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프리즈 서울의 힘은 놀라웠다

  • 임교은 갤러리프랑 대표
  • |
  • 입력 2022-09-06   |  발행일 2022-09-08 제21면   |  수정 2022-09-07 08:17
2022090601000190800007411

세계 3대 아트페어인 프리즈가 지난 2일 서울에 처음 진출한 가운데, 개막에 앞서 아트위크 (artweek) 라는 이름으로 서울 한남동과 삼청동에서 갤러리마다 VIP고객들을 초대해 한국미술을 소개했다.

한국을 찾은 세계 미술계 거물들은 프리즈 기간 서울 곳곳을 돌며 키아프 전시를 관람하고 한국의 갤러리 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미팅을 하기도 했다. 개막일에는 초대받은 VIP 관람객부터 유명 연예인들이 줄을 이었고 외국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600억 상당의 피카소와 샤갈의 원화와 현대미술에서 빠질 수 없는 데미안 허스트 등의 작품을 눈앞에 두며 저마다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그림을 사랑하는 관람객 입장에서는 세계적인 갤러리 가고시안, 하우저앤워스 등에서 작품을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이자 그들에게 한국 컬렉터들의 수준과 에너지를 각인시키는 기회이기도 했다.

하우저앤워스에 걸린 조지 콘도의 'Red Portrait Composition' (2022) 는 한화로 약 38억원이며, 구입한 고객은 한국의 한 사립 미술관이라고 밝혀졌다. 하지만 이런 축제 분위기 속에서 앞으로 5년 동안 한국화랑협회가 개최하는 키아프가 프리즈와 매년 동시 개최될 예정인데, 한국의 갤러리들이나 작가들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프리즈가 한국 미술시장에 남긴 숙제는 뭘까. 홍콩은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로 자리를 잡는데 50년이 걸렸다고 한다. K-pop, K-beauty, 우리는 빠르지는 않아도 늘 똘똘 뭉쳐 재주껏 우리 것을 세계에 알린 민족이 아니던가. 우선 한국 미술시장이 이번 프리즈를 계기로 세계 시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은 분명하다. 이미 한국 컬렉터들의 수준은 상당하고 이번 프리즈 서울을 계기로 그 사실을 입증했다. 실제로 수익 규모 면에서 프리즈 뉴욕과 프리즈 LA에 이어 신기록을 달성할 것이라 하니 한국 시장의 잠재적 구매력 또한 큰 매력이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이럴 때일수록 한국의 힘 있는 기업들과 슈퍼컬렉터들이 앞으로 해외 무대로 나아갈 우리 신진 작가들에게도 더 애정 어린 관심을 쏟아주고 작가들 또한 세계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진짜 실력을 더 키워야 한다.

2023년 7월 개관 예정인 대구 간송미술관을 예로 들어, 간송미술관의 설립자 간송 전형필 선생의 정신을 보면 알 수 있다. 간송 선생은 일제강점기에 우리의 문화재가 해외로 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본인 스스로 사재를 털어 꾸준히 한국 미술품들을 모아 보존해온 인물이다. 선생의 이러한 헌신으로 후대의 우리가 오래된 우리의 국보와 다양한 역사적 유물을 지켜왔고, 서울 간송미술관에 이어 대구 간송미술관이 설립됨으로써 대구 지역의 문화, 예술계 뿐 아니라 부가가치 또한 상당하니 전형필 선생의 사회적 공헌이 도시를 넘어 국가적으로도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신진 작가 중 대부분은 작품이 잘 팔리지 않아 작업실 월세조차 감당하기 힘든 현실이다. 미대를 나온 신진 작가 중 상당수가 작업을 포기하고 다른 직업을 가지거나 당장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상업적인 그림을 그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외국에서는 재능있는 작가들을 후원하는 기업 프로그램이나 슈퍼컬렉터들의 인식 수준 또한 뛰어나 그들이 세계적인 작가의 탄생으로 국격을 높이고 문화 경쟁력의 힘을 가지는 일 또한 사실이다.

근현대 미술사에서 빠질 수 없는 작가들을 많이 배출한 도시 대구에는 아직 제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제 2의 이인성, 이쾌대가 많이 남아있다. 대구 출신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동 중인 곽훈, 정재규, 이강소, 최병소, 이슬기, 김수자, 이배, 남춘모, 박종규 등의 뒤를 잇는 우리의 신진작가에게 더 따뜻한 관심과 후원을 보내야 하는 이유이다.

나는 앞으로의 한국 미술시장이 아주 기대된다. 세계무대 속에서 더 빛이 날 K-art를 기대해 본다. 특정 사람들의 전유물로 어렵게만 여겨졌던 미술을 모두가 저마다의 방식대로 해석하고 향유 하는 시대가 오길 바라며, 프리즈 서울이 한국 예술의 경쟁력이 더 강해지는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임교은 <갤러리프랑 대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