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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주〈뮤지컬 배우·연출가〉 |
지난 4일 대덕문화전당에서 열린 판소리 창작 뮤지컬 '심봉사와 그의 여인'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지난해 초연을 거쳐 올해 재연임에도 불구하고, 시행착오는 초연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힘겨웠다. 이쯤 되면 익숙해질 법도 한데, 무대는 여전히 생경하다. 매 순간 처음 같고, 모든 상황이 예측불허다. 아직은 작가로서, 연출가로서 갈 길이 먼가 보다.
창작 판소리 뮤지컬 '심봉사와 그의 여인'은 3년 전 이 무렵 운명처럼 내게 다가왔다. 판소리 다섯 마당 중 '심청가'를 바탕으로, 판소리와 뮤지컬의 만남. 흔치 않고, 기발하며 색다른 창극, 지루함 없는 건 세대 공감 이야기.
과연 내가 이런 멋진 작품을 쓸 수 있을까?
반신반의로 시작한 작품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몇 날 며칠을 골방에 갇혀 씨름했지만, 단 한 자도 적을 수 없었다. 약속한 날짜는 야속하게도 점점 다가왔다. 뭔가 수를 내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날 판국이었다. 바로 그 순간 '대구시 무형문화재 제8호 호은 주운숙 판소리 보존회'와 첫 미팅에서 주고받은 주운숙 판소리 명창의 CD가 떠올랐다. 죽으라는 법은 없나 보다. 300분가량 되는 동초제 심청가를 정말 마르고 닳도록 듣고 또 들었다. '뭘 알아야 쓰지'가 결론이었고, 마땅히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며칠, 몇 주 그리고 몇 달. 동초제 심청가 사설 책은 손때 묻고, 너덜너덜하게 해어졌다. 그리하여 판소리 창작 뮤지컬 '심봉사와 그의 여인'이 탄생했다.
독일의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그의 책 '사랑의 기술'의 서문에서 철학자 파라켈수스의 말을 인용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는 아무것도 사랑하지 못한다. 한 사물에 대한 고유한 지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랑은 더욱더 위대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옛말 틀린 것 하나 없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 그래서 이제 나는 판소리를 사랑하고, 그 무엇보다도 심청가를 사랑한다. 그리고 이야기 속 인물에 공감한다. 아이 낳은 지 초칠일도 안돼 찬물에 빨래하던 곽씨 부인의 고달픔을 이해하고, 제수로 몸이 팔려 망망한 창해 한가운데 홀로 서 있는 심청의 두려움을 공감하며, 맘대로 되는 일 뭣 하나 없어도 기어이 살아내는 심봉사를 응원한다. 내년에 또 만날 수 있으려나? 아니 벌써! 보고 싶다. 판소리 창작 뮤지컬 '심봉사와 그의 여인'
장은주〈뮤지컬 배우·연출가〉

장은주 뮤지컬 배우·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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