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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소영 (프란츠클래식 대표) |
필자는 낭만과 예술의 거리라고 불리는 명덕네거리에서 음악 연습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다양한 인연을 만나게 해주고 여러 음악인과의 교류가 시작되는, 영업장 이상의 의미가 있는 소중한 장소이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사태로 예술인들은 공연할 기회와 무대를 잃어버렸다. 특히 음악대학의 연습실까지 폐쇄되어 한창 기량을 갈고닦아야 할 음대학생들이 갈 곳을 잃었다.
연습을 하루 쉬면 내가 알고, 이틀을 쉬면 음악가들이 알고, 사흘을 쉬면 모두가 안다는 말이 있다. 그 말 때문일까. 연습할 장소가 없어진 음대 학생들이 하나둘씩 필자의 음악 연습실로 모이기 시작했다.
조심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연습만 하는 일상이 반복되던 어느 날이었다. 두 명의 피아노 전공 여학생이 그랜드피아노가 있는 연습실에서 인스타그램을 통한 라이브 연주회를 기획했다. 두 사람은 한 시간가량 관객과 소통하며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불렀는데, 그 모습이 너무 기특하고 예뻐서 나는 연주 내내 하트를 적극적으로 누르며 라이브 방송을 끝까지 시청했다.
지금은 온라인 콘서트가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코로나가 막 시작된 시기에는 매우 참신한 시도였다. 두 학생의 행보는 '연습실은 연습만 하는 공간'이라는 나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부수었고, 소규모 콘서트홀의 매력과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었다.
올해 2월 필자는 예술의 거리인 물베기 거리에 다목적 공연장인 프란츠홀을 개관했다. 6개월간 이곳에서 약 40명의 지역예술인이 연주회를 열었으며 올가을에는 두 개의 음악 축제가 예정되어있다. 인스타그램 라이브 연주회를 보며 그린 작은 꿈은 2년 만에 현실이 되었고 이 공간 덕분에 공연기획자로서 더 큰 꿈을 가지게 되었다.
프란츠홀은 관객석이 75석에 불과한 작은 홀이다. 하지만, 이곳에 벌써 많은 관객이 다녀갔다. 그들은 공연을 가까이서 보고, 듣고, 느낀다. 공연과 관객석의 무대가 가까워 연주자와 함께 호흡하며 공연을 즐기는 것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코로나 때문에 소리를 낼 수 없어 박수만 보내던 관객들이 이제는 '브라보!'를 외친다. 그런 소리가 들려오는 순간이, 기획자로서 가장 짜릿한 순간이 아닐까 싶다. 필자는 그런 순간을 상상하며 공연을 기획한다. 요즘은 마스크를 벗은 관객을 마주하는 순간을 몹시 기대하고 있다. 부디 하루빨리 그날이 오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곽소영 (프란츠클래식 대표)

곽소영 프란츠클래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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