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신산업 인프라, 비수도권 전략적 재배치 고민해야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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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31   |  발행일 2022-08-31 제26면   |  수정 2022-08-31 06:56
대구 유치 로봇發 예타 충격

수도권 규제완화 망령 부활

국가균형발전이 망국 방패

신산업 인위적 지역 분산에

정부와 대기업 특단 결심을

[동대구로에서] 신산업 인프라, 비수도권 전략적 재배치 고민해야
최수경 경제부장

수도권 규제완화 망령이 다시 꿈틀댄다. 정부가 코로나19로 고꾸라진 경제를 일으켜 세우겠다며 대기업들에 손을 내미는 타이밍과 기막히게 일치한다.

대기업들이 이미 수도권에 집중된 투자규모를 셋팅하자 수도권론자들은 '규제 자물쇠'를 빨리 풀라며 아우성이다. 전국 청년들은 '출세 사다리'가 놓인 수도권의 기업동태만 정조준하고 있다. '수도권 신봉주의'는 여전히 건재하다.

최근 대구가 당한 정책적 봉변도 같은 선상에 있다. 대구경북 상생차원에서 포항시의 양보를 받아 대구가 유치했던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사업이 정부 예비타당성조사(예타)에서 돌연 탈락했다. 국책공모로 3천억원짜리 사업을 따온 지 불과 1년 만의 일이다. 서비스로봇 글로벌 도시 도약을 외친 대구는 황망해졌다. 더 가관은 탈락 이유다. 대구에 너무 과도한 투자가 이뤄진다며 수도권과 사업규모를 가르자는 것. 같은 날 인천의 'K-바이오 랩 허브 사업'(2천700억원)은 군말 없이 예타를 통과했다. 인천은 적절한 투자인가? 분통 터질 일이다. 2003년 특별법까지 제정하며 외쳤던 국가균형발전 가치가 공중분해 후 산화되는 느낌이다.

수도권의 벽은 듣던 대로 태산(泰山)의 위용을 갖고 있었다. 정치와 지독하게 엮여 있는 탓이다. 선거 때 지방 표심을 얻으려 열심히 균형발전정책 군불을 때더니 이후엔 화력을 줄여가며 희망고문 모드로 전환한다.

얼핏 부동산 정책과 꽤 닮았다. 부동산 정책과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정치와 불가분의 관계이면서 동시에 표출은 모순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정책이 출렁이다 보니 기대치와 실제 만족도는 늘상 괴리가 크다. 내상(內傷) 정도를 따지면 당연히 균형발전 정책이 크다. 정부가 발표하는 부동산 정책엔 비수도권이 없다. 비수도권엔 아파트가 과잉 공급돼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부동산 표심을 잡고자 '공급'만 외친다. 수도권 이슈를 나라 전체의 문제로 치환해버린다. 명백한 일반화의 오류다. 반면 균형발전 현안을 대할 땐 국토 전체는 안보고 수도권 눈치만 살핀다. 현재 인프라 상황만 보고 지방을 폄훼하는 수도권론자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래서일까. 수도권은 더 팽창했다. 서울 인구가 줄어드나 싶더니 경기도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대구경북이 나름 '경제 숲'을 조성해 봐도 수도권 '새(기업, 인력)'는 쉽게 날아들지 않는다. 아무리 부지를 싸게 제공하고, 조세감면·보조금 지원 혜택을 내걸어도 간만 보기 일쑤다. 녹지 등 자연상태 토지(원형지)를 주고 마음대로 활용하라고 해도 뭐가 달라질까 싶다. 그 나름 큰 기업들은 수도권에 소복이 모인 인력과 인천공항·항만과의 이격 거리에 더 관심이 있어서다.

이쯤 되면 특단의 조치를 고민해 봐야 한다. 수도권에 껌딱지처럼 붙어있는 ICT·반도체 기업은 물론, UAM·헬스케어 등 신산업 인프라를 인위적으로 지역에 분산 재배치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의 인력양성·연구개발센터를 옮길 수 있으면 더 좋다. 지역 협력사(중소기업)들이 동반 성장할 수 있어서다. 특화 신산업 육성을 위한 비수도권 도시 간 선의의 경쟁도 유도할 수 있다. 대기업들은 국가균형발전을 정부·지자체 일로만 치부하지 말고 직접 동참하는 성숙함을 보여줄 때다. 정부 부처도 지역 전문가들에게 중요 정책 심의위원회 문호를 활짝 열고,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담대한 결정과 추진력이 필요하다.
최수경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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