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MBTI 단상

  • 김살로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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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31   |  발행일 2022-08-31 제26면   |  수정 2022-08-31 06:55
젊은 층 성격유형검사 열풍
불안감 해소 위한 방편인가
기업 채용 시 활용은 부적절
참조 사항일 뿐 맹신은 금물
과몰입은 편견 조장해 우려

[수요칼럼] MBTI 단상
김살로메 소설가

젊은이들 사이에 MBTI 열기가 사그라지지 않는다. MBTI는 주어진 문항에 개인이 스스로 응답해, 일상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성격 유형을 말한다. 혈액형 성격 구분론이나 별자리 운세처럼 근거가 모호한 게 아니라, 선호 경향을 파악하는 방식이기에 비교적 합리적인 심리 진단 검사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만능 테스트법이 될 수는 없다.

MBTI를 아르바이트 업주와 기업들이 채용 방식에 적용하기도 한단다. 자기소개서에 응시자의 MBTI 유형을 밝히라거나, 특정 유형은 채용에서 제외한다는 공고를 내기도 한다나.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성격 유형 테스트는 일상의 오락이나 참조 사항에 그쳐야지, 저토록 과몰입할 사안인가 싶다. 개인 성향과 업무 능력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일상의 편의와 자아 탐구를 위해 만든 방식이 엉뚱하고 불필요한 편견을 조장하는 것 같아 왠지 씁쓸하다.

애초에 전문가를 찾아, 정식으로 검사지를 대면한 이는 드물 것이다. 대부분 인터넷에 떠도는 간이 방식을 통해 자신의 MBTI 유형을 파악한다. 객관적인 절차와 검증을 따르지 않은 결과지가 자신의 성격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을까. 더구나 태생의 성격이나 기질은 쉽게 바뀌지 않겠지만, 성격 유형 검사는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재미 삼아 나도 해본 적이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처음 검사한 유형과 두어 달 뒤에 검사한 유형은 달라져 있었다. 항목 중 하나가 사고형 인간에서 감정형 인간으로 바뀌어 있었다. 원래의 자신은 그대로 있겠지만,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유형으로 나타나게 된다. MBTI 성격 유형 열여섯 가지는 불변 항상성을 띠는 결과물이 아니란 말이다.

자신의 성격 유형 풀이를 가만 들여다보자. 내용의 반 정도만이 자신의 특징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나머지 반은 현재의 나와는 별 상관이 없는 내용이다. 대신 다른 유형들에서 자신의 성격과 맞는 것을 찾아낼 수 있다. 결과지에 나타난 자신의 성격 유형이 나의 특징을 일부 말해주는 것일 뿐, 전적으로 나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결과물로 나온 자신의 성격 유형을 별 저항 없이 받아들인다.

심리학 용어 중에 '바넘 효과(Barnum effect)'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특징을 자신만의 고유한 특성으로 착각하는 것을 말한다. '당신은 수다스럽지 않다. 하지만 공감을 확신하는 상대에겐 과한 수다를 늘어놓기도 한다. 당신은 지나친 망설임 때문에 좋은 기회를 놓친 적이 있다. 당신은 회의석에서 의견이 무시당할까 봐 불안할 때가 있다.' 눈치챘겠지만 위 예시문은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보편적인 항목들이다. 하지만 이런 테스트 결과지 앞에서 대개는 자신의 성격과 딱 맞아떨어진다며 신기해한다. 그저 바넘 효과일 뿐인데 말이다.

세상의 온갖 성격 유형 테스트는 바넘 효과의 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심신이 건강할 때는 기댈 무언가가 크게 필요치 않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자신이 지닌 문제 크기만큼의 불안을 지니고 산다.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취미처럼 MBTI에 기대기를 즐기는 것이다. 딱 그 정도에서 그치면 다행인데, 맹신하거나 나아가 특정 유형에 편견을 보태는 게 문제이다. 전문가들조차 MBTI를 객관적 기준으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하지 않는가. 문항 몇 개 체크하는 정도로 어찌 복잡다단한 인간 성정을 규정할 수 있단 말인가. 참조할 만한 재미, 극복할 만한 공감 그 이상을 MBTI에서 찾으려는 것은 위험하다.
김살로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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