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TK 추석 민심은 허탈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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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14   |  발행일 2022-09-14 제26면   |  수정 2022-09-14 06:46
여당 향한 TK 민심 절대적

민생 나 몰라, 집안싸움만

기대에서 우려 그리고 허탈

TK, 보수와의 이별 현실화

민심, 민생과 직결 잊지 않길

[동대구로에서] TK 추석 민심은 허탈
임호 서울 정치부장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TK 민심은 절대적이다.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후보는 TK에서 73.95%(247만8천810표)의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재명 후보와의 표차는 0.73%포인트(24만7천77표)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대구경북민은 "우리가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켰다"고 자부해 왔다. 공중분해 직전의 국민의힘을 살린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윤 대통령도 'TK'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라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은 물론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대구경북을 찾아 힘을 얻고 있다.

기대감이 너무 큰 탓일까.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패배에 이어 지방선거 참패로 혼돈에 빠지자, 한발 더 나아가야 할 국민의힘은 오히려 야당의 혼돈을 답습하고 있다. 수많은 장관 후보자의 낙마에 이어 친윤·비윤 그룹 간 갈등, 집권 여당 대표 중징계라는 초유의 사태를 만들었다. 그리고 당 대표 징계에 대해 대통령과 집권 여당 원내대표의 '내부총질'과 '체리 따봉' 이모티콘 메시지는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기에 충분했다. 이뿐만 아니다. 이준석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 소속 당원을 싸잡아 비난했다. 또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가처분 신청을 했고, 일부 인용되면서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연출했다.

집권 5년 동안 일어나도 국정이 혼란스러울 만한 일들이 집권 초기 5개월 안에 다 이루어졌다. 그렇다고 더 이상의 혼란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 전 대표의 추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판단에 따라서는 상상하기 힘든 혼란이 또 발생할 수도 있다. 이 정도면 국민 누가 봐도 답답할 노릇이다. 하물며 윤석열 정부의 탄생과 국민의힘이 기사회생하는 데 일등 공신이라 자부하는 상당수 대구경북민의 마음은 어떠할까.

추석 연휴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TK(대구경북) 민심은 한마디로 '허탈'이었다. 경제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 집권 여당은 집안싸움에만 골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구경북민은 "내가 이러려고 국민의힘을 지지했나"라고 답답해 한다.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TK 민심은 '기대'에서 '우려' 그리고 '허탈'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문제는 집권 여당이 현재의 위기상황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다면 '분노'의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것이다. 어쩌면 보수의 심장인 TK가 '답 없는 보수'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마치 이별을 받아드리는 다섯 단계(감정 분노, 현실 부정, 타협, 우울, 수용)를 보는 듯하다.

국민의힘은 2024년 총선과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TK 민심이 지금과 같을 것이라 믿는다면 큰 오산일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정치 혼란이 계속된다면 대통령의 서문시장 환대도 기대할 수 없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아직 TK 민심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의 '허탈'이 '배신감' 또는 '분노'로 바뀌지 않도록 해야 한다.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빌 클린턴 후보는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문구 하나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민심은 결국 민생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임호 서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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