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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시안 스토리 서민규 대표 |
2005년 오픈 80여권 출간…아트북 같은 작품집 추구
까칠하기보다 엄격…작가도 제작에 동행토록 유도
아티스트와 다양한 공감·소통 '리트머스 LS' 발간
사진가이기도 한 서민규 대표는 2005년 '마르시안스토리'를 오픈한다. 개인전도 4번 했다. 그동안 80여 권의 포토북(이하 북)을 출간했다. 경북대병원 근처에 있다가 2007년 대명동으로 신축 이전한다.
서 대표는 작업자 관점에서 아트북 같은 작품집을 추구한다. 공정을 대하는 그의 성정은 엄청 까다롭다. 까칠한 게 아니라 엄격해지기 위해서다. 그래서 강력한 제안을 통해 원하는 라인의 북을 고집해 낸다. 그래서 그에게 일을 맡기는 사람들도 다들 작가정신에 충만해 있고, 그래서 마르시안의 고집에 상당히 위안을 받기도 한다. 그에게 책 만드는 과정은 일이 아니라 하나의 재미다. 그래서 출간 의뢰 작가도 그 북 제작에 동행하도록 유도한다. 작가와 출판쟁이가 서로 '밀당'을 많이 해야 서로 감동 받는 책이 잉태된다. 그에게 가장 걱정스러운 대목은 디지털 편집 시대로 넘어가다 보니 완벽에 가까운 염료 감각의 절정인 컬러 분판(Seperation) 전문가가 거의 전멸돼 가는 처지다. 현재 파주 헤이리에서 일하는 유화씨가 고수로 평가받는다.
책에서 작가의 사진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건 불가능하다. 대신 작가도 자신의 작품에서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 있게 책에 아우라를 집어넣는 게 그의 소신이다. 기성작가도 중요하지만 이제 사진 세상에 첫발을 디디는 신진작가의 작품활동에도 포토북이 동행 되길 바란다.
제대로 만들려고 하면 할수록 적자다. 해외에 팔려고 하면 더 손해를 보는 구조다. 다행히 10년 전부터 독립서점(2021년 현재 485개), 독립출판이 힘을 받으면서 그도 동반 성장을 할 수 있게 된다.
7년 전부터는 그의 장인 기질이 폭발한다. 사비로 '리트머스 LS'란 잡지를 만든 것이다. 지금까지 4권을 펴냈다. 그 잡지는 돈 때문이 아니라 자기를 찾아와 책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 아티스트와 다양한 공감과 소통을 위한 수단이다. 심혈을 기울일 때는 한 작가와 15번 이상 미팅을 하기도 한다. 매달 반은 제주에서 반은 대구에 머문다. 제주의 속살 풍경을 포착 중이다. 디지털 세상이지만 여전히 흑백 필카의 기운을 믿는다.
지난 6월 서울 코엑스 국제도서전에서도 성과가 좋았다. 대구미술관, 리안갤러리 등과도 손을 잡았다. 리안 전시장에 아트북코너를 깔게 만들었다. 가성비를 따지지 않는 명실상부한 포토북 시장이 봄날처럼 찾아왔으면 좋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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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트하우스 권석진 대표 |
세상에 내민 주제…여느 책이 아닌 분신같은 존재
표지와 속지 디자인 방식 고민…길게는 1년이상 제작
국내 1급작가 숨결 봉헌 'ON KOREA' 가장 애착
우직한 눈빛. 그는 원래 사진가 되려고 했다. 계명문화대와 경일대 사진영상학과를 나왔다. 자신의 재능이 사진 촬영 보다 찍혀져 나온 사진을 절묘하게 편집해 사라지지 않는 아트북 같은 북을 만드는 데 있다고 확신한다. 북 출간 전문가 권석진이 더 그럴듯해 보였다.
그에게 북은 여느 책이 아니라 자신의 '분신'이나 마찬가지다. 사진가를 만나, 그가 세상에 내밀고 싶은 사진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주제어 그리고 표지와 속지의 디자인 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후 길게는 1년 이상 걸리는 제작 기간, 주문에서 발주까지, 그 모든 과정에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밤잠을 설친다. 그동안 100여 권의 북을 세상에 알렸다. 가장 애착이 가는 책은 뭘까? 단연 거의 10년에 걸쳐 시리즈처럼 묶여 나온 한국 시리즈였다. 2013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그를 선택했다. '한국 대표작가 사진전 ON KOREA'를 펴낸다. 강운구, 서헌강, 육명심, 이갑철, 박종우, 오형근, 구본창, 김중만 등 국내 1급 작가의 숨결을 한 권의 책으로 봉헌했다. 2014년 '한국-터키 대표작가 사진전 BLOOMING SILK ROAD', 2016년에는 헝가리 한국문화원에서 주문이 들어와 '한국 대표작가 유럽순회사진전 IMAGING KOREA'를 책으로 엮어낸다. 마지막 한 권은 2020년 헝가리 한국문화원에서 주문이 들어온 'Korean Shamanism GUT'. 한국의 샤머니즘의 현장을 사진 연대기로 풀어냈다. 김수남은 '신들의 고향 제주', 김동희는 '굿판', 이규철은 '징소리', 안세홍은 '작두', 박찬호는 '신당', 이한구는 '청배(請陪)'란 주제를 잡았다. "이렇게 한국 굿의 사계를 종횡으로 다 보여준 기획 북은 이게 최초"라고 권 대표는 자부한다. 특히 굿 사진집에서는 최첨단 색채 공학의 노하우가 담긴 국제인쇄표준(G7)을 공유해 고감각 원색분해의 실재를 국내 사진출판업계에 보여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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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디자인 곽범서 대표 |
2009년 '우토로 사람들 그이후' 작업후 20여권 펴내
'위대한 유산 페르시아' 계명대 2021 올해의 출판상
개인전도 5회…독자상상 방해하지 않는게 가장 중요
울진 출신으로 한때 신부가 되기 위해 대구가톨릭대 신학과를 졸업한다. 하지만 그의 꿈은 사진으로 집약된다. 영남대 조형대학원에서 사진예술을 전공한다. 지금까지 5회 개인전을 했다. 그런 그가 2000년 한 선배를 통해 사진출판 일을 익히게 된다. 졸업전 도록도 직접 제작한다. 이거 재밌네, 싶었다. 그래서 2006년 독립출판사 '모리디자인'을 차리고 '보북스'와 손을 잡는다.
그동안 20여 권을 펴냈다. 2009년 '우토로 사람들 그 이후'(임재현 사진집), 2018년 '기억·기록·기술'(사진기록연구소), 2019년 'FLORA'(이지선 사진집)·'부서지고 세워지고'(사진기록연구소)·'붉은 깃발 별이 되어'(양성철 사진집), 2020년에는 대구에서 사진가인 남편 밍창과 1개월 레지던시 작업을 하던 중 알게 된 대만 작가 왕샤오칭(汪曉靑)의 사진집 ' Reframing Motherhood'을 펴낸다. 20년간 자식의 성장기를 다룬 이 책은 아코디언을 모티프로 제작된다. 제작 기간이 1년 넘게 걸렸다. 이건 기계작업이 어렵다. 일일이 손품을 팔아야 된다. 고난도 스킬을 배우기 위해 일본 출판계도 살펴봤다. 이 밖에 노진규 사진집, 'Scrap and Build'(사진기록연구소), '한옥공소'(이지선 사진집), 2020년 나온 '위대한 유산 페르시아'(계명대출판부)는 계명대 선정 2021년 올해의 출판상도 받는다. 향후 장용근 사진집(37호 보고서)과 이주노동자의 일상을 담은 '빠이, 일상의 초대'도 나올 예정이다.
"비록 세월이 지나 종이가 서서히 노랗게 변색되어도 내가 좋아하는 북이라면 그 또한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전시장에서 원본 사진을 마주하는 것도 좋지만, 작가의 많은 사진을 여러 페이지로 나열하면서 나오는 느낌은 우리를 또 다른 세계로 불러들인다. 편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진도 달라 보인다. 북을 마주할 때 내가 가장 중요한 게 생각하는 것은, 편집이나 디자인이 작가의 작업을 가리지 않고 또한 독자의 상상을 방해하지 않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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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눈 전가경·정재완 대표 |
아내는 디자인 저술가로 남편은 북 디자이너로 투합
주문자 작품에 버금가는 책 재창조·새로운 담론 제시
사진과 이미지, 전시와 책, 텍스트 사이 공간 탐색
전가경·정재완 부부가 이끄는 '사월의 눈'. 아내는 디자인 저술가, 남편은 북 디자이너. 한국 북디자인의 효시로 불리는 정병규 사단에서 일을 배우다가 대구로 축을 이동한다. 2012년 봉덕동의 한 한옥을 꾸며 출판사를 차린다. 지금까지 17권을 출간했다.
주문자의 작품에 버금가는 책을 재창조하려 든다. 가장 반향을 불러일으킨 건 프랑스의 세계적인 북 디자이너 마생(Massin)을 다룬 '마생'이다. 제작 기간 만 2년. 올리비에 르그랑의 사진과 에세이스트 이화열의 글, 마생이 직접 쓴 저서까지 재편집해 수록했다. 한글·불어·영어별 색을 달리했다. 특히 녹색 하드커버는 그 자체가 예술이다. 그런데 정재완이 원하는 천은 국내에서 구할 수 없었다. 네덜란드에서 수입해야만 했다. 스승의 책은 무려 7년 걸려 어렵사리 출간돼 애정도 남다르다. 출간한 첫 책은 신진 작가 발굴 프로젝트로 기획한 강태영의 '사이에서'로 사진가의 데뷔가 전시나 공모전 수상이 아닌 책을 통해 이루어져 눈길을 끈다. '아파트 글자' 역시 부부가 수집한 아파트 외벽의 글자 사진을 담은 사진집이다. 아파트 네이밍과 타이포그래피를 통해 새로운 담론을 제시한다.
둘의 근성은 남다르다. 좀 부풀려 말해 대동여지도를 혼자 만든 김정호의 고집과 근성이 기획력에 녹아든다. '수집(collection)'의 의미가 강한 '사진집'보다 '사진+책'이라는 두 매체의 교차와 접점 그리고 간극에 대한 생각을 자극하는 '사진책'이라는 용어를 선호하고 사용한다. 프로와 아마추어, 사진과 이미지, 사진과 영상, 전시와 책, 사진과 텍스트의 사이 공간을 탐색하고자 하며, 이 틈새를 연결 짓는 행위로서 그래픽 디자인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이라는 필터로 누락되는 이미지들을 사진책이라는 공간에 새롭게 재생하는 것이 둘의 과제란다. 향후 영화와 디자인, 영화와 사진과의 관계를 모색하는 포토 콜라주, 포토 몽타주 형식부터 일본 사진가 모리야마 다이도의 작품집까지 출간할 모양이다.
글·사진=이춘호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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