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이준석의 'TK 구애'는 성공할까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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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05   |  발행일 2022-09-05 제26면   |  수정 2022-09-05 06:47
초유의 집권당 혼돈 속
윤 대통령과 대치 중에
대구경북 연고 내세워
곳곳 누비며 광폭 행보
지역 민심 과연 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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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장

"'TK 적자' 띄운 이준석, 후일 도모 전략 행보" "이준석 갑자기 'TK 손자' 행보… 민심 흔들어 차기 총선 노린다?" 9월1일자 한겨레신문의 오프라인과 온라인 기사 제목이다. 전직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이 지난주 며칠 동안 대구경북에 체류했는데, 'TK'의 차세대 리더를 노리고 있는 거 아니냐는 분석 기사다. 실제 이준석은 자신이 법원에 낸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다음 날(8월27일)부터 칠곡에 머물며 책을 쓰는 도중에 대구 곳곳을 다닌다. 방촌시장을 찾아 칼국수를 먹는 사진을 SNS에 올렸고 북구 떡볶이 축제 행사장, 칠성시장을 갔다. 어제(4일)는 김광석 거리에서 당원 모임 겸 기자회견도 열었다.

이준석은 특히 자신과 TK의 연고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칠곡 조상 묘소를 찾은 사진을 올렸고, 달성군 당원 모임 일정을 소개하며 "칠곡은 본가, 달성은 외가"라고 했다. 이준석은 서울에서 나서 자랐고 서울 노원구병 국회의원 선거에 3번 출마해 모두 떨어졌다. 지금도 그곳 당협위원장이다. 이준석에게 우호적인 한겨레는 이준석의 'TK 구애'에 대해 당 대표 재출마를 염두에 두고 당원 수가 압도적인 지역 다지기, 분당이나 탈당 등으로 정계 개편이 이뤄질 경우에 대비한 진지 다지기 등의 분석이 나온다고 소개했다. 멀리 보고 TK의 적자(嫡子)로 자리 잡으려는 "대단한 행보"라는 측근의 말도 덧붙였다.

이준석이 TK 행보를 시작하기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해 TK 민심이 관통하는 서문시장을 찾았다. 김건희 여사 팬 카페에 일정이 미리 노출되는 바람에 경호처에서 변경 건의를 했지만, 윤 대통령이 밀어붙였다고 한다. 대선 때 전국에서 가장 많은 표를 몰아준 TK의 민심을 다시 얻는 게 화급한 까닭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서문시장에 머문 바로 그 시간에 법원의 가처분 인용 소식이 전파를 타면서 모든 이슈를 덮는 바람에 빛이 바랬다. 여당에서 궁지에 몰린 이준석이 법원에 SOS를 치며 직무를 정지시켜달라고 호소한 대상도 대구의 최다선(5선)인 주호영 의원이다.

이준석은 그동안 TK와의 연고를 부인할 일도 없었지만 굳이 강조한 적이 없다. 대선이나 지방선거 때 오히려 호남 민심에 집중했고, 툭하면 지방을 돌 때 가장 많이 찾은 곳 역시 호남이었다. 그러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정치적 반전의 틈새가 보이자 'TK 연고'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한겨레의 분석처럼 본인의 야망을 채워줄 '적지'로 판단한 걸까.

이준석이 처음 여의도 정치판에 등장한 건 아버지의 경북고 동기동창인 유승민 전 국회의원실 인턴 명함을 파면서다. 그때만 해도 '친박'이었던 유승민의 소개였는지 확실치 않지만 '박근혜 비대위'에 들어갔고, '박근혜 키즈'로 불렸다. 지금 이준석 소동의 시발점인 '성 접대' 의혹은 그 직후 박근혜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일어난 일이다. 박근혜 정부가 위기에 처하자 이준석은 범보수 진영에서 탄핵을 주도한 유승민을 따라다녔다. 유승민은 여전히 TK에서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애를 먹는다. 유승민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했던 것처럼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이준석의 'TK 프로젝트'는 실체가 있을까, 있다면 '유승민 트라우마'가 있는 지역 민심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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