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결절종, 수술해야 하나…손목에 생기는 '가짜혹'…당황하지 마세요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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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06 07:14  |  수정 2022-09-06 07:18  |  발행일 2022-09-06 제17면
필라테스 등 운동 때 지속된 자극으로 주로 발생
손 짚고 손목 뒤로꺾는 동작서 찌릿한 통증 느껴
30~50%는 저절로 없어지지만 부위 크면 수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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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재건병원 박진식 과장

필라테스 강사인 김모(여·29)씨는 최근 손목에 혹처럼 솟아오르는 덩어리 탓에 병원을 찾았다. 처음에는 통증도 없고 손목을 움직이는 것에도 큰 불편이 없어 그냥 지나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혹시 '악성 종양'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던 것. 진단 결과는 물혹 또는 가짜 혹으로 불리는 결절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손목을 많이 쓰는 탓에 생긴 것이고,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했지만, 매일 수강생을 만나야 하는 직업 특성상 수술을 택했다"고 말했다.

◆손목에 물혹이 생겼다, 왜?

전문의들에 따르면, 결절종은 관절막이나 힘줄막의 약해진 부분으로 관절이나 힘줄의 윤활액이 비집고 나오면서 부풀어 오른 '물풍선'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이는 세포들이 무분별하게 증식해서 생기는 덩어리(혹·종양)가 아니라 단순히 액체가 차 있는 물풍선인 탓에 환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가짜혹'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손과 손목뿐만 아니라 신체 어느 부위에서든 발생할 수 있지만, 손목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결절종 발생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많은 결절종 환자에게서 외상력이나 만성적인 과사용의 병력이 있었던 점 등으로 미뤄 반복된 마찰이나 충돌과 같은 자극 등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극을 받은 관절막, 힘줄막에 변성이 일어나고, 그렇게 변성돼 약해진 부분으로 관절액이 새어 나오면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게 되는 것. 또 외상이나 과사용으로 손목의 특정 인대가 파열되거나 늘어난 상태가 되고 나면, 그 이후에는 일상적인 활동만으로도 관절에 무리가 가서 결절종이 발생할 수 있다.

결절종은 연령, 성별에 상관없이 발생하지만, 20~30대 활동적인 연령대에서, 성별로는 여성에게서 더 많이 발생한다. 최근 요가나 필라테스, 체조나 역도 동작이 포함된 크로스핏 등의 스포츠가 대중화되면서 이를 즐기는 이들 사이에서 손목 결절종이 많이 발견되기도 한다. 또 체중이나 중량이 가해지면서 손목이 뒤로 꺾이는 동작이 많이 포함된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 그리고 맨몸운동을 많이 하는 군인들, 손과 손목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업무를 많이 하는 이들에게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아프지도 않은데 꼭 없애야 하나

결절종의 경우 아무런 통증이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매우 경미한 불편감인 정도가 대부분이다. 이런 탓에 환자가 병원을 찾는 이유도 아파서라기보다 언제부턴가 손목에 혹이 생겼는데 혹시 악성 종양은 아닌지, 방치해도 되는 것인지 하는 걱정 때문이다.

물론 일부 환자들은 통증이나 불편감 같은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가장 전형적인 통증 양상은 특정 손목 동작, 즉 체중을 싣고 손을 짚어서 손목이 뒤로 꺾이는 동작에서 뚜렷하게 유발되는 찌릿함이다. 이 외에도 손목 관절이 묵직한 느낌, 다소 뻣뻣해지거나 힘이 잘 안 들어가는 느낌 등의 불편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많이 쓸 때 혹이 좀 부풀어 오르고, 덜 쓰고 쉬면 좀 가라앉는 양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대부분 증상이 거의 없거나 경미한 탓에 환자들은 "이걸 가만히 내버려 두면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묻는 경우가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결절종이 맞다면 악성 변화는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일단 안심해도 된다. 특히 30~50% 정도는 저절로 없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언제까지 기다려야 없어질지에 대한 명확한 예측은 어렵다. 또 오래됐거나 통증과 같은 증상이 있을 경우, 크기가 클수록 저절로 소멸될 확률이 낮고 치료 후 재발률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통증이 없거나 거의 무시할 정도의 결절종이라면, 저절로 없어지길 기다려 보는 것이 가장 좋다. 다만 정말 물혹(가짜혹)이 맞는지, 혹시나 종양성 병변은 아닌지에 대한 진단은 필요한 만큼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본 이후 결정해야 한다.

MS재건병원 박진식 과장은 "손목의 특정 인대가 파열,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결절종도 드물지 않게 있고, 이러한 경우에는 동반된 인대에 대한 봉합이나 재건술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만큼 면밀한 진찰 후 치료방법을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술을 해야 한다면

통증이 지속되어 생활에 불편을 주거나, 수개월에서 수년 기다려도 없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경우 수술을 통해 제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제거 방식은 크게 △재발률이 높고, 통증 호전 효과는 적지만 '가성비'가 좋은 주사침 흡인 치료 △재발률 가장 적은 확실한 치료, 수술적 제거 △부작용도 적고, 재발률도 적은 관절내시경 수술로 나눌 수 있다.

주사침 흡인치료는 많은 병의원에서 일차적으로 시도되는 치료로, 주사기를 이용해 결절종 내부의 물을 뽑아내거나 주사기 바늘을 이용해 막(풍선)을 찢어서 터뜨리는 방법이다. 비용부담과 부작용이 적고, 즉각적으로 물혹의 사이즈를 줄일 수 있지만, 재발률이 50% 이상에 이른다. 재발률은 높지만 비용, 부작용 부담이 적은 데다 상처도 거의 없어 한두 번쯤 시도해 볼 수 있는 치료다.

수술적 제거는 빈번하게 재발하거나 통증이 지속되는 환자들에게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다. 물혹 위의 피부를 잘라 물혹을 따라내려 가서 뿌리를 찾아 없애는 방법으로, 평균 재발률은 10%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물혹 뿌리 제거에 실패하면 재발률은 더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피부에서부터 깊은 조직인 관절까지 박리를 해야 하는 탓에 그 이후 발생한 흉터조직으로 관절가동 범위가 감소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점들을 보완해 최근에는 관절내시경을 통한 수술도 개발됐다. 피부를 째고 열어서 직접 혹을 제거하는 전통적 방법의 수술과 비교하면 통증 호전 효과나 재발률 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는 데다 관절 내시경을 이용해 흉터가 적게 남는다는 장점이 있다. 또 겉에서 보이는 피부 흉터뿐만 아니라 내부의 조직 박리에 의한 흉터조직도 적어 수술 후 통증과 회복이 더 빠르다. 여기에 결절종과 함께 자주 동반되는 손목 인대의 파열 여부를 가장 정확하게 진단하고 함께 치료할 수 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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