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아인슈타인과 믿음의 교육

  • 박치영 DGIST 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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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30   |  발행일 2022-08-30 제22면   |  수정 2022-08-30 06:53

[3040칼럼] 아인슈타인과 믿음의 교육
박치영 (DGIST 에너지공학과 교수)

얼마 전 은퇴하신 어느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대뜸 "요즘 수학을 누가 이렇게 만들고 있는지 모르겠어요"라며 격변을 토하시기에 공감한 적이 있다. 초등학생인 손주가 푸는 수학 문제들이 전혀 교육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었다. 길고 긴 문장에 대한 추론적 사고가 성장되지 않은 시기에 이러한 문제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게 지금의 초등 수학 문제집의 현실이다. 놀랍게도 한창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수포자'라는 부정적 용어는 이미 너무 만연할 정도로 사용되고 있으며, 오히려 이를 이용한 교육산업은 활황이다.

현재의 시스템이 지닌 가장 큰 문제점은 평가자 입장에서 수월하게 줄 세우기를 위한 평가 방법이 구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수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충분한 마중물은 제공되지 않고, 무턱대고 정의와 공식, 정형화된 풀이 방법이 제시되고 있는 것이 전형적인 교육 방식이다. 덕분에 학생들은 수학 교육의 본질인 논리성과 창의성의 연결 고리 형성에서는 멀어질 수밖에 없으며, 다양한 형태의 부정적 경험을 통해 '수포자'라는 용어에 함몰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스탠퍼드 대학의 수학 교육자인 조 볼러 교수에 의하면, 이러한 부정적 경험은 지극히 좋지 않으며, 고전적인 교수법은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양산할 뿐이다. 이런 점은 비단 수학 교육에 국한되는 게 아니겠지만, 유독 수학에서 부정적 영향이 두드러지는 것은 이 과목이 지닌 중요성과 파급력 때문일 것이다. 또 그는, 과거에 비해 학생들이 풀어야 할 숙제의 양이 지나치게 늘었고, 방과 후 제대로 놀 시간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보편적으로 이는 경제적으로 매우 성장한 선진 국가들에서 볼 수 있는데, 교육의 중점을 지식 습득과 배양에 두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말한다. 아이들의 놀이는 교육 현장에서 배양할 수 없는 다양한 가치와 긍정적 요소가 있음에도 이러한 점이 점점 보장받지 못하는 교육 현실이 진행되고 있다.

기적의 해라고 불리는 1905년 아인슈타인은 물리학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광전효과, 상대성 이론, 브라운 운동의 설명 등에 대한 논문들을 보고하였다. 특허청 직원이었던 그가 이런 놀라운 성과를 거둔 것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우선 당시로서는 최신의 연구 성과를 두루 볼 수 있는 직장에 근무했다는 행운이고, 본인의 자유 의지에 의한 연구 수행이었으며, 특정한 목표의 연구 성과를 얻어야 한다는 압박도 없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아인슈타인은 학창 시절 학습 지진아요, 취업조차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를 키운 건 과장 좀 보태자면, 8할은 부모가 절대적 믿음을 가지고 긍정적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기적적인 성과에 빗대어 단순히 그가 천재이기에 가능했다고 포장되지만, 성장기에 부모가 아들에게 "너는 소중한 사람이고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말해 주었던 믿음이 순기능으로 작용하여, 적절한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 그 지적인 기능이 순행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곧 교육과 연구의 성과는 학습과 학문을 통해 반복되는 실수와 실패를 부정적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고, 생각을 건설적으로 재정비할 수 있는 정서적 안정감을 바탕으로 성장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 분위기 덕분에 소위 영재 교육에서도 충분한 사고력을 기르기보다는 과도한 학업으로 많은 아이들을 지치게 만들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박치영 (DGIST 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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