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메일] 갈수록 커지는 수도권 비수도권 격차

  • 김승수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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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04   |  발행일 2022-09-05 제25면   |  수정 2022-09-04 16:24
[여의도 메일] 갈수록 커지는 수도권 비수도권 격차

2020년 우리나라 전체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다. 게다가 국민 총생산의 49.5%, 취업자 50.2%, 투자상위 1천대 기업 본사 73.6%, 예금 68.7%가 수도권에 집중된 세계에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수도권 일극체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2월 '국가균형발전 비전과 전략 선포식'에서 "우리 정부는 노무현 정부보다 더 발전된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말뿐이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와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수차례 공언했던 2차 공공기관 이전은 희망고문만 하고 유야무야(有耶無耶) 되었다. 오히려 SK하이닉스 반도체 복합단지를 수도권 규제완화 특혜까지 주면서 경기도 용인시에 허용해 줬고, 이건희 미술관은 30여개 지자체가 강력히 유치의사를 밝혔지만 공모 기회조차 주지 않고 독 단적으로 서울 건립을 결정하는 등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정책들을 추진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2014년 비수도권 50.4%, 수도권 49.6% 수준이었으나, 2020년에는 수도권이 52.5%, 비수도권이 47.5%로 크게 역전되었다. 비수도권의 지방대학들도 정원 미달사태로 존폐의 기로에 몰리고 있다. 2021학년도 비수도권 대학의 신입생 미충원율은 7.8%로, 수도권 대학 신입생 미충원율 0.8%에 비해 무려 7.0%p가 높았다.


문화예술분야의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불균형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박물관을 제외한 국립전시공연시설은 14곳 중 9곳이 서울에 위치해 있고, 2020년 기준으로 출판, 만화, 음악, 게임, 영화 등 문화콘텐츠 산업의 전체 매출액 총 128조 2천594억원 중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89.1%에 이른다. 콘텐츠 관련 사업체의 58.3%, 업계 종사자 78.1%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균형발전을 외쳤지만 이렇듯 지역간 불균형이 더욱 악화된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균형발전에 대한 정책결정권자들의 관심과 의지가 부족했고 지방의 목소리가 중앙정부와 정치권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역대 정부 대부분 대통령실, 국무총리실 고위직들은 중앙부처나 수도권 소재 기관 출신이며, 거주지도 수도권으로 수도권 중심의 시각을 갖고 있다. 국회도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지역구의원 정수 253석 중 수도권 의석수는 121석으로 48% 수준이지만 비례대표 47명 중 대부분은 수도권에 주소지가 있어 실제 수도권을 대변하는 의원들이 과반을 훨씬 넘는다.


수도권으로의 과도한 집중을 더이상 방치할 경우 지방소멸과 국가경쟁력의 약화는 피할 수 없는 재앙이다. 과거 균형발전정책의 실패에서 경험했듯이 혁명적 발상과 과감한 실천 의지 없이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해소는 허망한 꿈에 불과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방시대'를 모토로 역대 처음으로 대통령직인수위부터 지역균형발전특위를 설치하고 지역간 격차해소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기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를 통합해서 균형발전의 강력한 컨트롤타워로 '지방시대위원회' 출범을 예고했다. 지역실정을 고려한 맞춤형 분권, 지역 특화산업의 집중 육성과 지역인재 할당제의 획기적 확대 등을 통한 지방대학의 경쟁력 강화 등 실질적 균형발전정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기대해 본다.
김승수 <국회의원(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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