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일부 지역 토사유실·하천범람 우려

  • 이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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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05 19:01  |  수정 2022-09-05 21:41  |  발행일 2022-09-06
[태풍 힌남노 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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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제주 인접까지 북상한 5일 오전 대구 동구 용수천에 호우 시 배수를 저해할 수 있는 수풀이 무성히 우거져 있다. 이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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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제주 인접까지 북상한 5일 오전 대구 동구 용수천 인근 도로가 하천과의 경계가 없어 호우 시 범람이 우려되고 있다. 이자인기자

관측 이래 가장 강한 태풍으로 예보된 '힌남노'가 6일 대구경북을 관통할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산지 인근의 토사 유출과 하천 범람에 따른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구 동구지역 산지 개발과 관련 있는 한 관계자는 "재해영향평가를 반영해 저류지를 조성하고, 성토구역엔 조경과 돌 사이에 와이어 처리를 하는 등 토사유출 방지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하지만 인근 주민은 태풍 소식에 불안해 하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2시쯤 찾은 대구 동구 도학동 팔공산 자락에는 개발 사업으로 인해 성토가 진행된 구역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토사면 바로 앞에 거주하고 있는 김모(77)씨는 "옛날에 담이 없어서 위에서 물이 흘러내려온 적이 있었다. 비만 오면 흙물이 내려왔다. 지금은 전산센터를 지으면서 담을 쌓았다. 그 뒤로 아직까지 큰 비가 오진 않았지만 비가 어떻게 오느냐에 따라 피해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팔공산 일대 일부 주민은 2년 전 태풍 '바비' 등으로 개울이 범람해 침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주민이 언급한 개울이 흐르는 산 위엔 놀랍게도 3층 높이의 흙과 돌이 쌓여 있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3~4년 전 건설사업에 따라 성토작업이 이뤄지며 어느 순간 흙이 쌓이기 시작했다. 나모(여·75)씨는 "2년 전 태풍이 왔을 때 개울 위에 있던 흙이 쏟아져 내려 완전히 다 덮었다. 물이 아예 내려가지도 못하고 끝까지 차올라서 집 앞에 물난리가 났다"며 "여기서 산 지가 20년이 넘었는데 한 번도 물난리 난 적은 없었다. 저 위에 흙이 쌓인 뒤로 물난리가 처음 났는데 오늘내일 큰 비가 온다고 하니 무섭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오모(41)씨도 "팔공산 일대를 보면 성토를 한 곳이 적지 않다. 강한 비가 내리면 성토가 이뤄진 부분들이 농수로 쪽으로 무너지지 않을까 굉장히 우려된다"며 "주민들이 농수로가 흐르는 밭 사이에 집을 지어놓고 산다. 팔공산은 굉장히 방치돼 있는 상태"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김동근 경북대 교수(산림환경자원학과)는 "산에 사면이 있을 때는 식생을 심거나 계단식으로 만들어 돌을 쌓아두곤 한다. 사면의 길이가 길지 않다면 적절한 공법을 사용한 것일 수 있다"면서도 "시간당 강우가 얼마나 강한가에 따라 토사가 흘러내릴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대구와 경북의 산사태 위험 1등급 지역 면적은 각각 1천769ha, 10만7천636ha이고 산사태 취약지역은 각각 91곳, 5천25곳이다. 대구 경우 동·북·수성구와 달성군 산지에서 산사태 위험이 큰 것으로 파악됐으며 경북은 봉화·상주·문경 등이 대표적인 산사태 취약지역이다.

대구 용수천과 율하천 등 동구지역 일부 하천은 집중호우 시 범람 위험 등도 제기된다. 5일 오전 9시쯤 찾은 동구 용수천은 물이 흐르는지 확인이 되지 않을 정도로 수풀로 무성히 뒤덮여 있었다. 수풀은 다리 위 도로에 닿을 만큼 높게 자라 있어 강수 시 배수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일대 주민들이 사는 집은 하천에서 불과 2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용수천 일부 구간엔 높이가 하천만큼 낮은 데다 하천과의 경계가 없는 다리도 있어 호우가 오면 바로 범람하기 쉬운 모습이었다.

인근 주민 김모(여·76)씨는 "큰 태풍이 왔을 때 이곳에선 다리 여러 개가 무너져 내렸다"고 주장하며 "풀이 저렇게나 자라 있는데 배수나 제대로 되겠느냐"며 "이번 태풍이 최고로 강하다는데 집에 물이 들어올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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