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 카페 청송 .8] 귀농·귀촌 지원사업…"청송으로 오시는 귀농인은 귀인입니다"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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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13   |  발행일 2022-09-13 제12면   |  수정 2022-09-13 07:08
박강열씨 부부 현서면서 '인생 2막'
김해서 식당 운영하다 12년 전 귀농
주경야독하며 5년 만에 억대 농가로
郡, 농지마련·주택구입 다양한 지원
영농기술·기계사용법 등 교육 운영
온라인 마케팅 등 심화 프로그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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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경북 청송군 현서면 두현리 달샘이농원에서 박강열·김영남씨 부부가 사과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12년 전 귀농한 부부는 초창기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는 사과 재배 선도 농업인으로 성장했다.

노령화와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에 귀농인은 말 그대로 '귀인'이다. 이들은 침체한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때로는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소멸 위기의 농촌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귀농인의 안정적인 정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귀농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과 함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귀농인 지원에 힘을 쏟는 것도 같은 이유다. '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카페 청송' 8편에서는 청송에서 인생 2막을 꾸려나가는 귀농인과 청송군의 지원 정책을 소개한다.

◆청송의 늦깎이 귀농인 부부

"태풍(제11호 태풍 힌남노)이 올라온다는 소식에 사과나무가 피해를 입을까 봐 조마조마했어요. 다행히 높은 산이 막아줘서 별 피해가 없었네요. 농사짓고 살기 좋은 지역이에요." 지난 9일 경북 청송군 현서면 두현리 달샘이농원에서 만난 박강열(63)·김영남(59)씨 부부가 웃으며 말했다.

부부는 12년 전 이곳에 자리 잡은 귀농인이다. 현재 현서면 6곳에 모두 2.0㏊(6천평)의 사과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선택한 현서면은 청송 최남단에 위치한 고지대다. 보현산(해발 1천124m)과 면봉산(해발 1천120m) 등에 둘러싸여 자연재해가 적다. 또 영천시 등에 인접해 있어 청송에서 귀농인이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다.

청송에 특별한 연고는 없었다. 박씨는 경남 창원시, 김씨는 경남 산청군 출신이다. 부부는 원래 경남 김해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두 아들을 키웠다. 돈은 벌었지만 여유 없이 늘 바빴다. 먹고 사느라 매일 새벽부터 밤까지 일했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벌어서 누구 주겠냐'고. 아이들도 다 컸고 농촌에서 여유를 갖고 살아보자는 생각에 귀농을 결심했죠." 부부는 과거를 회상했다.

마음을 굳힌 뒤 귀농할 농촌을 찾아다녔다. 처음에는 창원과 가까운 청도군과 경남 밀양시를 염두에 뒀다. 하지만 두 지역의 땅값이 너무 비싸 결국 청송을 선택했다. 사과 주산지인 청송에서 사과 농사를 지으면 소득이 안정적일 거라 생각했다. 2011년 부부는 현서면에 과수원 0.9㏊(2천800평)을 사서 작은 집을 지었다.

누구나 그렇듯 귀농 초기 시행착오를 겪었다. 과수원에 심긴 사과나무는 모두 15년 이상 된 노목이라 생산성과 품질이 좋지 않았다. 고민 끝에 부부는 귀농 2년 만에 과수원을 갈아엎고 새로운 사과나무를 심었다. 품종도 경쟁이 심한 후지(부사)를 피해 감홍을 선택했다. 이후에는 시나노 골드 품종도 키웠고, 몇 년 전에는 현서면에서 가장 먼저 엔부 품종도 심었다.

부부는 귀농한 이후 5년간이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농업 소득도 높지 않았고, 사과 재배 지식이라곤 책과 인터넷을 통해 공부한 것이 전부였다.

사과 농사 잘 짓는 법을 배우기 위해 박씨는 선도 농가를 찾아다녔다. 경북지역뿐만 아니었다. 낮에는 농사일하고, 밤에는 사과 재배 공부에 매달렸다. 부족한 소득을 메우기 위해 다른 농가에서 농사일도 도왔다.

부부는 2015년을 잊지 못한다. 귀농 5년 차였다. 부부는 그해 처음으로 1억원이 넘는 소득을 올렸다. 억대 소득 농가가 된 것. 이후 과수원 규모도 늘리고, 집도 고쳐 지었다. 저온창고와 농기계도 사들였다.

"친구들에게 '귀농하더니 망해서 돌아왔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정말 열심히 사과 재배 공부를 했어요." 박씨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부농의 꿈을 이룬 뒤에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박씨는 2019년 2월부터 2년간 군위군 효령면에 있는 경북농민사관학교도 다니며 전문적인 사과 재배 기술을 익혔다. 경북대 사과연구소가 교육하는 마이스터대학 사과1전공 교육과정에도 참여해 사과나무 생리·재배·과육 관리 등을 배웠다. 이탈리아까지 날아가 사과 재배 견학도 다녀왔다.

십수 년 만에 그는 이축·밀식 재배의 '달인'이 됐다. 다른 지역 농가에서 사과 재배 기술을 배우러 그를 찾아올 정도다. 4년 전부터는 월정리 청년회장도 맡고 있다.

"이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식당 운영할 때보다 소득도 높고 시간 여유도 있어요. 창원에서 결혼해 직장에 다니는 작은 아들에게 여기 와서 농사 물려받으라고 했어요. 이렇게 일궈놓은 농업 기반이 아까워서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어요." 부부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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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군농업기술센터 귀농귀촌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교육생들이 농산물가공식품 제조실습(위쪽)과 스마트팜 현장체험 학습을 하고 있다. <청송군농업기술센터 제공>

◆청송의 귀농인 지원과 교육

청송에는 매년 100가구 안팎의 귀농인이 꾸준히 들어온다. 포항과 인접한 부남면, 영천과 인접한 현서면이 귀농 인기 지역이다. 실제 최근 2년간(2020~2021년) 청송에 귀농한 가구(190가구)의 48.42%가 현서면(52가구)과 부남면(40가구)에 자리를 잡았다. 초보 귀농인에게는 비교적 도시와 가까운 접근성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농촌에서의 생활이 아직 낯설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은 농사 재배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데다 정착을 위한 자금적인 여유도 부족하다.

이에 청송군은 귀농인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영농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귀농인 지원 사업'이다. 지원 대상은 귀농한 지 3년 이내인 만 65살 이하 세대주다. 농가당 영농정착자금지원 400만원, 주택수리비지원 400만원, 농지구입세제지원 200만원, 농지구입이자지원 150만원, 귀농학교수강료지원 3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지원 신청은 매년 2월 읍·면사무소에서 하면 된다.

'귀농인 정착 지원 사업'도 있다. 귀농인에게 영농규모 확대, 시설 확충 및 개·보수, 농기계 구입, 하우스 설치, 과원 조성, 묘목 및 종근 구입 등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 주는 제도다. 가족이 함께 귀농한 지 5년 이내인 만 65살 이하 세대주가 지원 대상이다. 자부담 20%를 조건으로 농가마다 500만원이 지원된다. 매년 1월 읍·면사무소에서 신청할 수 있다.

'귀농 농업창업 및 주택구입 지원 사업'도 눈여겨 볼만하다. 귀농인의 농업창업 및 주거공간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낮은 금리로 대출을 내준다. 귀농 만 5년 이하 만 65살 이하 세대주라면 매년 1월과 6월 두 차례 읍·면사무소에서 신청이 가능하다. 대출 한도는 가구당 농업창업에 3억원, 주택 구입·신축 및 증·개축 7천500만원이다.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 대출금리는 연 2%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상환은 5년 거치, 10년 원금균등 분활상환 방식이다.

이외에도 청송군은 귀농인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청송군농업기술센터는 매년 귀농귀촌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보통 5~6월 교육신청을 받아 6~8월 교육을 진행한다. 귀농인과 귀촌인뿐만 아니라 예비귀농인도 교육을 받을 수 있다. △ 귀농·귀촌 성공전략 △농업·농촌의 이해 △지역특화작목 기초영농기술 △농업기계 안전사용교육 등을 가르쳐준다. 5년 이내 귀농·귀촌인을 1순위, 만 40세 미만 청년농업인을 2순위로 선발한다.

청송군이 민간 위탁으로 운영하는 청송귀농귀촌정보센터도 단기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청송귀농귀촌정보센터는 지난달 13~14일 귀농인과 귀촌인 15명에게 신청을 받아 '제3기 귀농·귀촌인 심화교육' 과정을 진행했다. △블로그 마케팅 △스마트스토어 마케팅 △SNS 마케팅 △고객관리를 위한 카카오톡 채널 △자두 재배 방법 △청송에서 살아남기 등 주제도 다양하다.

귀농·귀촌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한 사업도 준비돼 있다. 청송군은 지난 5월부터 '농촌에서 살아보기'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실제 청송에서 최소 두 달간 거주하며 농촌의 생활을 이해하고 영농실습·지역민 교류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마을이나 공동체가 운영자로 참여해 참가자에게 숙박과 프로그램을 제공하면, 청송군이 운영자에게 이에 필요한 비용과 인센티브 등을 주는 방식이다. 참가자들은 별다른 비용 부담 없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글·사진=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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