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홈리스…빈곤에 시달리던 어린부부의 단독주택 입주기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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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16   |  발행일 2022-09-16 제39면   |  수정 2022-09-16 08:18

홈리스

어린 부부 한결(전봉석)과 고운(박정연)은 갓난아이 우림과 함께 오늘도 찜질방에서 잠을 청한다. 보증금 사기를 당해 거처할 곳이 없어졌기 때문인데, 가족의 도움을 청할 수도 없는 처지다. 아버지의 폭력이 싫어 어릴 적 가출한 한결은 부모와의 연락을 끊다시피 했고, 고운은 파양의 아픔이 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사기범을 잡기 전까지 낮에는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전전하며, 전단 붙이기와 음식 배달일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틴다. 하지만 아이를 위해서라도 안정적인 공간이 필요했던 한결은 결심한 듯 가족을 데리고 어디론가 향한다. 초밥 배달로 평소 안면을 튼 독거 할머니의 정원 딸린 단독주택이다. 고운에겐 미국 여행을 떠난 할머니가 자신에게 한 달간 집을 맡겼다고 둘러댔지만 그의 눈빛에서 왠지 모를 불안감이 감지된다.

'홈리스'는 주거 문제와 무관심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기성세대에 기대지 않고선 제대로 된 삶과 희망을 품기도 힘든 젊은 세대의 절망적인 현실이 여기에 녹아 있다. 특히 전 재산에 가까운 보증금을 사기당한 어린 부부의 삶은 누구의 눈길도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일그러져 갈 수밖에 없다. 천진난만하게 웃는 우림이를 보면서 위안을 삼지만 아이의 병원비를 내기도 버거운 게 이들이 처한 현실이다. "어차피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는 고운의 대사가 시종 영화를 날카롭게 관통한다.

영화 속 인물들은 다들 위태롭고 무엇인가 결핍된 상태로 존재한다. 영화는 이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라고 꼬집는다.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모래성처럼 위태로운 한결·고운 부부는 그러한 시스템의 불완전함에서 잉태된 희생자들이라 할 수 있다. '홈리스'는 청년 빈곤과 거주 문제를 현실적으로 마주한 그들을 통해 독거 노인에 대한 사회적 환기의 필요성도 강조한다. 모두가 개선이 필요한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일면이지만 누구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주지 않았던 문제들이다.

사각지대로 몰린 채 주저앉은 이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건 연출을 맡은 임승현 감독이다.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장르 영화로서의 재미를 놓치지 않은 접근법이 흥미롭다. 주거 빈곤과 독거 노인, 무관심의 공포를 스릴러 장르에 녹여낸 비선형적인 영화적 문법으로 복합장르로의 매력적인 확장과 연출의 참신함을 더했다. 감독은 "어떤 공익적인 효과를 바란다기보다는 관객이 무관심한 태도에 관해 좀 더 경각심을 갖고, 타인을 바라보는 사람의 시야가 넓어졌으면 했다"는 의도를 전했다.(장르:드라마 등급: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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