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이재명과 이준석의 동병상련?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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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29   |  발행일 2022-08-29 제30면   |  수정 2022-08-29 06:53
야당 대표에 오른 李

해임된 여당 대표 李

공동의 적은 대통령

명분으로 잘 포장된

셀프 보호막 없을까

[송국건정치칼럼] 이재명과 이준석의 동병상련?

'역대급 초강성 야당 지도부'가 출범했다. 신임 민주당 대표 이재명뿐 아니라 최고위원들도 정가에서 소문난 싸움꾼들이다. 민주당은 지도부가 강성일뿐더러 원내 다수당이니 가뜩이나 총체적 난국에 빠진 윤석열 정부가 감당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더구나 이재명은 사법 리스크를 안고 야당 지도자가 됐다. 정권 견제는 기본이고, 자신을 지키는 일에도 힘을 쏟아야 할 판이다. 대표로 선출되기 전에 이미 당헌을 바꿔 기소되더라도 지휘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셀프 보호막을 쳤다. '개딸'(개혁의 딸)로 상징되는 막강한 장외 우군 세력도 구축했으니 웬만한 사법 리스크는 오히려 이재명의 당 장악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조다. 문재인 정권 때 법무부 장관 조국을 맹목적으로 지지했던 팬덤처럼 '이재명 수호' '우리가 이재명이다'란 구호가 쏟아질 게 뻔하다. 여기까진 이재명의 자기방어 수단 중 야권의 영역에 해당한다.

여권 입장에서 문제는 따로 있다. 이재명은 직접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동시다발로 공세를 펼치면서 지난 대통령선거에 이어 윤석열 대 이재명, '1대 1' 구도로 몰아가는 전략을 구사할 게 뻔하다. 그래야 맹목적 지지자들이 환호하며 더욱더 굳건하게 '이재명 수호'에 신명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은 경선 단계에서 일찌감치 "당 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반드시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수회담'은 과거 대통령이 여당 총재 자격으로 야당 총재와 회담할 때 사용하던 용어다. 지금은 대통령이 여당의 평당원이므로 '대통령과 야당 대표 회담'이 적절한 용어지만 이재명은 자신을 윤 대통령과 동급으로 두기 위해 '영수회담'이란 말을 일부러 썼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지금부터 이재명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거칠게 도발할 거다. 물론 큰 틀에선 야당 본연의 임무인 정권의 국정운영을 견제하는 차원이지만 그중엔 실제는 '호신용'이면서 '국정견제'로 포장되는 내용도 상당수 있을 터다. 그래야 개인 비리 혐의에 대해 검찰과 경찰의 강제수사가 들어오면 "내가 정권에 맞서 싸우니 정치적 탄압이 시작됐다"라고 팬덤에게 호소할 수 있는 까닭이다.

윤 대통령으로선 일일이 대응하기도 그렇고 속이 터질 노릇이다. 이때 필요한 건 여당이다. 야당의 공격이 대통령을 향할 때 여당이 즉각 뛰어들어 "네 상대는 나야"라며 막아서야 한다. 야당 대표가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요구하면 '여야 대표회담'이 격에 맞는다고 받아쳐야 한다. 정치싸움은 여의도에서 하고 대통령은 국정운영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런데 지금 여당이 실종됐다. 비대위 출범으로 해임된 전직 당 대표 이준석의 도발로 국민의힘은 아수라장이 돼 버렸다. 윤 대통령을 대신해서 이재명과 맞서야 할 당 대표가 이준석인지, 직무가 정지된 비대위원장 주호영인지, 대표 직무대행 예정자인 원내대표 권성동인지조차 헷갈린다. 난장판을 만든 책임을 놓고 여러 소리가 나오지만 '원죄'는 성 접대에 이은 증거인멸교사 의혹으로 당 윤리위로부터 징계를 받은 이준석의 몫이다. 이준석은 순전히 '윤핵관'의 횡포로부터 자기와 당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소동을 일으키고 있을까. 번듯하게 내세우는 명분 속엔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위해 포장된 건 과연 없을까. 이재명처럼 자신이 저지른 '원죄'에 의해 처벌 위기에 처하면 '정치탄압' 구호로 팬덤에게 호소하기 위해서….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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