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길] 작별 인사

  • 이춘미 아라어린이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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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02   |  발행일 2022-09-02 제14면   |  수정 2022-09-02 07:21

[책 속의 길] 작별 인사

작별 인사,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단순한 이별 인사인 줄로만 알았다. 엄마의 자궁에서 태어나지 않는 아이. 실제 그런 탄생이 가능한지 알 수가 없다. 아무튼 철이는 기계 인간이었다. 몸은 망가질 수 있지만 죽지 않을 수 있다. 사람의 몸을 가질 수도 있고 강아지의 몸을 가질 수도 있다. 몸을 갖지 않을 수도 있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허수아비의 말대로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건 참으로 번거롭다. 잠도 자야 하고, 때가 되면 밥도 먹어야 하고, 화장실도 가야 한다. 다양한 감정으로 살아가지만 마지막 관문은 결국 죽음이다. 번거로운데 허무하기까지 하다.

인간은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결국 인간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한 로봇을 만들어내고 자신의 의식을 인공지능 네트워크의 일부로 흡수시켜 영생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영생 속에서 인간은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까. 끝이 있어 '다행'이라고 할 수 없지만 끝이 있어 '불행'이라 하기도 어렵다. 인간이 인간답다는 의미는 결국 삶의 유한함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인간이라고 믿었던 철이는 인공지능의 휴머노이드 로봇이었으며, 수용소에서 만나게 된 선이라는 존재는 자신과는 다른 인간에게 장기를 제공하기 위해 인공배양으로 만들어져 태어난 유전자 복제 인간 클론 선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다. 철저하게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존재였으나 그들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영역의 선을 넘으며 인간에 대항해 싸우고 자신들만의 생각을 가지고 결정짓는 존재로 변화하는 모습에 인간과 휴머노이드의 경계를 생각하게 한다.

인간의 지시에 의하여 움직이기를 거부한 철이와 선이, 그들이 죽음을 준비하며 가장 인간다운 모습으로 작별 인사를 고하는 모습은 기억에 오래 머물렀다. 마지막 순간까지 단순한 기계가 아닌 '내가 누구이며 어떻게 존재하는 것이 온당한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우주는 생명을 만들고 의식을 창조하고 의식은 영속한다'는 말을 되뇌며 의식을 떠나게 된다.

이춘미〈새마을문고북구지부 이사·아라어린이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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