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의 영화의 심장소리] '리스펙트' (리슬 타미 감독·2021·미국 외)…영혼을 움직이는 그녀 '아레사 프랭클린' 이야기

  • 김은경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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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26   |  발행일 2022-08-26 제39면   |  수정 2022-08-26 08:20

리스펙트

최근 개봉된 영화 '엘비스'에서 보듯 미국 대중음악은 흑인 음악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를 보답이라도 하듯, 롤링스톤 지가 선정(2008)한 '록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수'는 아레사 프랭클린(1942~2018)이었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그다음이었다. '리스펙트'는 놀라운 가창력뿐 아니라 인권 운동의 상징적 존재인 아레사 프랭클린 이야기다. 1950년대 초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로서의 삶 이면에 가려진 굴곡진 인생 여정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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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영화 칼럼니스트)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때 축가를 부르는 등 국민적인 사랑과 지지를 받은 전설의 싱어송라이터지만, 어린 시절 엄마의 죽음, 그리고 10대 미혼모로서 아픔이 많았던 인물이다. 어릴 때부터 목사인 아버지의 교회에서 가스펠을 불렀으며, 마틴 루터 킹 집회에서도 노래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1968년 킹 목사 장례식에서 추모곡을 부르기도 했다.

아레사 프랭클린 역은 '드림걸즈'로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을 수상했던 제니퍼 허드슨이 맡았는데, 모든 곡은 그녀가 라이브로 불렀다. '제니퍼 허드슨의 목소리로 듣는 최고의 명곡집'이란 찬사처럼, 영화는 아레사 프랭클린의 명곡들로 가득하다. 특히 영화 제목인 '리스펙트(Respect)'는 흑백, 남녀 차별 등 인권에 대한 소중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 노래를 부당한 대우로 상처받은 모든 분들께 바칩니다"라는 그녀의 외침은 스스로를 향한 것이기도 하다. 시대와 개인의 아픔을 노래로 승화시킨 것이다.

정상의 인기에 오르지만, 영화는 내면의 상처와 허망함으로 인한 술, 그리고 과로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절망의 바닥에서 그녀를 구원한 건 어린 시절 순수하게 부르던 가스펠이었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라는 엄마의 음성이었다. 이후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녹음한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가스펠 음반이 되었다. 영화 '어메이징 그레이스'(2018)는 바로 이 앨범의 녹음 현장을 뒤늦게 개봉한 것이다. 온몸이 땀범벅이 되어 혼신의 힘을 다해 부르는 그녀의 노래에 사람들은 전율했고, 열광했다. 이후 그녀는 전설로 남는다. 빌보드 R&B 차트 1위 역대 최다곡(20곡), 여성 최초 로큰롤 명예의 전당 입성, 52세에 최연소로 케네디센터에서 공로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70대에도 그녀의 공연은 늘 매진되었다.

영화를 통해 그녀의 삶을 보고 생각한 것은 '나이 들수록 깊어지는 삶'이었다. 그토록 수많은 절망과 상처가 아니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는 용기가 아니었다면, 영혼을 치유하는 목소리를 가진 '소울의 여왕'은 없었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실제 아레사 프랭클린의 모습과 노래가 감동을 더한다. 젊을 때의 가창력에는 못 미치지만, 또 다른 깊이를 가진 노년의 아레사 프랭클린이다.

2015년 케네디센터, 오바마 대통령이 눈물을 훔치는 장면으로 유명한 이 공연은 그녀가 73세 때, 죽기 3년 전이었다. 나이 들어 노래하는 그녀는 아름답다. 삶의 경외심마저 불러일으킨다. 깊이와 성숙함을 지닌 존재로, 험난한 시간을 온 힘으로 통과해낸 이의 아름다움인 것이다.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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