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송의 환경과 사람] 제철식품 소비는 2배 늘리고 섭취폐기물 줄이면 기아인구 식량부족 해결에 큰 도움

  • 이기송 ISC농업발전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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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02   |  발행일 2022-09-02 제36면   |  수정 2022-09-02 07:59

[이기송의 환경과 사람] 제철식품 소비는 2배 늘리고 섭취폐기물 줄이면 기아인구 식량부족 해결에 큰 도움

◆식품폐기물, 어떻게 줄일까?

세계에는 수천 민족이 있고 나름의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그 수많은 민족 중에서 일상의 인사를 '아침 드셨습니까? 밥 먹었나? 저녁은 먹었소?' 이런 인사를 하는 민족은 우리밖에 없는 것 같다. 어찌 보면 정감 있게 들릴 법도 하지만 어찌 보면 눈물겹도록 슬픈 인사이기도 하다. 오죽했으면 이런 생물학적 인사를 일상으로 주고받았어야만 했을까? 하긴 반만년 우리나라 역사 동안 일반 백성들이 먹는 걱정 없이 살게 된 것은 불과 근래 몇십 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요즘은 이런 인사가 관념 없는 상투적인 소리로 들릴지도 몰라도 그 당시 우리에게는 너무나 진지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문안이었던 것이다. 소수의 특권층을 제외하고는 삼시 세끼 식사를 제대로 해결한다는 것은 전반적인 난제였다. 그렇기에 한 톨의 쌀도 한 덩이의 고구마도 그렇게도 소중했다.

그런데 불편한 진실은, 아직도 이 지구상 한편에는 이런 진지한 문안 인사가 필요한 인구가 전 세계의 10분의 1이나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누군가에게 생명과도 같은 음식이 생각 없이 쉽게 버려지고 있다. 지금도 세계에는 10명 중 1명이 허기진 배를 끌어안고 잠자리에 드는데도 말이다.

◆식품폐기물의 위협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11년 보고서에서 전 세계 식량의 약 3분의 1(연간 13억t)이 손실되거나 버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10년 후인 근래, 세계자연기금(WWF)은 그것이 전체의 약 40%(25억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채소 과일의 45%, 수산물의 35%, 곡물의 30%, 유제품의 20%, 육류의 20%가 버려진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식량의 절반만 줄일 수 있다면 기아 인구 약 7억명의 식량문제를 해결하고도 남는 양이다. 식품폐기물로 인한 환경적 파괴의 충격도 대단하다. 버려지는 식품 쓰레기의 생산과 폐기에 이르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연간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8~10%를 차지한다고 한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도 만만치 않다. 환경부에 따르면 음식물쓰레기 배출은 하루 1만4천여t으로, 전체 쓰레기 발생량의 28.7%를 차지한다. 식품제조업체에서 배출되는 음식물쓰레기를 포함하면 2만t이 넘는다. 연간 식품폐기물은 총 548만t, 처리비용은 1조960억원에 달한다.

유엔은 2030년까지 2015년의 식품폐기물 배출량 대비,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를 위해 나라마다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의 분리배출과 재활용, 잔반 줄이기, 농산물 저온 저장시설 확대, 푸드뱅크 기부제도, 등이 있다. 필요한 정책들이기는 하나 이러한 언저리 정책으로는 절반은 고사하고 20% 줄이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입을 가진 모든 소비자가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근본적이고 현실적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

◆제철 식품 소비하자

생산된 농산물은 수확 단계에서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저장, 수송, 가공, 도소매 유통 등의 다양한 푸드체인 과정을 거치게 된다. 푸드체인의 단계가 많을수록,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식품손실과 식품쓰레기는 자연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특히 과일, 채소의 경우, 생산량의 45%가 소비자의 입에 전달되지 못하고 사라진다. 철마다 수확되는 제철 농산물을 소비자들이 제철에 적극적으로 먹어주지 않는다면 금방 폐기 또는 저장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과일, 채소 같은 농산물은 냉장 관리를 한다 해도 저장성이 없어 신속하게 쓰레기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비록 부패 없이 일부 보존되었다 할지라도 비철 농산물은 맛과 영양에서도 품질은 급격하게 저하된다.

모든 농산물은 제철에 먹는 것이 최고인 이유이다. 내 몸도 살리고 버려지는 농산물의 감축 효과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전체 소비자가 현재의 제철 소비를 두 배로 늘리고 비철 소비를 절반으로 줄여준다면 현재의 식량 폐기물의 약 4분의 1은 거뜬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전 세계 식량의 40% 가량은 손실·폐기 추정
식품 생산·폐기 과정 온실가스 배출량도 상당
국내 음식물쓰레기, 전체 쓰레기 발생량의 29%

푸드체인 단계가 많을수록 식품쓰레기 증가
과일·채소는 저장성이 없어 수요 없을시 폐기
건강에 이로운 음식도 과하면 '섭취폐기물'로


[이기송의 환경과 사람] 제철식품 소비는 2배 늘리고 섭취폐기물 줄이면 기아인구 식량부족 해결에 큰 도움

◆'섭취폐기물'을 줄여야 사람을 살린다

생산은 되었지만 입에 들어가지 못하고 버려지는 식품은 크게 '식품손실(Food loss)'과 '식품폐기물(Food waste)'로 분류하며 통칭하여 '음식물 쓰레기(Food waste)'로 부르기도 한다. 식품손실이란 먹을 수 있는 식량이지만 상품성 없다고 수확을 포기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피해로 소실되는 경우 등이며, '식품폐기물'은 유통 또는 가정에서 부패, 손상, 잔반 등의 이유로 버려지는 폐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외에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식품폐기물 종류가 있다. 여기서는 이것을 이름하여 '섭취폐기물(Intake waste)'이라 부르기로 한다. 음식물 섭취의 목적은 인체의 생명 유지와 건강한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공급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섭취된 음식물이 인체의 건강을 위한 유용한 자원으로 사용되기는커녕 소화기관과 조직에 부담과 고통을 주거나 심지어는 질병의 원인이 되는 쓰레기 물질로 작용하는 경우, 이는 '섭취폐기물'이 되는 것이다. 상한 음식이나 '쓰레기 식품'이라고 불리는 '정크푸드' 같은 비건강식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건강식품이라고 할지라도 인체가 필요로 하는 양 이상으로 과잉섭취가 되면 그때부터 섭취된 음식은 건강에 유익한 영양소가 아니라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오히려 폐만 끼치는 '폐기물(쓰레기)'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음식보다 우리의 생명과 건강에 더 큰 기여를 하는 것도 없지만 음식만큼 질병을 초래하는 더 큰 원인도 없다. 그래서 옛날부터 "식의동원(食醫同源)-음식이 곧 치료다"라고 했고 한편, "병종구입(病從口入-병은 입에 들어가는 것(음식)으로부터 생긴다)"이라고도 했다.

[이기송의 환경과 사람] 제철식품 소비는 2배 늘리고 섭취폐기물 줄이면 기아인구 식량부족 해결에 큰 도움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암은 대표적인 소위, 문명병으로서 편하고 잘 먹어서 생기는 병이라고 알려져 있다. 활동으로 소비하는 에너지는 적은 데 음식으로 섭취하는 공급에너지는 너무 많기 때문이다. 과잉 공급된 초과 에너지는 내장지방, 중성지방, 지방간, 비만 등의 형태로 축적되면서 문명병의 원인물질로 전환된다. 그래서 도통한 동양의 현인들은 병리학 실험실도, 현미경도 하나 없던 오랜 옛날에 '암(癌)'이란, 글자 그대로 '먹고(口), 먹고(口), 또 먹고(口), 산(山)만큼 먹어서 생긴 질병이라고 정의했다. '섭취폐기물'로 말미암은 해악의 결과라는 말이다.

동서양의 100세 넘는 장수인 연구에 의하면 채식을 많이 한 사람이 많지만, 흰쌀밥과 흰밀가루 음식, 육식과 유제품을 꾸준히 섭취한 사람, 심지어 와인을 즐겨온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그들 중에 대식가나 비만한 사람은 없더라는 것이다. 아무리 나쁜 음식도 과식보다 나쁜 것은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간과하기 쉬운 이 '섭취폐기물'의 양을 추산해 보면 상상 이상으로 많다. 전 세계 비만 인구는 약 36%에 달한다. 좀 먹고 산다는 대다수 문명국은 '살과의 전쟁'을 치르는 상황이다. 미국인의 경우 성인 하루 평균 권장 칼로리는 2천400㎈ 정도로 평가한다. 그러나 실재 미국인들의 하루 평균 섭취량은 3천600~3천800㎈로 추산한다. 필요로 하는 권장량보다 약 50% 이상 과잉 섭취한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의 비만 인구는 성인 42.4%에 달한다. 과체중 인구까지 포함하면 인구의 3분의 2에 이른다.

만약 미국 인구가 권장 칼로리만큼의 적절한 섭취를 한다면 과식으로 인한 잉여 식량만으로도 미국 인구 절반에 해당하는 1억6천만명 이상의 식량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비만과 관련된 질병이 236가지나 된다고 하는데, 적정한 양의 식품 섭취로 인한 국민적 건강개선 효과는 덤으로 얻는 위대한 성과가 될 것이다. 전 세계 3분의 1이 넘는 비만 인구가 '인류'에 대한 배려는 접어두고 거저 자신의 건강에 대한 진지한 관심으로 초과 섭취량의 반만 줄일 수 있다 해도 전 세계 10분의 1에 해당하는 기아 인구의 식량문제도 간단히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복팔분무병(腹八分無病)'이라는 말이 있다. '배에 80%만 채운다면 병이 없다'는 말이다. 약간 부족한 듯 느끼는 때에 숟가락을 놓는 과감한 결단에 익숙해질 수만 있다면 그 단순한 헌신은 가히 세기적이고 세계적인 공헌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내 몸도 살리면서 굶주림에 시달리는 수많은 인구도 살린 간단명료하지만 위대한 업적으로 자신의 신체에 그 흔적을 뚜렷하게 남기게 될 것이다. 몸은 거짓말을 못 하기 때문이다.

이기송 <ISC농업발전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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