우 모멸적이고, 부당하다는 생각에 한마디로 거절했다. 국민과 당원이 부여한 당 대표의 책무는 제가 사사로이 어떤 절대자와도 절대 타협의 매개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그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한 이후로 발생하는 이런 일련의 당내 내분상황이 오비이락이었다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던 적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탄원서를 통해 자신의 징계와 경찰 수사가 윤 대통령 및 윤핵관의 제안을 거절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전 대표는 자신의 당 대표직 해임과 상임전국위의 비상선포권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상임전국위가 비상선포권을 가지게 된다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지금은 비상상황에 대한 선포가 절대자의 당 대표 쫓아내기에 이용되고 있지만, 역으로 당 대표가 본인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다"고도 적었다. 그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표가 지지율 하락 등 정치적 상황을 이유로 상임전국위에서 비상상황으로 해석해달라는 요청을 하면, 그에 따라 당 대표가 본인과 친소관계가 강한 인사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임해 실질적인 임기의 연장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고 적었다. 또 "때에 따라 공천 등과 같은 중요한 정치적 일정과 결합하여 이것은 매우 심각한 정당민주주의의 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법을 잘 모르고, 당내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마음에 절박함만 더해가는 제가 부족하지만 하소연을 보탤곳이 없어 밤중에 펜을 잡아, 올린다"며 "정당의 일을 정치로 풀어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사법부의 조력을 간절히 구한다"고 탄원서를 마무리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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