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윤핵관과 새로운 관계 정립할까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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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31   |  발행일 2022-09-01 제1면   |  수정 2022-08-31 19:25
국민의힘 새 비대위 출범과 함께 권력구도 요동칠 듯

국민의힘 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기점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새로운 관계정립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당내 혼돈은 ‘이준석 전 대표 변수’이지만, 한편으로는 원인 제공자로 윤핵관이 지목되고 있다. 이들의 버팀목이었던 윤 대통령으로서는 여론 향배와 함께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이 균형 잡힌 시각을 통해 국정을 운영하지 않는다면 집권 초반부터 윤핵관, 검핵관(검찰 출신 핵심 관계자), 용핵관(용산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 등 ‘다양한 핵관’의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우려도 고심의 배경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윤 대통령은 표면적으로 집권 여당과 불가근 불가원(不可近不可遠·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을 유지해 온 반면 윤핵관에 대해서는 확실한 믿음을 보여왔다. 하지만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준석 전 대표를 겨냥한 윤 대통령의 '내부총질' 문자메시지가 노출되면서 윤핵관을 바라보는 윤 대통령의 시각이 달라졌다는 관측이다. 여권내 권력 구도가 요동치는 시발점이다.

사퇴압박을 받는 권 원내대표는 새 비대위 출범 후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을 것이 유력해지고 있다. 31일 장제원 의원도 "윤석열 정부에서 어떠한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표적 윤핵관이 2선으로 후퇴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의 의중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도 윤핵관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야당에 빌미를 제공하며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것이란 위기감도 있다. 윤 대통령이 최근 대구를 방문한 후 지지율이 조금씩 상승하자, 윤핵관 2선 후퇴에 대한 의지가 더욱 명확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대통령실 인적 쇄신 단행과 함께 윤핵관과도 거리를 둔다면 지지율 상승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진행형인 대대적인 대통령실 인적 개편 작업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반면 윤핵관들이 표면적으로 2선 후퇴를 하겠지만 친윤그룹의 당내 입지는 더 강화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장 의원이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겠다"는 것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권 원내대표를 돕는 동시에 윤핵관에 대한 책임론을 피하려는 일시적 행동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특임장관 등 그야말로 임명직 정부 직책을 맡지 않겠다는 의미이고, 차기 전당대회에서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을 맡아 당내 친윤 그룹을 강화할 가능성도 크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핵관의 이미지는 희석됐지만, 여전히 친윤 그룹의 힘은 막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지난 30일 의총에서 권 원내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들의 자유 발언에는 의원들의 박수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새 비대위 출범의 당위성을 강조한 친윤 그룹 의원들의 발언이 끝나자, 큰 박수 소리가 들렸다"며 "윤 대통령과 윤핵관의 돈독한 관계가 일시적으로 약해질 수는 있지만 차기 총선을 앞두고 양측의 관계는 복귀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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