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기술로 '예측 가능한 농업'…2년새 도입 농가 34% 급증

  • 김일우 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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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07   |  발행일 2022-09-07 제22면   |  수정 2022-09-07 07:45
[상주, 삼백의 고장에서 스마트팜 도시로 .7] 스마트팜 중심도시 상주
지난해 기준 156가구서 79㏊ 운영
외서면에 국내 최대 딸기 스마트팜
귀농 박홍희씨 2㏊ 규모 온실 갖춰
시설딸기보다 생산량 약 80% 많아
"큰 태풍이 와도 농사 걱정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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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상주시 외서면 관동리에 위치한 우공의딸기〈주〉 스마트팜 안에서 딸기가 자라고 있다. 상주에는 딸기·오이·샤인머스캣 농가를 중심으로 스마트팜 재배 비율이 늘고 있다. <우공의딸기 제공>


한국 농업은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이상 기후와 갈수록 심해지는 고령화 문제는 농업의 위기를 부채질한다. 스마트팜(Smart Farm)은 이런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첨단농업기술이다. 정보통신기술(ICT)과 IoT(사물인터넷)를 접목해 예측 가능한 농업을 할 수 있게 한다. '상주, 삼백의 고장에서 스마트팜 도시로' 7편에서는 국내 스마트팜 중심도시 상주에 대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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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우공의딸기가 운영하는 스마트팜 안에서 박홍희 대표이사가 내부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 딸기 재배 스마트팜

"태풍이 와도 크게 걱정이 없어요. 스마트팜은 날씨라는 변수의 영향을 최소화해 주거든요."

지난 2일 경북 상주시 외서면 관동리에서 만난 박홍희(50) 우공의딸기<주> 대표이사는 이렇게 웃으며 말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한다는 소식에 비상이 걸린 다른 농가와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곳은 농업회사법인 우공의딸기가 운영하는 스마트팜이다. 국내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스마트팜으로는 규모가 가장 크다.

한눈에 봐도 규모가 꽤 넓다. 온실인 만큼 외부는 모두 유리로 마감돼 있다. 내부로 들어서자 천장 아래에 이중으로 설치된 커튼이 눈길을 끈다. 이 커튼을 접었다 폈다 하면 햇빛양을 조절할 수 있다고 한다. 딸기가 재배되는 '업다운 행잉베드(상하이동식 베드)'도 인상적이다. 어른 가슴 높이에 매달려 있는데 베드 높이는 위아래로 조절 가능하다.

베드 바로 위에는 물에 비료를 섞어 공급하는 양액공급관이, 바로 아래에는 이산화탄소(CO2 )공급관이 지난다. 베드 아래 땅바닥에는 난방온수관이 위치한다. 또 공기를 순환해 스마트팜 내부의 온도를 균일하게 맞춰주는 교반기, 흰가루병 방제 역할을 하는 유황훈증기도 내부 곳곳에 설치돼 있다. 스마트팜 옆 육묘장에는 딸기 모종이 한창 자라는 중이다. 육모장에서 5~6개월 가량 자란 딸기 모종을 스마트팜으로 옮긴 뒤 11월쯤 수확에 들어간다.

박 대표는 "내부에서 컨트롤 가능한 요소는 광(빛),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CO2 ) 시비량(施肥量), 관수량 등이다. 정밀하게 생육관리를 할 수 있고 병해충 위험도 적다. 또 딸기 수확량과 수확시기도 알 수가 있어 예측 가능한 농업을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스마트팜의 특징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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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팜에서 생산한 딸기. <우공의딸기 제공>

◆대기업 직원에서 스마트팜 사업가로

박 대표는 2013년 직장을 그만두고 상주에 귀농했다. 이듬해에는 대기업에 다니던 아내 곽연미(49)씨도 남편을 따라왔다. 연고는 없었지만 한국의 농업 중심도시인 데다가 정주여건도 좋아 상주를 선택했다. 딸기를 재배하기로 결정한 것은 당해 소득이 나오고, 체험이나 문화사업 등과 연계하기도 좋다고 생각해서다. 급작스러운 결단이 아니라 직장 일을 하면서 틈틈이 귀농 준비를 해왔다.

처음 그는 상주시 청리면 수상리에 0.6㏊(1천800평) 정도 땅을 빌려 비닐하우스에서 딸기 농사를 지으며 재배 기술을 익혔다. 2014년부터는 딸기 농장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4~5년 정도 딸기 농사가 손에 익을 때쯤 농업을 비즈니스로 확장할 준비를 했다. 그 결과물이 이 스마트팜이었다.

지난해 8월, 44억원을 들여 딸기 재배 환경에 최적화된 최첨단 스마트팜을 지었다. 공사 기간은 약 1년이 걸렸다. 유리온실 면적만 2㏊(6천평), 육묘장 면적은 0.8㏊(2천400평)에 달한다. 딸기 재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화된 스마트팜 복합환경제어 시스템을 적용해 생산량도 높였다. 이곳에서는 시설 딸기의 평균 생산량보다 약 80%가 많은 딸기가 생산된다.

2020년 스마트팜 운영을 위해 박 대표는 농업회사법인 우공의딸기<주>를 설립했다. 스마트팜 운영 첫해인 2021년에는 딸기 100t을 생산했다. 올해는 130t, 장기적으로는 170t 생산이 목표다. 재배 품종은 가장 대중적인 '설향'과 '금실'이다. 금실은 설향과 매향을 교배해 만든 품종이다. 설향과 비슷하지만 단단하고 저장성이 좋아 수출에 유리하다.

박 대표는 스마트팜 외에도 청리면 수상리에서 0.9㏊(2천700평) 규모로 딸기를 재배하고 있다. 또 아내와 함께 농업 유통과 교육컨설팅 사업을 하는 굿파머스그룹<주>과 ICT, 스마트팜 설비 사업을 하는 씨앗<주>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청년 농부 멘토링사업도 병행한다. 스마트팜에서 일하는 정규직 직원 12명 가운데 75%인 9명이 20·30대다. 교육을 통해 이들이 농업인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농업을 가르치고 있다. 경북도와 상주시도 직원 1명당 10개월 동안 월 100만원의 임금을 지원해 준다. 민간과 공공이 힘을 합쳐 청년 농부를 육성하기 위해 그가 경북도와 상주시에 제안해 받아들여진 사업이다.

특히 그는 직원의 직급 체계를 전문직처럼 만들었다. 직원은 입사와 함께 정규직 신분이지만 입사 6개월까지는 인턴농부다. 인턴 기간이 끝나면 농업을 중도 포기할지 계속할지를 선택해야 한다. 남은 직원은 레지던트 농부로 전환된다. 레지던트 농부는 2년을 일하며 농사에 대한 전문성을 높인다. 2년 뒤에는 독립해 자신의 농업을 하는 독립농부로 나아가든지 아니면 직원으로 남아 일을 하는 파트너농부가 된다.

"청년 농부들이 여기서 많이 농업 기술을 익혀 우공의딸기 모델로 성공해 함께 생산자 네트워크를 갖췄으면 좋겠어요. 농업은 생산량이 많고 네트워크를 갖춰야 생산자가 힘을 가질 수 있거든요. 젊은 농부와 함께 좋은 농업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아요." 그의 야심 찬 목표다.

◆스마트팜 중심도시로 성장하는 상주

스마트팜은 비닐하우스, 유리온실 등에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해 작물의 생육환경을 원격·자동으로 적정하게 유지·관리할 수 있는 농장을 뜻한다. 원격제어 단계의 1세대, 데이터 기반 정밀 생육관리 단계의 2세대, 무인자동화 단계인 3세대로 나뉜다.

전 세계 스마트농업 시장은 2020년 138억달러에서 2025년 22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스마트농업 시장도 같은 기간 2억4천만달러에서 4억9천만달러로 연평균 15.5%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주는 전북 김제, 경남 밀양, 전남 고흥과 함께 정부가 육성하고 있는 스마트팜 중심도시다. 주로 딸기, 오이, 토마토, 샤인머스캣 재배 농가를 중심으로 스마트팜 재배 비율이 늘고 있다. 2019년까지 상주 스마트팜 농가는 116가구, 재배 면적은 59㏊였다. 최근 스마트팜 도입이 크게 늘어 지난해 기준으로는 156가구가 79㏊의 스마트팜을 운영 중이다. 불과 2년 만에 34%가 증가한 셈이다.

특히 상주 딸기가 주목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딸기 주산지는 충남과 경남이다. 상주의 경우, 딸기 재배 면적은 넓지 않지만 고품종 재배가 이뤄진다. 2020년 기준으로 상주에서는 43농가가 20㏊ 규모로 딸기를 재배하고 있다. 생산량은 438t, 생산액은 23억원이다. 딸기 재배 농가 중에서는 고설재배가 40가구로 대부분이며, 토경재배는 3가구밖에 되지 않는다. 고설재배 면적이 경북에서 가장 넓다. 상주에서는 주로 청리면, 사벌국면, 낙동면에서 딸기가 재배되고 설향 품종이 전체의 90%를 차지한다.

김정수 상주시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장은 "상주는 딸기농사의 규모는 타 시·군에 비해 작지만, 토경에서 고설수경재배로의 전환이 빠를 정도로 고품질 딸기를 생산하기 위한 교육열이 높고, 새 기술도 잘 받아들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글·사진=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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