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邑犬群吠(읍견군폐)

  • 장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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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24   |  발행일 2022-08-24 제27면   |  수정 2022-08-24 06:54

말복이 지났고, 어제가 처서였다. 아침저녁으로 초가을 냄새가 난다. 삼복이 지났으니 개들도 이젠 한숨 돌렸겠다. 그런데 때아닌 수난을 당하고 있다. 정치판에서 무시로 호출하기 때문이다. '토사구팽'이니 '양두구육'이니 해서 말이다. 2~3세 아이 지능지수인 견공들이 무척 혼란스럽겠다.

며칠 전 밤에 아내와 함께 동네 산책을 나갔다. 산책로에서 부인은 개를 안고 앞서 걷고 남편은 빈 유모차를 밀며 뒤따르고 있었다. 개가 우리 내외를 빤히 쳐다봤다. 참 예뻤다. 개라면 질색인 아내가 "개는 몇 년 살지요"라고 물었다. "와 묻노. 한 15년쯤 살려나"라고 했다. 생각 없이 "주인 잘 만난 개가 부럽네"라고 했다. 아내가 갑자기 옆구리를 꼬집었다.

얼마 전 작고한 이외수 선생이 생각난다. 그는 씻지 않기로 유명했다. 부인은 미스 코리아 출신이다. 어느 겨울날 고주망태가 됐다고 한다. 오갈 데 없는 그의 눈앞에 개집이 보였다. 체격이 왜소한 자신이 들어가도 될 정도였다. 큰 개가 순순히 곁을 내줬다고 한다. 개와 동침하던 중 새벽에 추워서 깨 보니 개가 개집 밖에 있더란다. 이 선생의 몸에서 냄새가 나자 개가 가출한 것이다. 요즘 정치권에서 오가는 언사가 너무 추해서 개조차 피할 정도다. 그런데도 맨날 개 관련 사자성어를 끌어다 쓴다. 요즘 정치권 상황을 표현한 개 관련 사자성어가 있다. 읍견군폐(邑犬群吠)다. '동네 개들이 떼 지어 짖어댄다'는 뜻이다. 여러 소인배가 남을 비방하는 경우에 쓴다. 아이들이 정치인의 언행을 배울까 걱정된다.

장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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